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위권 로펌으로 도약하겠다.”
김병현 LKB평산 대표변호사는 한경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기존 로펌 업계의 판을 바꾸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LKB평산은 로펌 업계에서 ‘합병 붐’을 일으킨 진원지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두 곳이 힘을 합쳐 새롭게 출범한 로펌이다. 실력파 로펌으로 정평이 난 LKB앤파트 너스와 평산이다. 세간의 화제를 모았던 정계의 굵직한 사건들을 다수 처리해내 며 ‘서초동 김앤장’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곳들이다. 이런 두 로펌끼리의 합병 사실 만으로도 화제였지만 이보다 이목을 쏠 리게 했던 건 따로 있었다. 이들이 내비친 포부였다.
향후에도 추가적인 합병을 통해 사세를 불려나가며 대형 로펌들과 경쟁하겠다고 예고한 것이다. 그리고 올해 6월 LKB평산은 또 한 번 법무법인 정세와의 합병을 예고하며 업계를 놀라게 했다. 정세까지 합류하게 되면 불과 약 1년 사이 3개 로펌이 한집 살림을 차리게 된다.
김 대표변호사는 “중소·중견 로펌들이 지금처럼 해선 살아남기 힘든 시대가 왔다”며 대형화를 추진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전문성 강화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계속해서 다른 로펌들과 힘을 합쳐 경쟁력을 강화해나가겠다는 게 우리의 계획”이라며 이번이 마지막 합병이 아니라는 사실도 강조했다.
LKB와 평산 모두 업계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로펌이었다. 왜 합치게 됐나.
“30년 넘게 검사 생활을 하다 2019년 평산에 들어오게 됐다. 당시 평산은 변호사 수 60명 정도의 중소 로펌이었다. 그래도 M&A 분야에서 나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직접 내부에 와서 보니 크게 실망했다. M&A 실사팀도 하나 없었다. 관련 사건을 맡을 때마다 M&A 실사팀이 있는 다른 로펌에 부탁해 문제를 해결하곤 했었다. 그러면서 어떻게 전문성을 강화해야 하는지 많은 고민을 하게 됐다. 그러다 덩치를 키우는 것이 전문화를 강화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고 결국 합병을 추진하게 됐다. 때마침 LKB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더라. 그래서 규모와 지향하는 바가 비슷하면서도 잘하는 분야가 다른 두 로펌이 합병을 결정했다.”
LKB와 평산이 합병한 지 약 1년이 됐다. 어떤 것이 달라졌나.
“확실히 시너지가 나고 있다. 두 로펌이 합쳐 전력이 강화되면서 구성원들의 프라이드가 크게 향상됐고 소속 변호사들의 사회적 활동도 활발해졌다. 특히 수임이 크게 늘었다. LKB는 검사 출신들이, 평산은 판사 출신들이 많은 전관 로펌이었다. 그래서 각각 잘하는 분야가 달랐는데 외부에서 사건이 왔을 때 구성원들이 힘을 합쳐 사건을 해결해 나가다 보니 할 수 있는 영역이 많아졌다. 작년 LKB평산이 거둔 매출이 약 576억6000만원이다. 합병하기 전과 비교해 100억원 이상 올랐다. 인재 영입도 수월해졌다. 현재 LKB평산은 서초동에서 가장 큰 로펌이 됐다. 그러다 보니 간판을 보고 뛰어난 인재들도 많이 들어오고 있다. 합병 당시 변호사 수는 약 130명이었는데 1년 사이 70명이 늘어 현재는 약 200명이 됐다.”
현재 많은 중소·중견로펌들이 비슷한 고민을 하며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로펌 시장도 양극화됐다. 위에선 대형 로펌들이 굵직한 사건들을 쓸어담고 있다. 아래에선 네트워크 펌들이 엄청난 마케팅 비용을 투입해 포털사이트 등에 광고를 쏟아내며 급성장하고 있다. 이 양극화된 시장 환경에서 어중간한 로펌은 살아남기가 힘들다. 많은 로펌들이 대형화를 지향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로펌 간 합병이 쉽지 않다고 들었다.
“서로 간의 상호존중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서로 주도권을 확보하려 하고 지분에 대한 집착을 하다 보니 유기적 화합이 어려운 것이다. 우리는 다르다. LKB와 평산은 ‘3대 원칙’을 갖고 합병했다. 첫째는 상호 지분 배려, 둘 째는 기존 체제에 대한 존중, 셋째는 규모를 키우기 위한 추가 합병이었다. 첫째와 둘째 원칙을 지켰기에 빠른 통합을 이뤄낼 수 있었으며 셋째 정신을 지키기 위해 이번에 정세와 합병을 추진하게 됐다. 지금 이자리에 있는 나도 LKB평산의 대표가 아니라 대변인에 불과하며, 인터뷰는 합병을 앞둔 정세 대표와도 논의한 것이다.”
많은 로펌들 중에 왜 정세였나.
“정세는 미디어와 부동산·신탁 분야에서 강점을 가진 로펌이다. LKB평산 은 송무에 특화돼 있다 보니 부족했던 부분이 보완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 했다. 또 정세는 운동권 출신들이 만든 로펌이다. 여권 인사들과 관련해 굵 직한 사건들을 처리해온 평산과 LKB와도 지향하는 바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합병을 제안했고 정세도 이를 받아들였다. 8월 중순 전에 법무부에 인가신청을 해 합병을 완료할 예정이다. 정세 합병을 통해 전문성을 더 강화 할 것이고 여기서 부족하다고 느끼면 추가로 합병할 로펌을 알아볼 예정이 다. 최종 목표는 5위권 로펌에 진입이다.
5위권이라는 목표를 정한 이유가 있나.
“조금 슬픈 얘기다. 실력과 능력 상관없이 로펌의 주요 고객들인 기업 임원들이 대형 로펌을 선호하는 현상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 면책을 위해서. 결과가 좋든 나쁘든 기계적으로 대형 로펌을 선임하면 오너나 CEO에게 책임을 면할 수 있기 떄문이다. 개인적으로는 기업들이 단순히 평판이나 규모만 보고 로펌을 선택하는 추세가 바람직하지는 않은 것 같다. 물론 우리도 이런 추세를 받아들여 대형화를 진행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한 마음도 없지 않다. 소신과 실력 있는 로펌들이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것 같아서.”
앞으로 대형 로펌과 경쟁해야 한다.
“대형 로펌들과 다른 우리만의 강점이 있 다. 그들은 월급을 받고 일을 하지만 우리 는 별산제 로펌이다. 쉽게 말하면 LKB평 산은 일인회사가 아닌 구성원들의 회사 다. 각 구성원이 공평한 지분을 갖고 있 다. 변호사가 일을 한 만큼 성과급을 지 급해 돈을 벌어갈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 에 각각의 변호사들은 맡은 사건에 더욱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물론 별산제다 보니 대형 로펌처럼 빠르게 인원을 늘릴 수 없을뿐더러 모든 분야에서 다 잘할 수 없다는 단점도 있다. 과거 율촌이 조세에 서, 화우가 금융에서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아 고객의 신뢰를 얻으며 종합 서비스 를 제공하는 대형 로펌으로 도약한 것처 럼 우리도 우선 잘할 수 있는 부분에 최 선을 다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점점 더 평판도 올라갈 것이고 더 뛰어난 인재들 이 우리 로펌에 입사를 원할 것이며 이를 통해 자연히 전문성까지 강화하는 효과 를 내게 될 것이라고 본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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