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 "미국병 걸렸다고 해 가슴에 피멍 들기도…도와달라" 읍소한 이유 [현장+]

입력 2026-07-27 16:12   수정 2026-07-27 17:03

박진영 "미국병 걸렸다고 해 가슴에 피멍 들기도…도와달라" 읍소한 이유 [현장+]


"도와주세요. 너무 힘들어요. 제가 K팝을 미국에 진출시킨다고 할 때 아무도 안 믿고, '왜 원더걸스 데려가서 고생시키냐'고 해서 가슴에 피멍이 들었어요. 저보고 미국병 걸렸다고도 했죠. 미국이 전 세계 엔터테인먼트의 중심이잖아요. 우리 음악을 미국에 알리면 너무 좋잖아요. 너무 멋진 일이 될 것 같아서 간 거예요."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함께 대중문화교류위원회(대중위) 위원장을 맡은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창의성총괄책임자(CCO)는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10월 출범한 대중위가 처음으로 청사진을 발표하는 자리에서였다.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교육동에서 대중문화교류위원회 주관의 '2027 패노메논 추진계획 발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대중위는 출범 당시 미국의 최대 음악 축제인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이하 '코첼라')'을 뛰어넘는 K팝 페스티벌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던 바다. 행사명은 팬(Fan)과 현상을 뜻하는 페노메논(Phenomenon)을 합쳐 '패노메논'으로 지었다. 팬들이 일으키는 현상이라는 뜻에서다.

그로부터 약 10개월이 지난 이날 '2027 패노메논 추진 계획'을 발표하게 됐다.

'2027 패노메논'은 내년 12월 2~12일 총 11일간 창동 서울아레나와 고양 킨텍스 제2전시장 일대에서 열린다. 내년 12월 2일 전야제가 열리고, 같은 달 3~12일 본행사가 진행된다.

내년 5월 완공 예정인 창동 서울아레나에서는 2주에 걸쳐 K팝 그룹들이 무대에 오르는 콘서트와 시상식 결합의 무대가 펼쳐진다. 상은 가수들이 아닌 팬덤에게 수여한다. 박진영 위원장은 "가수의 팬들이 수상자고 가수가 대리 수상을 하는 식"이라면서 "분야별로 어떤 팬덤이 가장 뜨거웠는지를 리서치하고 분석해서 톱10을 선정한다. 그중에서 최고의 팬덤을 뽑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팬덤에게 상을 주는 방식을 택한 이유와 관련해서는 '팬덤' 소비자의 특수성을 언급했다.

박 위원장은 "K팝 팬분들은 소비 방식이 굉장히 다르다. 팬들이 소비자의 영역에 머무는 게 아니라, 가수와 파트너가 된다. 자기가 사랑하고 서포트하는 가수의 마케팅과 홍보를 팬들이 한다. 수동적으로 '음악 좋네'라면서 소비하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을 주체로 보고 이 아티스트의 음악과 콘텐츠가 널리 알려지는 데에 함께하는 파트너다. 팬덤을 산업으로 보는 것"이라면서 "그 차이를 규정·규명하고 격려하는 거다"라고 밝혔다.

그는 "예를 들어 스트레이 키즈의 팬이 올해 어느 정도의 규모로, 어떤 일들을, 어떻게 해서, 무슨 결과를 만들어냈는지가 제법 정확하게 추적된다"면서 "톱10 선정은 투표가 아닌,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지독할 정도로 치밀하게 조사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매트릭스를 어떻게 짤지 디테일하게 작업하고 있다. 거의 마무리 단계"라고 전했다.

이어 "2만석 규모의 창동 서울아레나에서는 헤드라이너 공연과 시상식이 열리고, 그 옆 전시장에서는 톱10 팬덤들을 축하하는 전시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양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는 여러 가수가 출연하는 음악 페스티벌을 비롯해 K-컬처를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는 타 장르 기업의 전시·체험 행사가 열린다. 아티스트·배우 팬 미팅을 비롯해 제작발표회, 영상 콘텐츠 상영, 게임 관련 공연, 이스포츠 대회, 영화·드라마 OST 공연, K컬처 관련 세미나 및 비즈니스 포럼 등을 기획 중이다.

대중음악은 물론이고, 영화·영상, 게임, 애니메이션, 웹툰, 푸드, 패션, 뷰티 등 다채로운 한국의 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박 위원장은 "5개 관을 대관했다. 축구장 7개 정도의 공간이다. 이곳에 한국을 대표하는 여러 분야 회사의 이벤트가 열린다. 공연도 보고 다른 문화도 경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대중위는 11일간 총방문객 52만명, 외래 관광객 20만명을 유치하고, 약 1조원의 경제효과를 창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휘영 장관은 "창동 서울아레나와 킨텍스 1일 수용 가능 관람객 수를 토대로 계산한 것"이라면서 "광화문, 성수, 홍대 등에서 다양한 이벤트가 벌어질 텐데 거기에 참여하는 분들은 뺀 거다. 직접적으로 입장객 수준으로 봤을 때의 숫자로만 추정했다"고 부연했다.

최 장관이 "어마어마하게 큰 행사이고, 초유의 일"이라고 말한 만큼, 이번 행사를 두고 나라의 예산은 어느 정도 투입되는지, 실질적인 수익은 어느 정도 날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 최 장관은 "외국에서 K팝 팬들을 모셔 오고, 홍보도 해야 하고, 국내에 들어와서 이동도 해야 하므로 정부 자금, 정부가 주도하는 행사도 다양하게 기획이 될 거다. '패노메논' 자체도 티켓이 유료고, 스폰서십도 있을 거다. 수익이 있는 구조로 짜인다. 모든 돈이 비용으로만 돌아가는 건 아니고, 수익적으로도 되돌아올 수 있는 구조로 짜이고 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 역시 "가장 중요한 건 돈이 벌릴 거라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돈이 벌리지 않는 일에 민간 회사나 전 세계 아티스트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면서 K팝 대형 4사(하이브, SM, JYP, YG)가 참여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4개 사는 합작 법인 설립까지 추진 중이다. 현재 기업 결합심사 중이라고 박 위원장은 전했다.

그는 "4사가 한목소리, 한 팀으로 움직이려고 회사까지 만들었다. 이 회사와 정부가 힘을 합쳐서 공익적인 목표를 달성하려고 하고 있다. 그러니 굉장히 파워풀해지는 것"이라면서 "공익적인 목표도 달성하는데, 그렇다고 수익이 안 생기는 사업이 아니다 보니, 회사들도 동기부여가 되고 동시에 공익적인 걸 해보자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아직 라인업을 발표하긴 이르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코첼라'만 해도 우리나라 가수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 레벨로만 가면 톱스타들이 다 참여하려고 할 것"이라면서 "팬덤에게 상을 주는 거라 가수 입장에서 안 가기가 굉장히 그렇다. '여러분 대신 제가 받았어요'라고 하는 건데 안 가는 게 쉽지 않은 결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 가수의 연말 일정이 몰리는 12월에 시상식을 개최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가장 정신없는 시기이지만, 1년을 정리하는 느낌이 나고 기대치가 있을 것 같았다. 4대 기획사 대표님과 실무진들과의 치열한 논의 끝에 해볼 수 있겠다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기획사나 아티스트들에게 이 이벤트가 손해가 되는 일이면 오래 못 간다. 첫 회에는 '이것 때문에 스케줄 빼야 해?'라고 할 수 있지만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아티스트들에게 힘이 되는, 하고 싶어 하는 이벤트가 되게 하는 게 목표다. 아티스트나 기획사가 희생한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을 거다. 처음에 자리 잡을 때만의 얘기"라고 덧붙였다.


대중위는 국내 패노메논 시상식 개최와 함께 △2028년 5월 미국 LA서 패노메논 페스티벌 개최 △전 세계 주요 도시에 K컬처 센터 건립 등을 목표로 내세웠다.

페스티벌과 관련해서는 "축제는 외국에서 열려야 한다. 우리 문화를 외국에 알리는 걸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현지 분들이 많이 모이는 게 중요해서 외국에서 하는 게 맞다"면서 "파급력, 경제 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건 지금으로서는 LA다. 전 세계 엔터테인먼트의 수도이지 않나. 그 파급력을 보고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K컬처 센터에 대해서는 "2만석 되는 공연장을 만들되 그 안에 정부, 각종 기업,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각 분야의 스토어를 같이 집어넣는 거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우주선 하나가 떠서 전 세계 주요 도시에 착륙해 있는 이미지를 떠올리시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끝으로 박 위원장은 취재진을 향해 "도와달라. 진짜 힘든 일"이라고 읍소했다. 그는 "너무 시상식이 많기도 하고, 아무리 좋은 뜻으로 간다고 해도 4사의 이해관계가 있고, 스케줄도 있고, 정부도 민간과 일한다는 게 많은 소통이 필요하다"며 관심과 응원을 부탁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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