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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계를 준비해 온 상장사 오너들 사이에는 오래된 공식이 하나 있다. 주가가 낮을 때 물려주는 것이다. 상장주식의 상속·증여세는 시세를 기준으로 매겨지므로, 주가가 낮을수록 세금이 줄어든다. 배당을 줄이고,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기업설명회 등 투자자 대상 소통(IR)에 소극적으로 나서면 주가는 자연스럽게 눌린다.
숫자로 보면 이 공식의 위력이 분명해진다. 순자산이 1000억원인 상장사의 시가총액이 400억 원(PBR 0.4배)이라면, 현행법상 과세 기준은 400억원이다. 순자산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금액으로 세금이 계산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공식의 유효기간이 끝나가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이른바 ‘주가누르기 방지법’ 때문이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법안(이소영 의원안)을 기준으로 보면, PBR 0.8배 미만 상장사는 시세 대신 순자산가치의 80%가 과세 하한선이 된다. 위 사례라면 과세 기준이 400억원에서 800억원으로 두 배가 된다. 주가를 아무리 더 낮춰도 세금은 줄지 않는 것이다. 구체적 기준은 7월 말 발표될 정부 세법개정안에서 확인되겠지만, 방향성 자체는 이미 공식화됐다.
참고로 PBR(Price to Book Ratio, 주가순자산비율)은 시가총액을 장부상 순자산으로 나눈 값이다. 부동산으로 비유하면, PBR 0.5배란 장부가 10억원짜리 건물이 시장에서 5억원으로 평가받는 셈이다.
왜 이런 법안이 나왔나
비상장사 오너라면 이미 체감하고 있는 사실이 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비상장주식도 매매사례가액 등 시가가 있으면 시가로 평가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거래가 드물어 시가를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때는 순자산가치와 순손익가치를 가중평균하여 평가하되, 과세 기준에는 순자산가치의 80%라는 하한선이 보장돼 있다(시행령 제54조 제1항 본문 및 단서).
여기에 최근 국세청이 상속·증여 부동산에 대한 감정평가 사업을 모든 부동산 자산으로 전면 확대하고 그 대상을 비상장법인 보유 부동산까지 넓혔다. 비상장사의 자산은 갈수록 실질 가치에 가깝게, 즉 갈수록 무겁게 평가되고 있다.
그런데 상장사는 다르다. 평가기준일 전후 각 2개월 간의 평균 주가가 유일한 과세 기준이다(법 제63조 제1항 제1호 가목). 법인이 수천억원대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상장사의 보유 자산을 개별적으로 평가하라는 규정은 없다. 같은 순자산을 가진 두 회사가 상장 여부 하나로 세 부담이 수배 가까이 갈릴 수 있는 셈이다. 주가누르기 방지법은 이 격차를 해소하려는 입법이다.
7월 말 정부 세법개정안이 분수령

2026년 7월 14일 관계부처합동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 ‘주가누르기 방지를 위한 상장주식 평가방법 개편 검토’가 재경부 소관 공식 과제로 채택됐다. 대부분의 세법 변경은 재경부가 7월 말 발표하는 세제개편안을 통해 연말 국회에서 처리된다. 이번 정부안에 포함되는지, 어떤 기준으로 설계되는지가 핵심이다. 이소영 의원안(PBR 0.8배, 순자산가치 80% 하한)이 그대로 반영될 수도 있고, 업종별 차등이나 경과조치가 붙을 수도 있다.
주목할 것은 이 법안이 혼자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정부는 가업상속공제 재설계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고, 올해 2월엔 자사주 의무소각을 핵심으로 하는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자사주를 보유만 하고 소각하지 않는 방식의 주가 억제도 차단됐다. 한국거래소도 저PBR 기업 명단 공표 근거를 마련했으며, 정부는 1차 공표 시점을 올해 11월로 명시했다. 저PBR 기업의 오너로서는 세법, 상법, 공시 제도까지 세 방향에서 변화를 맞게 된 셈이다. 다만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면 일정 기간 공표를 면제받을 수 있어, 자발적 개선의 길은 열려 있다.
얼마나 많은 기업이 해당하나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검토보고에 따르면, 작년 10월 기준 PBR 0.8배 미만 기업은 코스피 817개사 중 502개사(61.4%)다. 코스닥 1704개사 중에선 551개사(32.3%)가, 전체 상장사 2521개사 중에선 1053개사(41.8%)가 PBR 0.8배 미만이다. 코스피 상장사라면 둘 중 하나는 해당된다는 뜻이다.
업종별 편차도 크다. 부동산업은 평균 PBR이 0.32배, 금융업은 0.65배다. 반면 IT 서비스업 1.40배고 제약산업 2.95배다. 9배에 달하는 격차가 있다. 부동산·금융 업종의 오너라면 사실상 대부분이 사정권에 들어온다.
찬성론은 대주주의 인위적 주가 억제 유인을 차단하고, 비상장사에 이미 적용 중인 원칙의 확장이라는 점을 내세운다. 반대론은 시가가 항상 존재하는 상장주식에 오히려 시가를 부인하고 보충적 평가를 적용하는 것은 평가체계에 맞지 않고, 업황 부진에 의한 저평가까지 대주주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과도하다고 반박한다. 업종 간 PBR 격차를 단일 기준으로 포섭할 수 있는지가 가장 뜨거운 쟁점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효과는 과세 시점에서 끝나지 않는다. 과세표준이 급증하면 대주주는 연부연납을 신청할 가능성이 높은데, 납세 재원 마련을 위해 주식담보대출이나 지분 매각을 활용하려면 주가가 높을수록 유리하다. 연부연납 기간 내내 대주주가 주가를 높게 유지하려는 유인이 지속된다. 주가를 눌러 세금을 아끼던 시대에서, 주가를 올려 납세 재원을 확보하는 시대로의 전환이다.
지금 증여해야 하나, 기다려야 하나

승계를 앞둔 오너에게 이 법안은 남의 얘기가 아니다. PBR 0.4배인 회사라면 과세 기준이 두 배로 뛰고, 세액으로 환산하면 수십억에서 수백억원이 달라질 수 있다. 그렇다면 법 시행 전에 서둘러 증여하는 것이 정답처럼 보인다.
그러나 어느 쪽을 택하든 계산이 간단하지 않다. 개정법 시행 전에 현행법에 따라 증여하는 것 자체는 적법하지만, 증여 시점에 맞춰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악재성 공시의 시점 조정 등)가 결합되면 실질과세 원칙에 따른 과세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반대로 개정법 시행 이후로 미루는 경우 PBR을 0.8배 위로 올려 시가 평가를 유지하는 선택지가 있지만, 주가 부양의 결과는 고스란히 증여·상속 시점의 평가액 상승으로 이어진다.
결국 법이 시행되고 나면, 순자산 80% 하한을 적용받든 주가를 올려 시가 평가를 유지하든, “낮은 주가로 물려주던 시절”의 세 부담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 시행 전 남은 기간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그렇다면 판단의 기준은 무엇인가. 결국 회사마다 다르다. PBR이 0.8배를 크게 밑돌고 승계를 구체적으로 준비해 온 경우라면, 현행법이 적용되는 동안 증여를 실행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반면 PBR이 0.8배에 근접하거나 기준선·경과조치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경우라면, 세법 개정안의 내용과 연말 국회에서 확정되는 개정법을 확인한 후 판단해도 늦지 않다. 다만 법 확정부터 시행까지의 기간은 짧을 수 있으므로, 어느 방향이든 즉시 실행할 수 있도록 준비는 미리 해두는 것이 안전하다.
어느 쪽이든, 판단의 근거는 감이 아니라 숫자여야 한다. 자사 PBR 확인, 현행법과 개정안 기준의 세액 차이 비교, 과거 증여분과의 합산에 따른 누진세율 영향, 분할 납부 계획까지 종합적으로 점검한 뒤 실행 여부와 시점을 결정해야 한다. 세법과 상법이 교차하는 이 지점에선 각 영역의 리스크를 통합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법률 전문가의 조력이 판단의 질을 좌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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