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 기준도 구체화했다. AI로 대체할 수 있는 업무를 찾아 워크플로를 다시 설계하거나 실무용 AI 에이전트를 개발하면 점수가 부여된다. 재무 효과·인력 효율성을 확보한 성과에는 가장 많은 점수를 배정한다. 단순 교육 이수나 서비스 접속 기록보다 AI가 실제 업무 방식과 조직 생산성을 얼마나 바꿨는지를 보겠다는 취지다. 'AI를 도입했다'는 보고서를 내는 데 그치지 않고 업무 프로세스 개편, AI 에이전트 개발, 재무·조직 효율성 개선 등 구체적인 성과를 내야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구조다.
이번 개편은 연초부터 추진한 AX 전략의 연장선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신년사에서 "일하는 방식과 조직 DNA를 송두리째 바꿔야 한다"며 연구개발(R&D), 생산, 마케팅, 지원 등 전 밸류체인에 AI를 접목할 것을 주문했다. 임원 평가를 통해 조직의 실행 속도를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평가에 앞서 활용 기반 먼저 넓혔다. 지난 6월엔 디바이스경험(DX)부문 임직원 업무에 구글 제미나이, 오픈AI 챗GPT, 앤트로픽 클로드 등 외부 생성형 AI를 도입했다.
이에 앞서 임직원 2500명을 대상으로 현장 검증을 거쳤고 보안 교육을 마친 직원에게만 사용 권한을 주기로 했다. 자체 모델 '삼성 가우스'와 외부 서비스를 함께 쓰는 투트랙 체계다. 제품·서비스 기획, 글로벌 마케팅, 다국어 해외 업무, 시장·고객 데이터 분석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는 게 목표다.
해외에서도 평가 기준이 바뀌고 있다. 일본 미쓰비시상사는 2025회계연도부터 일본딥러닝협회의 'G검정' 합격을 관리직 승진 요건으로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패밀리마트는 지난 4월부터 전 직원 약 4500명이 개인 업무 목표에 AI 활용 계획을 포함하도록 하고 달성도·개선 성과를 인사고과에 반영하기로 했다. 전일본공수(ANA)도 AI로 업무를 개선한 결과를 평가·급여에 연계하고 있다.
캐나다 전자상거래업체 쇼피파이는 지난해 AI 사용을 전 직원의 기본 요건으로 선언하고 성과평가·동료평가 문항에 AI 활용 항목을 넣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액센추어는 올해 고위 관리자들이 리더십 직위로 승진하려면 AI 도구를 정기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이를 위해 일부 직원의 주간 로그인 기록도 추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인적자원(HR) 업계에선 직무별로 AI를 적용할 수 있는 범위와 학습 환경이 다른 만큼 획일적인 잣대는 공정성 논란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용 횟수나 자격증 보유 여부만 세면 '평가를 위한 AI 활용'에 매몰될 수도 있다. 삼성전자가 단순히 AI 접속량이 아니라 워크플로 개편, 재무·인력 효율성 등 실질적 성과에 배점을 집중한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HR 업계 관계자는 "AI를 쓸 줄 아는지를 넘어 AI로 무엇을 바꿨는지가 인사 경쟁의 새 기준이 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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