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 일대에서 패싸움을 벌인 조직폭력단체 ‘동대문파’ 조직원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1950년대 정치 깡패로 이름을 알린 이정재의 동대문파를 계승했다며 조직원을 모으고, 보이스피싱 범죄도 저질렀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광역범죄수사대는 ‘동대문파’ 조직원 21명과 ‘상계파’, ‘이태원파’, ‘이글스파’ 조직원 19명 등 총 40명을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폭처법) 위반 등 혐의로 검거했다고 23일 밝혔다. 이 가운데 동대문파 행동대장 A씨(33) 등 14명은 구속 송치됐다.
A씨 등은 2017년부터 올해 2월까지 동대문파로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학창 시절 이른바 ‘짱’으로 불렸던 지역 후배 16명을 영입하며 세를 불렸다. 또 “우리는 해방 후 이정재 회장부터 내려오는 근본 있는 조직”이라고 소개하며 가입을 권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정재는 이승만 정권 시절 활동한 정치깡패다. 5·16 군사정변 이후 사형을 선고받아 1961년 교수형을 당했다.
신입 조직원은 합숙소에서 생활하며 조직의 위계질서와 처세 등을 배우고, 폭력 행위에 가담하는 등 폭력단체 활동을 했다. 후배는 선배를 ‘형님’으로 부르고 자신을 ‘동생’이라고 지칭해야 했다. 말끝마다 “말씀입니다”를 붙이고 양 무릎에 손을 짚어 허리를 90도로 숙이는 일본 야쿠자식 인사도 도입했다. 조직원들은 가슴 한가운데 조직 이름인 ‘동대문’을 한자로 새기기도 했다.
합숙소 생활을 마치면 조직 행사에 동원됐다. 병풍처럼 도열해 위세를 과시하는 방식이었다. 또 다른 조직과 분쟁이 벌어지면 즉각 출동하는 ‘비상 타격대’ 역할도 수행했다. 지난 2월 서울 다른 단체 조직원이 쳐다봤다는 이유로 연합 조직인 상계파와 이태원파, 이글스파 소속 조직원을 소집해 패싸움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패싸움에 가담한 조직원들은 폭처법상 공동폭행 혐의도 받는다.

동대문파는 서울 중부권에서 노점상을 갈취하고, 재건축 이권에도 개입했다. 또 2013년부터 중국 청도에 보이스피싱 범행을 위한 합숙소를 차리고, 국내에선 대포통장을 관리하는 등 보이스피싱 범죄에도 가담했다. 최근에는 다른 조직과 함께 개인정보를 매매하고 투자리딩방을 운영하는 등 금융 범죄로도 손을 뻗었다.
경찰은 서울 강남 논현동에서 동대문파 조직원들이 다른 조직원을 집단 폭행하는 동영상을 지난해 2월 입수한 후 피의자들을 특정했다. 이후 압수영장 및 통신허가서 221건을 집행하고 최근 2년간의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확보해 이들이 폭처법상 폭력범죄단체임을 입증했다. 경찰은 동대문파 조직원의 개별 범죄도 수사할 예정이며, 해외 체류 중인 조직원 2명에 대해서도 체포영장을 발부해 수배했다.
경찰 관계자는 “개별 폭행이나 갈취 사건을 하나로 연결해 지속적인 위계와 단체성을 갖춘 조직의 전모를 밝혔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폭력범죄단체로 인정되면 가입하거나 활동한 사실만으로도 처벌할 수 있고, 조직원이 저지른 범죄도 가중 처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진영기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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