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주인은 지난해 10월 정해졌다. 호주 산업용 부동산기업 굿맨그룹이다. 굿맨이 원한 건 부지였다. 2억달러(약 2900억원)에 18만5000㎡ 땅을 모두 사들였다. 이후 전력 용량 총 97.3메가와트(MW)의 데이터센터 2개 동을 짓겠다는 계획을 새너제이시에 제출했다.
굿맨은 이곳을 고른 이유로 “우수한 인재와 편리한 교통망, 안정적인 전력 공급망”을 들었다. LED 칩 패키징에 쓰던 수전(受電)·발전 설비가 그대로 남아 있다는 점이 결정적이다. 굿맨은 전용 변전소와 캘리포니아 중북부 지역의 대표 유틸리티 기업인 PG&E 발전소에 연결되는 115kV 송전선 2개를 보강해 데이터센터용 전기를 확보할 계획이다.
굿맨은 데이터센터를 짓기 위해 따로 부지 용도(산업용지)를 바꿀 필요가 없었다. 비(非)산업용지를 전환하려면 지방단체 조례와 공청회를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주민 반대가 빗발치기 일쑤다. 행정 부담을 크게 덜었다는 얘기다. 데이터센터 냉각에 필수인 용수도 공장이 쓰던 산업용수 라인에서 끌어올 수 있다.
실제 화이트파이버는 작년 4월 노스캐롤라이나주 한 섬유공장을 인수해 이를 입증했다. 이미 깔린 송전 설비와 99MW 전력 용량 계약을 넘겨받아 3년 걸릴 건설 기간을 14개월로 단축했다. 최근 미국에서는 AI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동시다발적으로 데이터센터가 지어지고 있지만, 전력망 확장 속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신규 접속 신청부터 상업운전까지 적게는 3년, 길게는 10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다. 기존 공장을 활용하면 이 줄서기를 건너뛸 수 있다.
AI 인프라 시설 경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한국도 이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SK텔레콤만 2035년까지 15GW(기가와트)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한국에 짓겠다고 발표했다. GS(2.4GW) KT(1GW) 네이버(1GW) 등 다른 기업도 속속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을 내놓고 있다.
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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