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폭락 온다"…레버리지가 부추긴 코스피 공포 '확산' [분석+]

입력 2026-07-29 22:00   수정 2026-07-29 22:41

"더 큰 폭락 온다"…레버리지가 부추긴 코스피 공포 '확산' [분석+]


29일 국내 증시 역사상 처음으로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20분간 매매 중단)가 발동되면서 시장이 패닉에 빠졌다. 증권가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와 중국 반도체,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둔화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변동성을 키웠다고 진단했다. 시장에서는 '진짜 바닥'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AI 기반 투자정보 플랫폼 에픽AI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5.98% 하락한 5663.24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전날에 이어 서킷브레이커가 또 발동되면서 5262.77선까지 밀려나다가 막판으로 가면서 낙폭을 메웠다. 국내 증시 역사상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코스피는 전날 기준 월간 28.9%의 하락률을 보이면서 이미 사상 최고 하락률을 기록했다. 이는 종전 최고치인 1997년 10월의 -27%를 웃도는 기록으로, 당시에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으로 나라 경제가 붕괴 직전까지 갔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주가 하락률은 충격적이라는 게 여의도 증권가의 공통된 시각이다.

코스피의 가파른 하락세에는 정부가 지난 5월 말 도입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품이 불을 댕겼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부는 지난 4월21일 상품 도입을 위한 국무회의 의결을 마치고 일주일 만인 28일 시행령을 공포했다. 한 달 뒤인 5월27일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기초 ETF 16종과 상장지수증권(ETN) 2종의 동시 상장이 이뤄졌다.

정부는 뒤늦게 관련 대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이미 불붙은 투심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일부터 이날까지 개인투자자는 KODEX 레버리지를 1조1584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코스피가 10% 넘게 급락한 지난 28일 개인은 레버리지 ETF를 대거 순매수했다. 코스피가 장중 12% 급락한 이날에도 개인투자자들의 레버리지 ETF 매수세는 이어졌다. 개인은 KODEX 레버리지를 2660억원, KODEX200을 648억원 순매수했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레버리지 ETF 투자 손실 규모가 크게 불어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모하메드 아파바이 씨티글로벌마켓증권 아시아태평양 트레이딩 전략 헤드는 기관투자자 대상 시장 논평에서 한국 자산을 기초로 하는 레버리지 ETF 개인투자자의 누적 손실이 약 387억달러(약 56조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코스피가 전날에 이어 재차 급락하자 시장에선 '진짜 바닥'이 어딘지에 대한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6800선을 중심으로 반등을 모색했지만 불과 이틀만에 1000포인트 넘게 지수가 빠지면서 '5000피' 구간에서 새로운 지지선을 찾아야 할 형편이 된 것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기계적 매도를 문제로 지목하며 코스피 6800선을 가장 중요한 기술적 지지선으로 제시했다. 6800선을 지키지 못할 때 다음 지지선은 6500선이고, 이마저 이탈하면 6100∼6000선까지 추가로 밀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모건스탠리도 최근 보고서에서 향후 3∼6개월 코스피 예상 범위로 6000∼9000을 제시했으며 국내 증권가 전문가들 역시 6000선을 바닥으로 보는 견해가 우세했다.

그런데도 6000선이 뚫리고 새 바닥을 찾을 상황이 된 데는 중국 창신메모리(CXMT)의 상하이 증시 상장 흥행, 중국 국영기업의 심자외선(DUV) 노광장비 개발 등에 따른 불안감에 더해 한국 주식시장의 기초체력이 극단적으로 떨어진 상태란 점이 거론된다. 7월 한 달 동안에만 코스피와 코스닥 양시장에서 6차례나 서킷브레이커가 걸리는 초(超)고변동성 장세에 투자심리가 완전히 무너진 탓이다.

김용구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기업의 성장 가능성과 실적은 여전히 탄탄하지만 시장에서는 막연한 불안감이 투자심리를 짓누르면서 주가가 계속 힘을 쓰지 못하는 백약무효의 장세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며 "좋은 실적이나 기업 가치만으로는 하락세를 막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금 시점에서는 장중 6000선이 깨질 정도로 추세가 일그러진 상황 속에 '이제라도 매도해 주식을 정리할 것인지, 보유하며 이후 반등 기회를 노릴지의 선택의 문제가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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