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에도 인천 쿠팡물류센터 건물에서 화재가 났던 것으로 확인됐다. 쿠팡 물류센터 기준으로는 5년 만에 또다시 큰불이 발생했다. 대형 물류센터의 화재 취약점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번 화재는 61시간 만에 초기 진화됐다. 화재는 지난 18일 오전 6시54분께 서해구 쿠팡 인천32물류센터에서 발생해 전날 오후 8시 초기 진화에 성공했다. 국내 물류센터 가운데 최장 기록이다.
이전에는 2021년 6월 쿠팡의 경기 이천 덕평물류센터 화재가 초진까지 55시간으로 최장 기록이었다.
쿠팡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두 화재의 공통점은 종이상자를 비롯한 가연물이 대량 적재됐다는 점이다. 그 탓에 빠르게 불길이 번져 현장 접근이 쉽지 않았다. 건물 구조도 진화 작업 걸림돌로 작용했다. 적재 공간을 늘리기 위해 건물 내부에 중간층을 둔 메자닌(복층) 구조는 동선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대규모 소방 인력과 장비가 투입됐지만, 불이 쉽게 잡히지 않았던 이유다. 내부 진입이 어려웠고, 외부 방수 중심의 진화 작업이 이어지면서 겹겹이 쌓인 적재물 깊숙이 붙은 불을 끄기 어려웠다.
이번 화재 원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쿠팡 물류센터에서 5년 만에 재차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예방 조치가 미흡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5년 전 화재 때는 방재실 직원들이 경보가 울리는 데도 현장 확인 없이 오작동으로 판단했다. 이어 방재시스템을 6차례나 초기화하면서 스프링클러 가동이 지연됐다.
인천 물류센터의 경우 스프링클러가 작동한 사실은 확인됐다. 다만, 구체적인 작동 시점이나 효용성 유무 등은 합동 감식을 통해 밝혀질 전망이다.
2024년부터 물류창고 화재 특성을 반영해 강화된 창고시설 화재안전기준(NFTC 609)이 마련된 바 있다. 하지만 2020년 건축허가를 받은 인천 물류센터는 적용 대상이 아니었다. 강화된 기준안은 일반형보다 방수량이 많은 라지드롭형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고, 선반형 창고는 선반 높이 3m 이하마다 스프링클러 헤드를 추가 설치해야 하는 것을 기준으로 두고 있다.
인천 물류센터 5층에는 불길이 번지지 않았으나 리튬배터리를 탑재한 로봇 수백대(전기차 20대 분량)가 있었다는 점에서 잠재적 위험 관리 체계의 필요성도 나온다.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이 물류센터는 2023년 8월 15일 오전 4시 29분께 지하 1층 냉동창고에서 큰불이 난 적이 있다. 당시 지하 1층 전체 면적 3만9000㎡ 가운데 약 9000㎡가 불에 탔다. 냉동창고 2개가 소실되고 차량 6대가 그을리는 등 39억 4900만원의 재산 피해가 있었다. 인명 피해는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당시 화재는 건축물 사용승인(2023년 8월 14일)을 받은 다음 날 발생했다. 쿠팡이 입주한 2024년 3월 이전이었다.
박경환 한국소방기술사회 회장은 "대형 물류센터는 말 그대로 불이 나면 다 타야 끝나는 구조"라며 "이런 취약점을 보완하려면 보다 엄격한 안전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방화구획 운영 기준과 메자닌 구조 등이 화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최고의 품질과 성능을 갖춘 시설 개선 노력도 수반돼야 한다"고 부연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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