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들이 충청과 부산·울산·경남을 돌며 지역순회 경선에 나섰지만, 정작 연설에서는 지역 현안보다 친명(친이재명)·반명(반이재명) 공방과 전임 지도부 책임론이 부각됐다. 여기에 권리당원 투표가 연설 전에 끝나는 '선투표 후연설' 방식까지 겹치면서 지역 비전 경쟁이 실종됐다는 지적이 나온다.3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지난 1일부터 충청권을 시작으로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지역순회 경선에 돌입했다. 후보들은 충남과 충북, 대전·세종에 이어 2일 울산과 부산, 경남을 차례로 찾았고 각 권역의 마지막 합동연설회가 끝난 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됐다.
문제는 후보들의 연설을 듣기 전에 해당 지역 투표가 사실상 끝났다는 점이다. 충청권 권리당원 투표는 지난달 28일부터 31일까지, 부산·울산·경남 투표는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일까지 진행됐다.
온라인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권리당원을 대상으로 한 자동응답 방식 투표까지 합동연설회 전에 마감됐다. 해당 지역 당원들은 후보들의 현장 연설을 듣기 전에 투표를 마친 셈이다.
지역순회 경선은 후보들이 권역별 당원을 직접 만나 지역 현안과 발전 구상, 당 운영 방향 등을 설명하는 절차다. 당원들은 후보들의 정책과 경쟁력을 비교하고, 후보들은 지역별 표심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경선에서는 합동연설회보다 투표가 먼저 진행되면서 지역에서 발표한 공약과 비전은 해당 권역 투표에 반영되기 어려웠다.
합동연설회에서도 지역 현안보다 당내 쟁점을 둘러싼 공방이 주로 부각됐다. 김민석 당 대표 후보는 당정 관계와 전임 지도부의 선거 책임론을 집중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충청·호남·영남 메가 프로젝트의 성공에 모든 것을 걸겠다"며 지역 현안을 언급하기는 했지만 구체적인 추진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정청래 후보도 지역 현안보다 당내 쟁점에 연설의 무게를 뒀다. 충남에서는 검찰개혁과 1인 1표 당원주권, 범민주진보 진영의 통합을 강조했다. 울산에서는 김 후보 측이 제기한 신천지 의혹과 계파 정치 문제를 거론하며 김 후보를 향한 공세를 이어갔다.
송영길 후보 역시 정 후보의 연임과 당정 관계를 비판하는 데 주력했다. 다만 울산에서는 세 후보 가운데 가장 구체적인 지역 구상을 내놨다.
송 후보는 울산의 조선·자동차·석유화학 산업을 직접 거론하고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한 북극항로 구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상욱 울산시장과 함께 모스크바를 방문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탈원전 속도 조절을 통해 원전 산업 생태계를 지켰다는 점을 강조하며 부울경의 미래 전략을 마련하겠다고도 했다.
지역 비전 경쟁이 제한된 배경에는 합동연설회보다 권리당원 투표가 먼저 이뤄지는 경선 방식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송 후보도 부울경 경선 결과 발표 뒤 페이스북에 "충청도, 부·울·경도 투표가 끝난 뒤에 연설했다"며 "부·울·경의 미래 전략을 준비한 제 목소리가 투표함에 닿을 수 없는 구조였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다음 전당대회부터는 연설이 먼저, 투표가 나중이어야 한다"며 제도 개선 필요성을 제기했다.
김희선 한경닷컴 기자 gimme_s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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