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레고는 지난 3월 스마트 플레이를 출시하며 이를 1978년 미니 피겨 도입 이후 가장 큰 '레고 시스템'의 변화라고 소개했다. 레고는 앞으로 수백 종의 스마트 플레이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며, 첫 제품군으로 스타워즈 시리즈인 루크 스카이워커의 X-윙과 다스 베이더의 TIE 파이터를 출시했다.
스마트 플레이의 핵심은 충전식 스마트 브릭이다. 이 브릭에는 마이크로프로세서가 내장돼 있으며 다른 블록 내부에 삽입된 디지털 태그를 근접무선통신(NFC) 방식으로 인식한다. 스마트 브릭은 움직임을 감지하고, 상황에 따라 조명을 켜거나 효과음을 재생하며, 일부 제품에서는 다른 스마트 브릭과도 상호작용한다.
스타워즈 시리즈 가격은 70~160달러이며 디지털 태그만 포함한 '스마트 플레이 호환' 제품도 함께 판매된다. 레고는 지난달 포켓몬 테마 제품군도 공개했으며 오는 8월 출시할 예정이다. 포켓몬 제품은 서로를 인식해 대결을 벌이고 캐릭터별 효과음과 조명 효과를 구현하도록 설계됐다.
레고는 디지털 기술을 적용하면서도 스마트폰이나 게임처럼 화면을 사용하는 방식은 지양했다. 회사는 기존 조립 과정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완성 이후 놀이 경험을 확장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기술이 상상력을 대신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어린이 콘텐츠 시민단체 페어플레이(Fairplay)의 조시 골린 대표는 아이들이 스마트 브릭의 반응을 유도하는 데 집중하게 되면 자유로운 상상 놀이가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존에는 아이들이 직접 우주선 소리나 충돌음을 흉내 냈지만, 스마트 브릭이 이를 대신하면서 상상력이 개입할 여지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반면 조립 과정 자체는 여전히 유지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설명서를 따라 완성품을 만들고 성취감을 느끼는 기존 레고의 경험 위에 조명과 사운드 등 새로운 요소를 더한 만큼 디지털 기술이 놀이를 보조하는 수준에 머문다면 장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스마트 플레이 개발은 레고가 성장 둔화를 겪던 시기부터 시작됐다. 레고는 2018년 전년 대비 매출이 8% 감소하며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했고, 1400명을 감원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당시 최고경영자(CEO) 닐스 B. 크리스티안센은 사업 안정화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이후 레고 연구진은 2018년 미국 위스콘신주 매디슨과 미니애폴리스 일대 가정을 방문해 어린이들의 놀이 방식을 관찰했다. 조사 결과 아이들은 함께 노는 사회적 경험을 원했고, 자기 행동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상호작용과 매번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예측 불가능한 요소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레고는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스마트 브릭이 놀이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도록 자극하는 역할을 하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샘 코츠 레고 부사장은 아이들이 자신만의 새로운 '스타워즈' 영화를 연출하는 감독이 된 것 같은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레고는 이미 2024년 슈퍼마리오 시리즈를 통해 인터랙티브 기능을 시험한 바 있다. 당시에는 일부 블록이 게임 음악과 효과음을 재생하는 수준이었다면, 스마트 플레이는 서로 다른 제품 간 호환이 가능한 플랫폼 구조를 갖췄다는 점에서 적용 범위가 크게 확대됐다.
시장에서는 가격 경쟁력도 주요 변수로 거론된다. 스마트 브릭이 추가된 만큼 제품 가격은 기존 제품보다 높지만, 소비자가 체감하는 기능 향상이 제한적일 경우 프리미엄 가격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장난감 발명가이자 '밥잇(Bop-It)' 개발자인 댄 클리츠너는 아이들은 본질적으로 움직이고 직접 만질 수 있는 놀이를 좋아한다며 기술은 어디까지나 신체적 놀이를 보완하는 수준이어야 지속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실제 사용 경험도 엇갈렸다. WSJ 기자의 8세 아들은 친구와 스마트 플레이 우주선을 이용해 약 30분 동안 우주 전투 놀이를 즐겼지만 이후에는 제품을 장식용으로 진열한 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는 스마트 플레이의 새로운 기술이 초기 흥미를 끌 수는 있지만 장기적인 놀이 경험으로 이어질지는 앞으로 시장에서 검증받아야 할 과제로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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