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납왕 잡아라"…국세청 '해외 페이퍼컴퍼니 선박'도 압류

입력 2026-07-21 17:23   수정 2026-07-22 01:03

"체납왕 잡아라"…국세청 '해외 페이퍼컴퍼니 선박'도 압류

앞으로 해외 특수목적법인(SPC) 명의 선박이라도 실질 소유주가 고액·상습 체납자로 확인되면 국세청이 국세징수법에 의해 직접 압류할 전망이다. 한때 ‘선박왕’에서 국세 체납액 1위 ‘체납왕’으로 전락한 권혁 시도상선 회장의 은닉 재산을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국세청은 최근 법무법인 대륜에 ‘해외 SPC 명의 선박 및 외국 법인 지분 강제징수 방안’에 관한 의견서를 의뢰했다. 한국경제신문이 21일 입수한 의견서에 따르면 대륜은 체납자가 파나마, 라이베리아 등 편의치적국(세금과 규제가 느슨해 선박 등록이 많은 국가)에 세운 SPC 명의로 선박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실질적 지배관계가 입증되면 국세징수법에 따라 압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체납자가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해외 SPC 명의 선박도 국세징수법상 체납 처분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번 검토의 배경에는 과거 해운업계에서 반복된 재산 은닉 사례가 있다. 일부 선주는 선박 한 척당 하나의 SPC를 설립하는 ‘단선회사’ 구조를 활용해 명의상 소유주를 해외 법인으로 바꾸고, 홍콩·일본 법인을 거쳐 지배하는 방식으로 재산을 관리해왔다. 명의와 실제 소유자를 분리해 체납처분과 강제집행을 어렵게 하는 구조다.

국세청은 선박이 해외에 있을 경우 다자간 조세행정공조협약(MCAA·국가 간 세금 징수를 돕는 국제협약)을 활용해 해당 국가에 징수 공조를 요청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공조가 어려운 파나마, 라이베리아 대신 홍콩, 일본 등과 공조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됐다.

의견서는 “법원의 집행 권원 없이 국제징수법상 강제 징수 절차에 따라 세무공무원이 직접 동산 압류 방법에 따라 강제징수를 실행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번 검토는 국세청이 고액·상습 체납자의 해외 은닉 재산 추적 범위를 예금, 부동산, 주식에서 선박으로 넓히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달러를 환전하지 않고 해외에 많이 보유하고 있는 기업의 역외 탈세에 대해 조만간 세무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임 청장은 “고환율이 고물가의 원인이 되고 있다”며 “달러를 조세피난처의 페이퍼컴퍼니로 빼돌리지는 않는지, 해외에서 사주 일가 등에 유출하지는 않는지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수출 기업의 달러 매도를 유도해 환율을 안정시키겠다는 외환당국 방침에 국세청도 힘을 보태겠다는 뜻이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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