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한 달 동안 원·달러 환율이 141.2원 떨어진 건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 확대와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순매도 둔화, 거시경제 호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여기에 한·미·일 외환당국의 ‘3각 공조체제’까지 가세하면서 시장에서는 환율이 1300원대로 내려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만 엔화 강세가 두드러질 경우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청산되면서 원화 가치를 다시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경계 심리도 커지고 있다.

환전 물량이 8월에 집중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서 7월 초순부터 원·달러 환율이 내림세로 돌아섰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수출기업이 8월 법인세 중간예납을 앞두고 보유 중인 달러를 원화로 바꾼 점도 환율을 떨어뜨렸다. 골드만삭스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법인세 중간예납을 위해 약 400억달러를 원화로 환전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환율 급등의 주요인이던 외국인의 국내 주식 자산재조정(리밸런싱)이 주춤해진 점도 원화 가치를 끌어올렸다. 9000을 웃돌던 코스피지수가 최근 5000선까지 떨어지면서 한국 자산 비중을 줄여야 할 필요성이 작아진 영향이다. 전날 국내 주식을 1조5465억원어치 순매수한 외국인은 이날도 8조6058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탄탄한 거시경제 호조세도 원화 가치 상승을 뒷받침한다. 올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전분기 대비 0.6%를 기록해 한국은행 추정치(0.2%)를 크게 웃돌았다.
한·미·일 외환당국의 공조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앞으로 환율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재무부는 원화와 엔화의 과도한 약세가 미국의 무역적자를 확대할 수 있다고 판단해 3국 공조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문지성 재정경제부 국제경제관리관은 “한·미·일 외환당국이 핫라인 등을 통해 수시로 교감하는 등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 물량이 늘어나는 데다 일본 정부도 엔화 가치의 추가 하락을 용인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환율 하락세가 지속되면 올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사상 처음으로 4만달러를 넘어설 가능성도 커진다. 재경부의 명목 성장률 전망치인 12.3%와 1~7월 평균 환율인 달러당 1485.5원을 단순 적용하면 올해 1인당 GNI는 3만9150달러로 추산된다. 환율이 연말까지 1400원대 초반을 유지하면 1인당 GNI가 처음 4만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미국 주식과 채권 등 수익률이 높은 자산에 투자하는 거래다. 엔화 가치가 상승하면 환차손 부담이 커져 포지션을 빠르게 청산할 가능성이 있다. 이때 원화 자산을 한꺼번에 팔아 엔화를 사면 원화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익환 기자/도쿄=최만수 특파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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