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의 직접 수사 시대가 끝났다. 지난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포함한 직접 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의결됐다.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즉각 사표를 제출했다. 법학계와 여성·인권단체에서는 입장문을 발표하는 등 보완수사 폐지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최종 판단의 공이 헌법재판소로 넘어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반대표를 던진 곽상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곧 다가올 국민의 고통이 눈에 보이고, 국민의 눈물이 귀에 들리는데,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기권표을 선택한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앞서 “왜 보완수사권 폐지가 검찰개혁의 완성인지 명확히 설명하지 않으면 선동에 불과하다”고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여권 강경파는 보완수사권을 조금이라도 남기면 수사·기소 분리 원칙이 무너질 수 있다며 반대했다.
표결에 불참한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도대체 무엇 때문에 국민 대다수의 반대를 무릅쓰고 그렇게까지 무리했어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

형소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 이후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즉각 사표를 제출했다. 구 대행은 대검찰청 청사 앞에서 “이번 형소법 개정안에 따르면 검사는 수사기록에만 의존해 기소 여부를 결정할 수밖에 없고, 피해자 보호에 충실하기 어려우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비효율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고 지속적으로 우려를 제기해왔다”며 “이런 부분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 그대로 통과돼 안타깝고 막막한 심정을 감추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구 대행은 지난달 29일엔 “1차 수사기관의 수사내용에 대한 검사의 실효적인 점검·보완·시정 기능이 사라진다면 진실은 은폐되고 형사사법체계는 무너질 것”이라고 호소했다.
학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형사법 전공 학자 62명은 전날 ‘검찰개혁과 보완수사권에 대한 형사법 전공 학자들의 의견’이란 제목의 입장을 냈다. 전국 62개 대학·기관 소속 학자들은 “경찰 수사의 통제 및 보완 수단으로 검사의 보완수사권은 유지돼야 한다”며 “보완수사요구만으로는 경찰 수사를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경찰이 수사를 개시한 사건에 대해 부분적으로 검사가 보완수사를 하는 건 과거 검찰이 수사 개시와 종결을 통해 수사권을 남용한 것과 분명한 차이가 있다”며 “검찰개혁과 보완수사권 등은 정치적 이해관계가 아니라 사법절차의 법리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여성폭력 피해자와 피해자 지원단체의 요구를 반영하지 않은 채 여당 주도로 법안을 처리했다”고 밝혔다. 단체들은 경찰의 부실 수사를 견제할 장치가 형사소송법이 아니라 범죄별 개별 법률에 흩어져 있어 보호 대상에서 빠지는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사 과정의 잘못도 피해자가 직접 이의신청 등을 통해 다투도록 해 부담을 떠넘겼다고 했다.
실제로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이 사건을 검찰에 넘기지 않은 불송치 사건은 2021년 37만건에서 2025년 60만건으로 늘었지만, 이의신청 비율은 전체 불송치 사건의 9%에 그쳤다는 것이 단체들의 설명이다. 피해자가 절차를 모르거나 장기간 수사에 지쳐 이의신청을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장을 지낸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법 집행 과정에서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박 교수는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대신 여러 보완 장치를 도입했지만 실효성은 크지 않고 수사 절차만 복잡해졌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경찰과 공소청이 상당한 시행착오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며 “수사 지연과 실체적 진실 발견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사건이 잇따르면 여론도 악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헌법재판소 판단을 받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박 교수는 “상당수 검사가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며 “개정 형사소송법의 운명은 머지않아 헌재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민주당은 8월 3일 국민 보고회를 열어 공소청 출범 전까지 형사소송법 개정의 취지와 후속 조치를 설명할 계획이다. 한병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70년 넘게 검찰 중심이었던 형사 사법 체계가 국민을 위한 체계로 새롭게 바로 선다”며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국민께 상세히 보고드리겠다”고 밝혔다. 이어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 피해자의 권익을 강화하기 위한 당내 기구도 설치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헌법소원과 권한쟁의심판 등 가능한 법적 대응에 나서는 한편 대여 여론전도 강화할 방침이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검찰 보완수사권을 완전히 폐지하는 형소법 개정안을 기어이 강행 처리하고야 말았다”며 “범죄의 진실을 밝히고 억울한 피해자의 눈물을 닦아주어야 할 국가의 형사 사법 체계를 오직 이 대통령과 정권의 안위를 위해 난도질하는 폭거가 아닐 수 없다”고 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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