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약품이 시장 예상치를 웃돈 2분기 실적을 발표했지만 주가는 이틀 연속 급락했다. 대규모 기술료가 반영된 일회성 호실적보다 핵심 자회사인 북경한미유한공사(북경한미)의 실적 부진과 중국의 의약품 가격 인하 여파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투자심리를 짓누른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사 5곳은 한미약품의 목표주가를 일제히 내렸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9일 한미약품은 전날 대비 14.02% 내린 32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직전 거래일인 28일에도 4.10% 하락해 실적 발표 후 이틀 동안 17.54% 떨어졌다.
2분기 '깜짝 실적'도 주가 하락을 막지 못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미약품의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467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9.3%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310억원으로 116.9%, 당기순이익은 840억원으로 95.5% 늘었다.
영업이익은 실적 발표 전 컨세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 1107억원을 18.4% 웃돌았다. 지난 5월 미국 일라이릴리에 기술이전한 희귀질환 치료제 '소네페글루타이드'의 계약금 7500만달러가 약 1127억원의 기술료 수익으로 한꺼번에 반영된 영향이다.
반면 투자자들이 이익 지속성을 가늠하는 본업과 자회사 실적에서는 우려가 나왔다. 한미약품이 공개한 실적 자료에 따르면 중국 현지법인인 북경한미의 올 2분기 매출은 60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9.9%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6억원에 그쳐 96.6% 급감했다.
중국 정부의 의약품 집중구매제도(VBP)가 북경한미의 주력 제품 가격과 판매 실적에 직격탄을 날렸다. 집중구매제도는 정부가 입찰을 통해 대규모 의약품 물량을 공동 구매하는 대신 제약사 간 가격 경쟁을 유도하는 정책이다. 주력 품목인 소아용 기침가래약 '이탄징'과 변비약 '리똥' 등이 입찰 경쟁과 약가 인하의 영향을 받은 가운데 영업·연구개발 관련 고정비 부담이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적 발표 다음날 보고서를 낸 증권사 가운데 DB증권은 목표주가를 63만원에서 57만원으로, 미래에셋증권은 70만원에서 64만원으로 내렸다. 다올투자증권은 71만원→69만원, 메리츠증권은 69만원→63만원, NH투자증권은 70만원→57만원으로 각각 조정했다. 5곳 모두 투자의견 '매수'는 유지했다.
이들이 눈높이를 낮춘 공통된 이유는 북경한미의 회복 지연이다. 전문가들은 입찰 품목의 점유율을 높이고 집중구매 비대상 제품을 육성하더라도 중국 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과 유통구조 변화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명선 DB증권 연구원은 "북경한미가 집중구매 경쟁 품목군 내 점유율을 확대하고, 비대상 품목을 육성하더라도 과거 사례를 보면 단기간에 부진이 해소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올해 한미약품 매출 추정치를 1조7193억원에서 1조6280억원으로 5.3%, 영업이익 추정치를 3232억원에서 3093억원으로 4.3% 낮췄다.
김승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북경한미의 실적뿐 아니라 국내 제네릭 의약품 가격 인하에 따른 비교 기업의 기업가치 하락을 반영했다. 한미약품의 영업가치를 기존 5조9000억원에서 5조2000억원으로 낮추고 적용 배수도 14.6배에서 13.4배로 조정했다.
한승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북경한미 부진과 함께 대사이상 지방간염(MASH) 치료제의 개발 성공 가능성을 보수적으로 책정했다. 영업가치를 6조4000억원에서 5조2000억원으로, 신약 후보물질 가치를 2조5000억원에서 2조원으로 각각 낮췄다. MASH 치료제인 삼중작용제 '에포시페그트루타이드'의 임상 2상 성공 확률은 기존 55%에서 20%로 내려 잡았다.
호실적의 상당 부분이 일회성 기술료에서 발생한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기술료를 제외하면 올해 하반기에는 이익 규모가 2분기보다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다만 증권가는 단기 실적에 대한 눈높이는 낮추면서도 신약 후보물질의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평가했다. 하반기에는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 계열 비만·당뇨병 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의 허가와 출시가 예정돼 있다. 출시가 현실화하면 한미약품의 비만 치료제 사업이 연구개발 단계를 넘어 상업화 단계에 진입하게 된다.
김준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북경한미의 수익성이 과거 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도 "하반기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국내 출시를 통해 한미약품의 비만 치료제 사업이 본격적인 상업화 단계에 진입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승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대사, 희귀질환 파이프라인의 기술수출 여부에 주목해야 한다"며 "에페글레나타이드는 글로벌 비만약 대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고 한미약품이 보유한 국내 영업망과 만성질환 시장에서의 높은 영업력을 활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연지 한경닷컴 기자 kong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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