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전 국회의장이 재임 중 다녀온 해외출장 14회에 총 82억8700만원의 예산을 사용했으며, 이 출장 모두에 배우자가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1회당 평균 비용은 약 5억9200만원이다.
국민의힘 등 야권에서는 배우자가 14회 출장에 빠짐없이 동행한 경위와 역할을 밝히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최근 노태악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배우자 동반 해외출장 문제로 합동수사본부의 압수수색을 받은 사례를 거론하며, 우 전 의장의 경우도 수사 대상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 21일 공개한 우 전 의장 부부동반 출장 내역에 따르면 우 전 의장은 14회 해외출장 모두 배우자를 동반했다. 주 의원은 "배우자가 도대체 무슨 역할을 했단 말인가"라며 "국회의장이 국민 혈세를 이렇게 낭비해도 되냐"고 꼬집었다.
이어 "노 전 위원장은 배우자 동반 해외출장으로 합동수사본부 압수수색을 받았다. 업무상 횡령에 해당하기 때문이다"며 "어쩔 수 없이 배우자의 해외출장 비용을 국고에 반납하겠다고 했지만, 범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잘못된 악습이자 범죄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 전 의장의 동반 해외출장도 수사 대상"이라며 "신속한 압수수색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 전 위원장은 재임 중 3차례 배우자 동반 출장을 다녀왔고, 약 9053만원 상당의 횡령 의혹을 받고 있다.
앞서 선관위 측은 노 전 위원장이 배우자를 동반한 해외출장 비용을 국고로 지원한 사실이 드러나자 당시 헌법기관장으로서의 지위에 상응하는 예우 차원에서 예산 편성 단계부터 배우자 몫을 반영했다고 해명했으며, 배우자가 공무원 신분이 아니라는 이유로 출장 보고서에는 이를 기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무원 여비 규정은 공무원이 아닌 사람에게 여비를 지급하는 경우를 '공무 수행을 위해 동행하는 경우'로 한정하고 있어, 명확한 공적 역할 없이 배우자 몫 예산을 편성한 것 자체가 문제로 지적된다.

현행 공무원 여비 규정상 대통령, 국무총리, 국무위원, 국회의장 등 고위공직자는 해외출장 시 항공기 1등석에 해당하는 여비를 지원받을 수 있고, 공무상 동행하는 배우자에게도 동일한 수준의 여비가 지급될 수 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공무 수행을 위한 동행'을 전제로 한 예외적 지원이지, 모든 해외출장에 배우자 동반이 기본값으로 보장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상대국 정상급 인사의 공식 초청과 별도의 '배우자 프로그램'이 마련된 정상외교·의전 행사가 대표적인 정당화 사례로 꼽힌다.
국회의장의 배우자 동반 해외출장이 논란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7년 정세균 당시 국회의장은 미국 방문 때 배우자와 함께 1등석을 이용한 사실이 알려지며 정치권의 비판을 받았다. 국회의장실은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회의장의 여비가 국무총리에 준해 지급되고, 공무원 여비 규정에 따라 공무상 동행하는 배우자에게도 동일 수준의 여비를 지급할 수 있다고 해명한 바 있다.
비슷한 사례는 다른 헌법기관·지방자치단체에서도 반복됐다. 2013년에는 정홍원 당시 국무총리 후보자가 선관위 상임위원 시절 배우자와 함께 다녀온 외유성 해외출장이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나 사과했다. 2016년에는 안상수 당시 경남 창원시장이 해외출장에 동행한 배우자 경비를 시 예산으로 지출한 사실이 알려지자 항공료를 반납했고, 이후 정부는 공무가 아닌 지방자치단체장 배우자의 출장 경비 지원을 금지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이처럼 따가운 시선에도 배우자 동반을 이어가는 이유로 여행 경비 절감과 '패키지 의전' 제공 등이 꼽힌다. 그러나 배우자의 구체적인 공무 관련 역할이 소명되지 않는 한, '헌법기관장 예우 차원의 관례'라는 설명만으로는 예산 지출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우 전 의장의 배우자가 14회 출장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공적 역할을 수행했는지, 그리고 그 역할이 여비 지급의 근거가 되는 '공무 수행을 위한 동행'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배우자 동반 자체가 규정상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노 전 위원장 사례에서 보듯 공무 관련성이 명확히 소명되지 않으면 국고 지원의 적정성 논란이 일 뿐만 아니라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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