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B맥주’의 향수를 뒤로하고 원전과 중공업으로 체질을 바꿨던 두산그룹이 이번에는 로봇과 첨단 반도체라는 미래 청사진을 완성했다.
SK실트론 인수를 통해 전통 제조의 틀을 완전히 깨고 AI 시대의 첨단 기술 기업으로 거듭나는 모습이다.
SK㈜는 31일 이사회를 열고 보유 중인 SK실트론 지분 70.6%를 ㈜두산에 양도하는 주식매매계약 체결을 승인했다고 공시했다.
총 거래 대금은 2조 3000억 원 규모다. 다만 이번 1차 계약에는 최태원 회장이 개인 자격으로 보유한 잔여 지분(29.4%)이 제외됐다.
재계에서는 최 회장 개인 지분의 제외 배경을 두고 이혼 소송에 따른 거액의 재산분할 리스크와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익 편취 논란을 원천 차단하고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최 회장의 잔여 지분 역시 향후 별도 계약을 거쳐 연내에 두산 측으로 순차 매각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번 빅딜은 두산그룹 역사에 또 하나의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과거 오비맥주 같은 소비재(B2C) 사업을 과감히 매각하며 중공업 중심의 ‘중후장대’ 그룹으로 탈바꿈했던 두산은, 대형 원전과 가스터빈 등 클린에너지, 협동로봇(두산로보틱스)에 이어 SK실트론 품에 안았다.
이미 확보한 후공정 테스트 기업 두산테스나와 함께 전공정의 뼈대가 되는 웨이퍼 사업까지 장악하며 반도체 수직계열화의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실리콘 웨이퍼 시장은 높은 기술 장벽으로 인해 신에츠화학, 섬코, 글로벌웨이퍼스, 실트로닉, SK실트론 등 글로벌 5개사가 전체 점유율의 90% 이상을 과점하고 있는 고부가 영역이다.
SK실트론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TSMC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으며, 주력인 12인치(300mm) 웨이퍼 분야에서 글로벌 톱3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두산은 진입 장벽이 공고한 이 구도를 바탕으로, 메모리용 웨이퍼 글로벌 2위 도약을 추진하는 한편, 일본 기업들이 독점해 온 비메모리용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끌어올릴 방침이다.
이번 인수 과정에서 실적 부진을 겪은 실리콘카바이드(SiC) 웨이퍼 미국 법인은 청산 수순을 밟기로 한만큼 재무부담도 덜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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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가속기 수요 확산에 힘입어 전 세계 웨이퍼 시장은 연평균 7%대 성장이 유력시된다. ㈜두산은 이를 발판 삼아 오는 2031년까지 실트론 매출을 3조 원대 규모로 키울 계획이다.
시장의 우려를 샀던 추가 상장 가능성은 일축했다. 지배구조의 안정성을 지키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두산 관계자는 “이번 인수 계약으로 ㈜두산은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게 됐고, 동시에 지속가능한 수익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며 “실트론은 상장하지 않을 것이며, 안정적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두산 주주가치 제고에 더욱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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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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