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수탁자책임 확보 등을 위한 방안 연구’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수탁자 책임 강화를 골자로 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을 검토 중이다. 한국고용복지연금연구원이 정부 의뢰로 지난 4월 작성한 이 보고서는 법 개정 조문까지 담고 있어 향후 입법 논의의 유력한 참고 모델로 평가된다.
보고서는 운용 중인 공공형 기금제도 ‘푸른씨앗’에 더해 은행·보험·증권사 등이 주식회사 형태의 수탁법인을 설립해 다수 기업의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금융기관 개방형(영리형)과 특정 산업의 노사 대표가 공동으로 비영리 재단법인을 세워 통합 운용하는 산업형(연합형) 기금을 신설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핵심은 수탁자(법인)의 책임 구조다. 지금까지는 수탁자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않아 손실을 보더라도 가입자가 금융회사의 고의·과실을 입증해야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었다. 앞으로는 수탁법인이 고의·과실이 없었음을 스스로 입증해야 책임을 면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법인 책임과 별도로 이사 개인에게도 ‘연대책임’을 지우며, 수탁자의 의무를 위반한 이사·감사·위원은 해임까지 명할 수 있도록 한다.
다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고의·과실 입증 책임이 전가되면 단순 투자 손실이 발생해도 가입자가 무리하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정치적인 판단에 따라 손실을 배상해야 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퇴직연금업계 관계자는 “이사에게 연대책임을 지우면 이사회를 구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보고서는 수탁자 책임을 강화하는 대신 ‘책임보험’을 법제화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수탁자의 과도한 책임 부담을 덜어 전문 인력의 참여를 유도하고, 가입자 손실이 발생했을 때 실질적인 배상 수단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국내에 없던 ‘저성과 기금 퇴출제’도 검토 대상이다. 고용노동부 장관이 연 1회 이상 수탁법인의 적립금 운용·자산관리 성과와 인력 전문성, 경영 안정성 등을 평가해 성과가 부진하면 신규 가입자 모집 제한 등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보고서는 기금형 도입으로 전문 운용과 책임 있는 지배구조를 결합해 수익률 경쟁을 유도하고, 성과가 낮은 사업자는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퇴출되는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곽용희/김진성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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