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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2021년 주 UN 대표부 법무 협력관으로 3년간의 외교관 파견 근무를 마치고 일선 검찰청 부장검사로 복귀했을 때,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초등학생인 아들은 어느 국제학교에 보내느냐"는 것이었다. 필자가 초등학교 시절, 외환은행에 근무하던 부친의 파나마지점 발령을 계기로 현지 국제학교인 파나마 국제학교(ISP)를 졸업했다는 사실을 아는 주변 사람들이 특히 많이 물었던 것 같다. 필자는 검사 봉급에 비해 고액인 학비가 부담스럽다는 말 대신 웃으며 "서울중앙지검 검사 시절 대표적 외국인학교 관계자들을 교비 유용으로 수사해서 외국인학교들이 반기지 않을 것 같다"며 동문서답으로 넘기곤 했지만, 국제학교에 대한 주변의 관심은 지대했다.
우리나라 부모만큼 자녀에게 최상의 교육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소위 '기러기'까지 하면서 애쓰는 부모도 드물 것이다. 특히 부모 세대와 달리 자녀가 영어를 '네이티브'처럼 구사하는 모습을 꿈꾸는 부모들에게 국제학교는 가족들이 한국에서 함께 있을 수 있기에 더욱 매력적 선택지다.
국제학교, 모두 같은 학교가 아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국제학교'는 엄밀한 법률 용어는 아니다. 실제로는 외국인학교, 외국교육기관, 그리고 인가 없이 학교 형태로 운영되는 이른바 미인가 교육시설 등이 뒤섞여 사용된다. 그러나 이들은 설립 취지, 설립 주체, 입학 자격, 학력 인정 등에서 차이가 있다.
외국인학교는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자녀와 외국에서 일정 기간 거주하고 귀국한 내국인 자녀 등을 교육하기 위해 설립된 초·중등교육법상 학교다. 외국인, 비영리 외국 법인 또는 국내 학교법인 등이 설립할 수 있고 관할 교육감의 인가와 감독을 받으며, 사립 외국인학교에는 교비회계 등과 관련한 사립학교법 규정이 적용된다. 입학 자격은 기본적으로 외국인의 자녀, 외국에서 총 3년 이상 거주한 내국인, 학업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귀화자 자녀 등에게 주어진다. 내국인 학생은 원칙적으로 정원의 30% 이내에서 입학할 수 있으며, 시도 교육 규칙에 따라 그 비율을 50%까지 높일 수 있다. 내국인 학생이 국어와 사회를 포함한 2개 이상의 교과를 각각 연간 102시간 이상 이수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편성하는 등 법정 요건을 갖춘 외국인학교는 국내 학력을 인정받을 수도 있다.
외국교육기관은 성격이 다르다. 경제자유구역이나 제주특별자치도, 평택시, 새만금 사업지역 등 법률이 정한 지역에 외국학교법인이 설립하는 교육기관이다. 경제자유구역 및 제주특별자치도 등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교육여건을 향상함으로써 외국인의 투자 환경을 조성하려는 경제·산업 정책적 목적에서 도입됐다. 입학 자격은 기본적으로 외국인학교와 달리 내국인에게 외국 거주 경력 등을 요구하지 않지만, 초·중등 외국교육기관의 경우 내국인 학생 비율은 원칙적으로 정원의 30% 범위에서 정해지고, 지역 교육여건에 따라 20%포인트 범위에서 확대될 수 있다.
'국제학교' 간판만으로는 부족해

문제는 그 어느 범주에도 속하지 않으면서 '국제학교, '아카데미' 등의 이름으로 운영되는 시설이다. 해외 교육기관의 인증을 받거나 학원으로 등록했더라도 그것이 학교 설립 인가를 받았다는 뜻은 아니다. 학생들을 학년별로 모집하고, 평일 전일제로 국어·영어·수학 등 정규 교과를 가르치며, 담임교사·학기·성적표·졸업 제도를 운용한다면 간판이 학교가 아닌 학원이나 아카데미라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미인가 교육시설에 해당할 수 있다. 초ㆍ중등교육법 제67조 제2항은 학교설립 인가를 받지 아니하고 ㉠ 학교의 명칭을 사용한 자와, ㉡ 학생을 모집하여 시설을 사실상 학교의 형태로 운영한 자를 함께 형사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교육부는 2026년 4월 미인가·미등록 교육시설에 대한 감독과 단속을 강화하고, 위법 사실을 시정하지 않는 시설에 대해서는 고발이나 수사 의뢰 등 적극적인 조처를 하겠다고 밝혔다. 미인가 시설은 교원 자격, 교육 과정, 폐업 시 학비 반환 등에서 학생과 학부모를 보호할 공적 장치가 취약하기 때문이다.
국제교육 수요와 법의 균형을 찾아야
필자가 서울중앙지검 국제범죄수사부(당시 외사부) 검사 시절 외국인학교 교비 유용 사건들을 수사하며 느낀 점은 정식 인가를 받은 외국인학교라 하더라도 교비 지출 등 운영 측면에서 사립학교법상 법적 리스크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즉, 외국 명문 학교의 브랜드나 설립인가도 교육의 가치를 높이는 요소일 수는 있어도, 법적으로 무결함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정식 설립 인가를 받은 곳도 리스크가 큰데, 법·제도적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는 미인가·미등록 교육시설은 어떠하겠는가.
학부모가 국제교육을 선호하는 현실 자체는 비난할 수는 없다. 외국어 중심 수업과 해외 대학 진학과의 연계 등 장점도 있다. 하지만, 외국 명문 학교 같아 보이는 외국식 이름, 또는 외국 대학 입학 결과만 믿고 학력 인정 여부나 해당 시설의 법적 지위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고액의 학비를 납부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학부모에게는 해외 유수 대학 입학 성과를 자랑하는 해당 기관의 홍보자료보다 먼저 교육부와 관할 교육청의 공식 인가 자료 확인을 권하고 싶다. 해외 인증을 받았다는 점만으로는 부족하고, 국내 학력 인정 여부, 설립 인가 및 운영 주체, 학비 반환 규정, 교원과 시설 기준 등을 상세히 살핀 후 자녀의 상황에 맞는 선택을 해야 한다. 운영자 역시 자신이 학원이나 유학원을 운영한다고 생각하더라도 실제 운영이 학교 형태라면 형사고발, 폐쇄 명령, 학비 반환, 손해배상 문제에 직면하는 리스크가 상존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미인가·미등록 교육시설에 대한 감독과 단속 강화는 학생 보호와 교육의 공공성을 위해 필요하다. 하지만 단속을 아무리 해도 현행 공교육만으로 충족되지 않는 국제교육 수요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정부도 국제교육에 대한 현실적 수요를 제도권 안에서 수용할 수 있도록 합법적 교육기관과 프로그램의 공급을 합리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국제적 교육 공급 확대와 병행하여, 외국식 간판이 국내 교육 관련 법제를 우회하지 않도록 법·제도적 테두리 안에서 지속적 관리·감독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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