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노하우를 조직의 자산으로…'조직 학습'이 기업의 미래를 결정한다 [더 라이프이스트-홍석환의 인사 잘하는 남자]

입력 2026-08-27 06:00   수정 2026-08-28 15:12

개인의 노하우를 조직의 자산으로…'조직 학습'이 기업의 미래를 결정한다 [더 라이프이스트-홍석환의 인사 잘하는 남자]

기업은 직원 교육에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한다. 신입사원 등 계층 교육, 직무 교육, 리더십 교육, 글로벌 및 AI 교육까지 교육의 종류도 다양하다. 하지만 교육은 많지만 일하는 방식은 그대로고, 같은 실수가 반복되며, 퇴사하는 직원과 함께 노하우도 사라진다면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많은 기업이 개인의 역량 개발에는 관심을 갖지만, 조직의 역량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는 고민하지 않는다. 인공지능(AI) 시대일수록 뛰어난 개인도 중요하지만 배우는 조직에서 경쟁력이 나온다.

조직 학습(Organizational Learning)이란 개인이 경험하고 배운 지식과 노하우를 조직 전체가 공유하고 활용해 지속적으로 성과를 높이는 활동을 말한다. 개인의 학습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자산으로 축적되는 과정이다.

실제로 많은 회사에서는 교육이 끝나면 보고서 한 장 제출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현장에 적용하는 과정도 없고, 다른 직원과 공유하는 문화도 부족하다. 시간이 지나면 교육 내용은 잊히고 조직은 다시 예전 방식으로 돌아간다. 실시한 교육이 현업에 적용되거나 회사 이익에 기여한다는 보장이 없다.

피터 센게는 『학습하는 조직(The Fifth Discipline)』에서 "미래에 살아남는 조직은 가장 빨리 배우는 조직"이라고 말했다. 오늘날처럼 기술과 시장이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는 규모보다 학습 속도가 경쟁력이 된다. 조직 학습이 잘 이뤄지는 회사는 배운 내용을 실제 업무에 적용하고, 결과를 서로 공유하며, 성공과 실패 모두를 조직의 자산으로 만든다.

조직 학습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심리적 안전감이 있어야 한다. 실수나 실패를 숨기는 조직에서는 학습이 일어나지 않는다. "왜 실패했는가"보다 "무엇을 배웠는가"를 묻는 문화가 필요하다.

둘째, 경험을 기록하는 습관이 있다. 실행과제 또는 프로젝트가 끝나면 반드시 점검을 실시해 잘한 점, 부족했던 점, 개선 방안을 정리한다. 기억은 사라지지만 기록은 조직의 자산이 된다.

셋째, 지식 공유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 뛰어난 직원 한 사람의 노하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표준과 매뉴얼로 만들어야 한다. 개인의 경험이 조직의 경험이 되는 순간 경쟁력이 생긴다.

넷째, 리더가 먼저 배워야 한다. 질문하지 않는 리더 밑에서는 질문하는 직원도 없다. 배우지 않는 리더가 있는 조직은 결국 성장도 멈춘다.

조직 학습은 일정한 과정을 거칠 때 효과가 커진다. 업무를 수행하면서 경험을 축적하고, 결과를 분석하며, 성공과 실패의 원인을 찾는다. 이후 이를 표준화하고 교육하며 현장에 다시 적용한다. 적용 결과를 다시 검토하여 개선하는 선순환이 반복될 때 조직은 매년 조금씩 강해진다.

조직 학습이 가져오는 효과는 매우 크다. 우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 우수 사례가 빠르게 확산된다. 신입사원의 적응 기간이 짧아진다. 부서 간 협업이 활발해진다. 특정 직원에게 의존하던 업무가 조직의 역량으로 전환된다. 무엇보다 변화에 대한 대응 속도가 빨라진다.

조직 학습을 가로막는 장애도 많다. 성과만 강조하고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문화, 정보를 자신의 경쟁력이라 생각하여 공유하지 않는 분위기, 지나친 부서 이기주의, 기록하지 않는 습관, 교육과 현장을 연결하지 못하는 인사제도가 대표적이다. 특히 "바빠서 공유할 시간이 없다."는 말은 가장 흔한 장애 요인이다. 그러나 공유하지 않기 때문에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결국 더 많은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세계적으로 조직 학습을 잘하는 기업의 대표적인 사례는 도요타다. 도요타는 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즉시 작업을 멈추고 원인을 함께 분석한다. '왜?'를 다섯 번 반복하는 '5 Why' 기법은 문제의 근본 원인을 찾는 대표적인 학습 방법이다. 문제를 숨기지 않고 모두의 배움으로 만드는 문화가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 경쟁력을 만들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가 프로젝트 종료 후 성과와 실패 사례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이를 사내 지식 시스템을 통해 공유하는 문화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왔다. 또한 LG전자는 다양한 직무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사내 학습 공동체와 기술 공유 활동을 통해 개인의 전문성을 조직의 자산으로 연결하고 있다. 이처럼 조직 학습은 교육 프로그램보다 경험을 축적하고 확산하는 시스템에서 시작된다.

AI는 정보를 누구에게나 제공한다. 그러나 정보를 경쟁력으로 만드는 것은 조직의 학습 능력이다. 같은 교육을 받아도 어떤 회사는 성장하고 어떤 회사는 제자리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직원이 배우는 회사는 많다. 그러나 회사 자체가 배우는 조직은 많지 않다.

기업의 경쟁력은 뛰어난 인재 몇 명에게서 나오지 않는다. 구성원이 함께 배우고, 함께 성장하며, 배움을 조직의 힘으로 축적하는 문화에서 나온다. 개인의 역량을 넘어 조직의 학습 역량을 키우는 기업만이 변화의 시대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한경닷컴 The Lifeist> 홍석환 대표(홍석환의 HR전략 컨설팅, no1gs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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