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동산에 휘둘리는 은행 대출…금융 고유역할 방기 말아야

입력 2026-08-02 17:39   수정 2026-08-03 00:07

[사설] 부동산에 휘둘리는 은행 대출…금융 고유역할 방기 말아야

시중은행의 대출 집행이 정부 부동산 정책에 과도하게 휘둘리는 데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정부가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은행별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나서면서 운영자금 수요가 빈번한 자영업과 소기업 등의 대출 애로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4월 ‘부동산시장과 금융의 과감한 절연’을 공개 언급하며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 목표를 전년 대비 1.5%로 설정했다. 그러면서 월별·분기별 관리를 통해 연말 대출절벽 우려를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국내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한도는 6월 말 기준으로 벌써 85%에 달한 상황으로, 하반기 대출 문턱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이대로라면 봄에는 가능하던 대출이 가을·겨울에는 막히는 흐름이 되풀이될 수 있다. 지난달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전달 대비 3조8000억원 넘게 증가한 것도 이미 승인된 집단대출이 실행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앞으로 주택 구입 목적의 담보대출은 더 쪼그라들 개연성이 크다.

더 큰 문제는 중소기업 등의 자금 조달이 갈수록 여의찮은 상황이라는 데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은 최근 1년간 가장 어려워진 자금 조달 수단으로 ‘시중은행 차입’(43.6%)을 꼽았다. ‘회사채 발행’(19.6%)과 ‘주식 발행’(14.2%)이 그 뒤를 이었다.

은행의 자금 여력이 생산적 금융으로 배분되도록 해달라는 요구도 많았다고 한다. 기업은행 조사에서도 중소기업의 자금 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은행권 대출 문은 좁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금 조달의 대부분을 은행에 의존하는 중소기업일수록 여건 악화를 체감하는 분위기다.

공급보다 수요가 훨씬 많은 부동산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가계대출 규제를 지금 완화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예금 수신과 대출, 지급결제가 고유 업무인 1금융권 은행이 부동산 금융에 얽매여 있는 것은 경제 전체로 봤을 때 바람직하지 않다. 은행은 대출을 통한 신용 창출 기능을 토대로 효율적으로 자원을 배분하는 역할을 한다. 가계대출 안정화도 필요하지만, 은행이 경쟁력을 키우려면 생산적인 금융에 더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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