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검사의 직접 수사권은 물론 사건 송치 이후 직접 보완수사 권한까지 완전히 박탈하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현실화했다. 수사 공백에 대한 우려 속 여야는 엇갈린 반응을 내놨다.국회는 31일 본회의를 열고 검사의 직접 수사 및 보완수사 권한을 전면 폐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표결에 부쳐 재석 178명 중 찬성 175명, 반대 2명, 기권 1명으로 최종 의결했다. 이날 개정안이 통과되자 민주당 의원석에서는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전날 개정안의 본회의 상정 직후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저지에 나섰던 국민의힘 의원들은 일방 처리에 반발해 표결에 불참했다.
민주당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 사위 곽상언 의원이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다. 이소영 의원은 기권했다.
곽 의원은 개정안 통과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곧 다가올 국민의 고통이 눈에 보이고 국민의 눈물이 귀에 들리는데 다른 선택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역시 이재명 대통령에 거부권(재의요구권)을 촉구하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현안 관련 백브리핑을 열고 "이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고 정부로 이송되면 대통령은 15일 이내에 재의요구권을 행사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이제 공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넘어갔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개정안에 포함된 공소기각 요건 확대 내용에 대해서는 "누가 봐도 재판 중지 상태에 있는 이 대통령을 위한 맞춤형 입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사법리스크를 제거할 수 있는 법과 판사 모두를 확보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에게 분명하게 말씀드린다. 이 법안이 '이재명 탈옥법'이라는 오명을 받기 싫다면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국민의힘은 이 악법을 철폐하기 위해 헌법심판 청구 등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최은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민주당이 끝내 국민 여론을 외면하고 소수 강성 지지층의 손을 들어줬다"며 "경찰 수사의 빈틈을 메우고 억울한 범죄 피해자의 마지막 안전망 역할을 해온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최 수석대변인은 "장윤기 사건, 부산 돌려차기 사건, 김창민 감독 폭행 사건, JMS 성폭력 사건 등은 검찰의 보완수사가 있었기에 진실을 밝힐 수 있었다"며 "이번 법 개정으로 이 같은 사건들이 끝내 묻힐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셈"이라고 우려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도 이날 본청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은 오늘을 기억해야 할 것"이라며 "국민 대다수를 억울하게 하고 피해를 주는 정책을 아무런 합리적인 근거 없이 밀어붙이는 정권은 계속 유지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한 의원은 "역사상 이렇게 사법 후퇴가 일어난 적이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며 "치욕적인 날로 국민들이 기억하실 거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승원 의원은 "그동안 성원해 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불행한 역사가 이제 마쳐진다. 저희는 이렇게 기대한다"고 했다.
그는 "사법경찰관 그리고 검사가 서로 견제와 균형 속에서, 때로는 협력하면서 실체적 진실을 밝혀 범죄자는 처벌하고 또 피해자는 그 피해를 회복시켜주며 이 땅에 사법의 정의가 숨 쉴 수 있는 그런 대한민국을 함께 공직자로서 만들어 나가기를 강력히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했다.
법사위원장인 서영교 의원도 "민주주의의 승리"라며 "오욕의 검사는 이제 사라진다. 피해자에 대한 보호는 더욱 두텁게 하고 범죄자는 끝까지 쫓아가서 처벌한다. 누명 쓴 사람 없기에 훨씬 더 좋아진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진정한 민생 입법"이라고 주장했다.
검사의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에 앞장서 왔던 강경파 김용민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지난 7.5. 당 대표출마를 포기하며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약속을 오늘 지켰다"며 "수사·기소 완전 분리한 법을 7월까지 통과시키겠다는 약속을 드디어 지켜냈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맨몸으로라도 굴러서 마침내 도착했다. 강력한 저항을 함께 버텨내 주신 모든 분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주희 원내대변인은 "70여년간 이어져 온 형사사법 체계가 마침내 '수사와 기소의 분리'라는 원칙 위에 다시 서게 됐다"며 "이제 남은 과제는 민생이다. 민주당은 신속처리대상안건 심사 기간을 단축하는 국회법 개정안과 본회의에 계류 중인 민생법안 처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에도 이목이 쏠렸지만, 청와대가 국회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재가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국회의 입법 과정과 최종 판단을 존중한다"며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통해 권력의 독점과 남용을 막는 한편, 피해자와 국민 인권 보호 수준을 높임으로써 형사사법 시스템이 국민 곁으로 한 걸음 더 다가서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청와대는 이번 개정안이 현장에서 차질 없이 시행되고, 국민께서 삶 속에서 그 변화를 체감하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김희선 한경닷컴 기자 gimme_s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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