'3단 복층 구조'에 물건 빽빽…물 뿌려도 깊숙한 내부까지 안닿아

입력 2026-07-20 18:45   수정 2026-07-21 00:53

'3단 복층 구조'에 물건 빽빽…물 뿌려도 깊숙한 내부까지 안닿아


인천 석남동 쿠팡물류센터 화재가 사흘째 이어지는 가운데 현장에 장맛비가 내리고 있지만 여전히 큰 불길을 잡지 못하고 있다. 진화를 어렵게 한 요인으로 적재물을 3단으로 높게 쌓아 올린 ‘메자닌(복층) 구조’가 거론된다. 메자닌은 국내외 물류센터가 공간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사용한다.

물류업계에서는 “사고 원인을 조속히 규명하고 불확실성을 해소할 적절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5층 확산 방지 총력
20일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전 6시54분 쿠팡물류센터 6층에서 시작된 불은 50여 시간이 지난 이날 오후까지도 꺼지지 않았다. 당국은 인근 8개 시·도의 인력과 장비를 동원하는 국가소방동원령을 내리고 소방관과 경찰관 등 812명과 장비 231대를 투입했다. 애초 19일 오후 11시를 초기 진화 시점으로 예상했으나 여전히 불을 끄지 못하고 있다.

물류센터 내부 구조가 복잡한 데다 적재된 가연물이 많아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새벽부터 내린 비도 화재 지점에 닿지 않아 진화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물류센터 6층 바닥 면적은 2만8329㎡로 축구장의 네 배에 달한다. 층고도 높기 때문에 외부에서 뿌리는 소화 용수가 안쪽까지 제대로 닿지 않는 상황이다.


당국은 물류센터 내부의 짙은 연기와 고열로 불이 난 6~7층에 진입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불길이 6~7층을 넘어 5층 등으로 확산하는 것을 막는 데 주력하고 있다. 열화상 드론으로 건물 내부의 열 축적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한 뒤 연소가 심한 구역에 소방력을 집중 투입했다.

허석경 인천 서부소방서장은 “5층에는 리튬배터리를 사용하는 물류창고용 로봇 수백 대가 있다”며 “여기로 불이 확산하면 건물 전체가 급격하게 연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5층에 있는 리튬배터리는 전기차 20대 분량으로 파악됐다.

이날 현장을 찾은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유독가스와 고열 등 위험한 화재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는 소방대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달라”고 당부했다.
◇“메자닌 주범 지목 온당치 않아”
이번 화재를 계기로 물류센터의 메자닌 구조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메자닌은 높은 층고를 활용하기 위해 선반으로 만든 복층 형태의 작업·적재 공간이다.

선반마다 종이상자, 플라스틱 포장재 등 불에 타기 쉬운 물품이 빈틈없이 쌓여 있어 한 번 불이 붙으면 빠르게 번질 수 있다. 천장에서 스프링클러가 터져도 복층 선반과 그 안에 가득 찬 적재물이 지붕 같은 역할을 해 초기 진화를 어렵게 한다는 지적도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는 19일 성명을 내고 “메자닌 구조는 화재에 취약하고 초기 진화가 어려운 구조인데도 쿠팡은 비용 절감을 위해 이를 적극 활용했다”고 주장했다.

물류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반론을 제기했다. “메자닌은 아마존 등 글로벌 물류기업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며 “단순히 ‘마녀사냥’식으로 메자닌을 화재 원인으로 지목하는 건 온당치 않다”고 주장했다. CJ대한통운 등 국내 다른 업체도 물류센터 일부 공간을 메자닌 형태로 활용하고 있다. 쿠팡은 정부의 유권해석과 각 지방자치단체의 사용 승인 등을 받아 적법하게 메자닌 구조를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메자닌 각 층이나 칸마다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는 등 강화된 소방 대책이 필요하다는 데는 업계도 공감하고 있다. 정부는 선반 높이 3m마다 스프링클러를 추가 설치하는 내용의 강화된 창고시설 화재안전기준을 2024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물류센터는 2020년 건축허가를 받아 적용 대상이 아니었다.

물류센터가 있는 인천 서해구는 19일 오후 11시를 기해 물류센터 반경 116m를 대상으로 내린 주민 대피령을 유지하고 있다. 현장 인근 어린이집 31곳과 초교를 대상으로 이날 하루 휴원·휴교를 권고했다. 신현초와 신현북초는 이재민 178명의 임시주거시설로 운영 중이다.

쿠팡은 대피소에서 관내 종합병원까지 셔틀버스를 운영하고, 진료비를 지원하는 등 이재민 돕기에 나섰다. 아침·점심·저녁 식사를 제공하고 속옷, 물티슈 등 긴급 구호물품도 지원하고 있다.

오형주/진영기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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