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증시가 조정을 거치면서 증권가에선 가치투자에 맞는 종목들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치투자는 주가가 기업의 본질적 가치보다 낮은 종목을 매수한 뒤 적정 가격이나 그 이상으로 올랐을 때 파는 투자 방식이다. 주식 투자로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 중 하나로 꼽히는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이사회 의장이 가치투자의 대가로 꼽힌다.
한국에선 가치주 소외 현상이 더욱 두드러졌다. 한경닷컴이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데이터가이드 서비스를 활용해 최근 10년(2016년 7월 말~2026년 7월 말) 동안 ‘순유동자산’(NCAV)이 시가총액보다 작은 종목에 투자해 1년에 한 번씩 리밸런싱(포트폴리오 재조정)하는 투자전략을 시뮬레이션한 누적 수익률은 코스피 등락률(172.87%)을 대폭 밑돈 -8.22%로 집계됐다. 코스피 대비 초과수익률을 기록한 해가 10년 중 네 해에 불과했다.
포트폴리오 구성 종목은 △NCAV가 시가총액보다 크고 △직전연도 연간 당기순이익이 흑자이며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이 유입(+)돼야 한다는 조건으로 선별했다. 선별된 종목 중 시가총액이 큰 20개 종목을 동일 비중으로 매수한 것으로 가정했다. 저평가 상태이면서 수익성도 확보한 기업을 추렸다.
NCAV 전략은 워런 버핏의 스승이자 가치투자이론을 정립해 ‘가치투자의 창시자’로 불리는 벤자민 그레이엄이 개발했다.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이라는 조건보다 훨씬 더 극단적인 저평가 상태를 걸러낸다. 회계적으로 1년 안에 현금화할 수 있다고 판단된 유동자산에서 전체 부채를 뺀 순유동자산을 시가총액과 비교한 지표다.

KB증권 리서치센터에서 퀀트 분석을 담당하는 김민규 연구원은 “시장 전반에 낙폭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좀처럼 매수에 손이 나가지 않을 수 있지만, 멀리 바라보는 가치투자의 관점에선 지금처럼 ‘보물’을 찾기 좋은 시기도 드물다”며 “최근 주가 하락이 무차별적으로 진행된 만큼, 그 과정에서 펀더멘털에 비해 가격이 과도하게 눌린 종목도 함께 섞여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가장 주목할 만한 시기가 ‘코로나 랠리’의 막바지가 포함된 2020년 8월1일부터 2021년 7월31일까지 유지한 포트폴리오다. 코스피가 42.37% 상승하는 동안 NCAV 전략을 수행한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은 66%를 기록했다. 랠리 막바지에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이 늦어지는 사이 넘쳐나는 유동성이 중소형주로 순환매하며 저평가 종목들 주가 급등을 불러왔다.
‘코로나 랠리’의 막바지에 글로벌 주식시장 안팎에선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하지만 당시 미 Fed를 이끌던 제롬 파월 의장은 당시의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며 통화긴축을 머뭇거렸다. 하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시작된 전쟁이 꿈틀대던 물가를 치솟게 하자 미 Fed는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올릴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시작된 급락장에서 저평가 종목으로 구성한 포트폴리오는 상대적으로 덜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주식시장 전체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시스템 위기’가 닥치자, 코로나 랠리 과정에서 ‘언택트’(비대면) 모멘텀으로 특히 많이 오른 성장주들이 하락을 주도했고, 자산가치가 부각된 가치주들은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이 같은 소외 현상은 최근 전개된 반도체 대형주 중심의 랠리에서 가장 극단적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대형주로의 수급 쏠림이 코스피를 무려 79.31%나 끌어올린 2025년 8월1일부터 2026년 7월30일까지 유지된 저평가 가치주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은 -3.92%에 그쳐 극단적인 양극화를 보여줬다.
과거에도 비슷한 패턴이 반복됐다. 2010년대 중반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초입이었던 2016년 8월1일부터 2017년 7월31일까지 코스피는 대형 IT주 주도로 18.38% 상승했다. 반면 저평가 가치주 포트폴리오(-2.37%)는 손실을 냈다.
미·중 무역분쟁이 본격화되며 주식시장의 활력이 떨어진 2017년 8월1일~2018년 7월31일의 시기에도 저평가 가치주 포트폴리오는 부진했다. 코스피가 5.27% 하락하는 동안 손실폭이 19.34%에 달했다.
인플레이션과 고(高)금리 부담으로 코스피가 3.89% 오르는 데 그친 2023년 8월1일~2024년 7월31일 구간에서도 가치주 포트폴리오의 잔고는 8.41% 쪼그라들었다.
투자자들이 ‘성장 스토리’와 ‘실적 모멘텀’에 높은 프리미엄을 부여할 때, 성장이 정체된 자산주는 시장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시가총액을 뛰어넘는 풍부한 자산을 쌓아뒀지만, 이를 효율적으로 운용하지 못한 탓에 주식시장에서 박한 평가를 받게 된다.
이런 맥락에서 2024년 8월1일부터 2025년 7월31일까지 유지된 포트폴리오 수익률(19.08%)이 코스피 상승률(16.84%)을 소폭이나마 앞섰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정부 주도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추진되면서, 자산 효율성이 낮거나 저PBR에 방치돼 있던 자산주들이 재평가받았기 때문이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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