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29일 속수무책으로 폭락했다. 코스피지수는 5% 급락해 5600선으로 코스닥지수는 6% 하락해 660선으로 주저앉았다. 두 시장에는 증시 역사상 처음으로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20분간 매매 중단)가 발동됐다.
반도체 고점론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 속 SK하이닉스가 주주환원과 실적 가이던스(전망)를 제시하지 않으면서 실망 매물이 대거 쏟아졌다. 그동안 증시 상승을 이끌던 개인의 투자심리가 무너지면서 매도가 매도를 부르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장보다 360.42포인트(5.98%) 내린 5663.24로 거래를 마쳤다. 지수가 5600선까지 밀린 건 종가 기준으로 지난 4월7일(5494.78)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이날 1.09% 상승 출발한 코스피지수는 장중 12% 넘게 낙폭을 확대해 5200선까지 밀리기도 했다. 오전 10시55분께 유가증권시장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매매 매도 호가 일시 효력정지)가 울린 데 이어 오후 12시32분께 서킷브레이커가 연이어 발동됐다.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으로 증시 역사상 처음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2조9319억원과 7643억원 순매도했다. 장 초반 '사자'에 나섰던 외국인이 '팔자'로 돌아서면서 지수의 하방 압력을 더했다. 반면 기관이 3조6092억원 순매수했는데 이중 개인의 상장지수펀드(ETF) 물량으로 추정되는 금융투자가 2조1864억원이었다. 이날 연기금도 338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이날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돼 국제 유가가 다시 뛰자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커졌다. 미국 빅테크의 인공지능(AI) 투자 지속성에 대한 경계감과 중국의 '반도체 굴기'로 메모리 산업 내 공급 경쟁이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여전히 투자심리를 짓눌렀다. 여기에 더해 이날 SK하이닉스가 시장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는 실적과 주주환원을 발표하면서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투매가 나타났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마이크론과 다르게 (장기공급계약과 관련해) 명확하지 않은 설명으로 반도체 업황 우려가 잔존했다"며 "주주환원과 관련해서도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되지 않으면서 실망감이 가중됐다"고 분석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전날 10% 급락한 이후 오늘은 반등할 것이란 기대감이 후퇴하면서 대다수 주식 보유자들이 손실을 확정 짓고 패닉 셀링(투매)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 폭락의 본질"이라며 "단일종목 인버스 거래가 폭발한 점도 부차적으로 변동성의 출력을 높였다"고 진단했다.
코스피 전체 상장 종목 919개 중 개(87.7%)가 하락했다. 메모리 대장주 삼성전자(-5.23%)와 SK하이닉스(-9.61%)는 각각 '20만전자'와 '140만닉스'로 밀렸다. 이밖에 SK스퀘어(-8.11%) 삼성전기(-7.63%) 삼성생명(-6.84%) 삼성바이오로직스(-4.52%) LG에너지솔루션(-4.3%) KB금융(-3.09%) 현대차(-2.88%) 등 시가총액 상위 10위권 종목 모두 하락했다.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43.17포인트(6.12%) 내린 662.68로 거래를 마쳤다. 1.11% 상승 출발한 코스닥지수 역시 장 초반 하락 전환해 장중 낙폭을 10% 넘게 확대해 630선까지 밀리기도 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오전장에 매도 사이드카가 울렸고 오후에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이 시장에서는 개인이 4801억원 순매도했고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3347억원과 1463억원 순매수했다.
코스닥에서는 전체 1737개 종목 중 1557개(89.64%)가 하락했다. 시총 상위 종목 중 주성엔지니어링(-9.86%) 에코프로비엠(-9.04%) 에이비엘바이오(-7.99%) 리노공업(-5.52%) 등이 내린 반면 파마리서치(4.13%) HLB(.28%) 등이 올랐다.
엔젤로보틱스(29.87%) 에스피지(20.29%) 현대무벡스(12.47%) 등 로봇주는 일제히 급등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신규 휴머노이드 로봇 신제품 수입을 금지하면서 반사이익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게 증권업계 분석이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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