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이 당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을 강행했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에서 도입된 검사의 가장 큰 경찰 견제 장치가 사라지게 됐다. 검경의 ‘핑퐁 게임’ 속에 피해자 구제가 어려워지고 형사소송 과정 자체가 복잡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법조계에선 형사사법체계의 근간이 흔들릴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고소·고발 단계부터 형사재판까지 변경·추가된 핵심 절차는 10가지가 넘는다. 검사의 수사권 조문을 삭제하면서 보완책 삼아 생겨난 것이다. 대표적으로 경찰 수사 과정에서 검사의 시정조치 요구권, 6개월 이상 경찰 수사 지연 등에 대한 고소인 등의 이의제기권이 추가됐다. 경찰의 불송치 판단에 따른 검사의 사실확인 면담, 3개월 내 재수사 요구 등도 담겼다. 고발인의 이의신청도 가능해졌다. 경찰의 송치 결정엔 검사의 1개월 내 보완수사 요구와 검사 면담 등이 추가됐다. 보완수사가 제대로 안 되면 상급 수사기관으로의 이관 등을 요구할 수 있게 했다.
특별사법경찰관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도 차단됐다. 그 대신 ‘상호 수사 협력 의무화’ 조문과 검사의 조언권 등이 추가됐다. 한 수도권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형사법 교수인 나도 헷갈릴 정도로 절차가 복잡해졌다”고 말했다. 수사 초기부터 변호사 조력 없이는 피해자가 권리를 제대로 누리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경찰의 부실 수사 가능성도 문제로 떠올랐다. ‘사건 핑퐁’으로 미제 사건이 쌓일 것이란 지적이다. 이창온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업무가 과해진 경찰은 어차피 검사가 보완수사를 요구할 테니 일단 쌓인 사건부터 치우기 위해 송치를 택할 것”이라며 “검사는 검사대로 무죄 판결을 걱정해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광주 여고생 살인사건처럼 경찰의 자체적 증거 암장 등은 포착조차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있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 “신설 제도가 아니라 공직 기강의 문제로 봐야 한다”며 “법왜곡죄로 처벌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김성룡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보완수사권을 없앤다면 민·형법의 미묘한 해석에 따라 피해자와 가해자가 나뉘고 발생 빈도도 잦은 사기, 절도, 횡령, 폭행 등에도 전건송치를 허용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정치적 목적을 이유로 법을 서둘러 처리했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고 있다. 당초 민주당은 작년 9월 정부조직법, 올해 3월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법을 연달아 처리하며 ‘마지막 퍼즐’인 형소법 개정은 일정을 뒤로 미뤘다. 6·3 지방선거 일정과 조문의 복잡성이 이유였다. 여당 관계자는 “8·17 전당대회를 앞두고 정청래 당대표 후보가 검찰개혁 현안을 적극 쟁점화했다”며 “원내지도부 입장에선 잡음을 줄이기 위해 법 처리를 당겨야 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제 공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넘어갔다”며 “‘이재명 대통령 탈옥법’이라는 오명을 받기 싫으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라”고 말했다.
이날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각계 전문가와 국민들 걱정이 남은 채로 법이 통과된 것에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의를 밝혔다.
이시은/이에스더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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