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소버린 AI 하지 말고 우리 AI만 써라"…외교 전문에 지시

입력 2026-07-22 22:06   수정 2026-07-22 22:18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미국 정부가 전세계가 ‘주권 AI’를 구축하려는 정책에 맞서 싸우고 미국산 AI 판매를 강화하도록 촉구하는 외교 전문을 외교관들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최근 중국 AI모델이 확산되고 일부 국가들이 소버린AI 추진을 가속화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가 입수한 7월 16일자 외교 전문에 따르면,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외교관들에게 이른바 각국의 '디지털 주권' 정책에 맞서 싸울 것을 촉구했다. 이 전문은 디지털 주권 정책을 미국 기술 기업의 해외 시장 진출을 제한하고, 현지화 요건을 부과하거나, '네트워크 사용료'를 부과하거나, 콘텐츠 검열과 같은 현지 규정을 따르도록 강요하는 조치라고 정의했다.

이 전문은 각국의 "AI 주권" 주장에 대응해, 미국 외교관들이 미국산 AI 제품을 현존하는 최고의 도구로 홍보하고, 경쟁 AI 시스템을 구축하는 노력은 시간과 자원의 낭비라고 설명하도록 지시하고 있다. 또 "미국 AI 기업들은 백도어 위험을 최소화하는 안전하고 견고한 공급망을 갖춘 대규모의 독립적인 AI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다."는 내용도 홍보 내용으로 포함됐다.

특히 미국 기술 제품에 이른바 "킬 스위치"가 있다는 이야기에 반박할 것도 지시했다. 국무부 전문은 "특정 용도에 한해 사용을 일시 중단하거나 강력한 신기술 출시 전 30일간의 시험 기간을 요구하는 것은 '킬 스위치'가 아니다”라는 설명을 제시했다.

이는 트럼프 정부가 미국 AI 기업들의 모델 공개나 대상을 통제하려는 시도에 대해 국제적인 반발이 생기면서 주권AI 를 추진 움직임이 가속화되는데 대한 미국의 대응을 보여준다.

지난 달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 안보를 이유로 미국인외에는 앤스로픽 미토스와 페이블의 최첨단 모델에 접근을 차단하도록 한 이후 대안 AI모델을 찾는 움직임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중국의 AI모델들은 성능이 미국의 AI모델에 근접하는 가운데 저렴한 비용으로 미국 민간 기업을 포함해 전세계에서 사용을 늘려가고 있다. 유럽연합은 미국으로부터의 디지털 독립을 강력하게 요구하면서 자체 AI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6월 2일에 발표한 행정명령에서 AI 기업들에게 제품 출시 전 30일간 사이버 보안 테스트를 자발적으로 거치도록 요구한 것도 각국의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이는 미국 정부가 AI 기업의 제품을 감시하고, 동맹국이라도 언제든 제품을 회수할 수 있다는 의지를 가진 것으로 해석됐다.

유럽의회 의원 크리스토프 그루들러는 이번 사건은 "미국이 핵심 기술에 대해 실질적인 '킬 스위치'를 쥐고 있으며, 필요하다면 기꺼이 그 스위치를 사용할 의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유럽의회 최대 정당인 유럽인민당 소속 아우라 살라 의원도 “유럽이 외국 정부가 언제든 차단할 수 있는 접근 권한에 기반하여 기술 스택을 구축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같은 미국 AI모델에 대한 캠페인은 우방국 전반에서 미국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상황에서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 외교협회 산하 모리스 R. 그린버그 지정학센터 소장인 에드워드 피시먼은 “우방국과 적국을 가리지 않고 관세 등 강압적 경제 수단을 사용해온 트럼프 정부의 관행으로 인해 국무부의 제안은 설득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유럽 파트너들은 특히 자신들의 사업이 미국 AI 모델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미국이 향후 경제적 무기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유럽 의회 아우라 살라 의원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덴마크같은 나라들에 반복적으로 위협을 가하면서 유럽에는 사라지기 힘든 불신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은 신뢰할 만한 파트너라는 어떤 징후도 보여주지 않았다”고 강조해 각국의 주권AI 모델을 반대하는 미국 정부의 캠페인은 효과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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