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아미, 더는 안 참아…그래미 사태가 보여준 'K팝 연대' [이슈+]

입력 2026-08-03 14:57   수정 2026-08-03 17:26

BTS·아미, 더는 안 참아…그래미 사태가 보여준 'K팝 연대' [이슈+]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그래미 어워즈 보이콧에 아미(공식 팬덤명)들이 힘을 실었다. 시상식 시청 거부 움직임에 더해 앨범 '아리랑'의 수록곡인 '에일리언스(Aliens)'를 역주행시키며 거센 팬덤 화력을 보여줬다. 글로벌 무대를 빛내고 있는 K팝 아티스트로서 더는 차별에 참지 않겠다는 공동 선언이었다.

방탄소년단의 곡 '에일리언스'는 최근 전 세계 78개국 아이튠즈 '톱 송' 차트에서 깜짝 1위를 차지했다.


'에일리언스'는 멤버들이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며 느낀 감정을 가사로 풀어낸 곡이다. 이 곡에서 방탄소년단은 자신을 스스로 "태생부터 다른 일곱 외계인(이방인)"이라고 칭한다. 해외에서 아시아인인 자신들을 이방인으로 보는 시각을 풍자하는 직설적인 가사가 이어진다.

"우릴 부러워하네 저 civilians", "눈만 또 허벌나게 큰 너희가 말하길", "어쩜 그래 shameless. 예의를 차려" 등의 위풍당당한 기세와 함께 집에서는 신발을 벗고, 해는 동쪽에서 뜬다는 등 한국인 정체성을 녹여낸 표현들이 돋보인다. 백범 김구 선생을 향해 보고 있느냐면서 "기분이 어떻냐"고 묻는 자신감까지 더해졌다. RM, 제이홉, 정국, 슈가가 작사에 참여했다.

팬들은 방탄소년단의 그래미 보이콧 선언에 맞춰 이 곡을 띄웠다. 아울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ArtHasNoAliens(예술에는 외계인이 없다)'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그래미의 차별적 정책에 직접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내년 2월 7일 개최되는 그래미 시상식을 보지 말자는 불매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앞서 방탄소년단 멤버 전원은 SNS에 글을 올려 그래미 어워즈에 작품을 출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리더 RM은 "음악이 지역이나 언어로 구분되기보다 음악 그 자체로 들리고 사랑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래미의 K팝 차별에 대응하는 행보였다.

그래미는 지난 6월 중순 '아시안 팝' 부문을 신설했다. K팝, J팝(일본 팝), C팝(중국 팝) 등 하나 이상의 아시아 언어를 의미 있게 사용한 작품들만 따로 모아 수상자를 가린다는 것이었다. 이는 K팝을 '아시안 팝' 부문에 한정해 주요 상은 주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었다.

반대로 '아시안 팝' 부문에는 영어로만 부른 곡을 출품할 수가 없다. 방탄소년단의 경우, '아리랑' 앨범의 타이틀곡 '스윔(SWIM)'을 비롯해 대부분의 수록곡을 영어로 채웠던 바다. 결국 '아시안 팝' 부문에서도 이들에게는 장벽이 있는 셈이다. 해당 부문의 자격 요건으로 '언어'를 포함한 걸 두고 방탄소년단을 저격한 것이라는 추측까지 제기됐다.


그간 그래미 어워즈는 방탄소년단을 필요로 하면서도 트로피는 안겨주지 않았다. 2019년 시상자로 처음 방탄소년단을 초대했고, 이어 2020년 합동무대, 2021년과 2022년 단독무대까지 성사시켰다. 방탄소년단 무대를 시상식 말미에 배치하는 등 중요하게 다루기도 했다.

그러나 방탄소년단은 3년 연속 후보에만 올랐을 뿐, 수상은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이들이 군 복무로 활동을 중단한 사이 'K팝 최초 그래미 수상' 타이틀은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가 가져갔다. 다만 '케데헌' 역시 본상이 아닌 '베스트 송 리튼 포 비주얼 미디어' 부문을 수상했으며, 당시 전 세계에서 인기를 얻었던 로제의 '아파트'는 무관에 그쳐 K팝 차별 논란은 계속됐다.

결국 아티스트가 보이콧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방탄소년단 무대를 볼모 삼아 시청률 상승효과를 누려왔다는 비판을 받던 그래미였기에, 팬들 역시 아티스트의 결정을 반겼다.

그래미 어워즈를 주관하는 레코딩 아카데미의 하비 메이슨 주니어 CEO는 "'아시안 팝' 부문은 아시아에서 나온 팝 음악이 지닌 깊이와 다양성, 그리고 놀라운 성장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 새로운 부문의 취지는 이 중요한 아티스트들에게 전용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는 것"이라면서 "부문이 많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더 많은 아티스트의 작업이 인정받는다는 뜻이다. 이는 결코 누군가를 나누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더 폭넓은 기회를 준다는 해명이 무색하게 그래미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방탄소년단의 무대 퍼포먼스 영상 두 편이 삭제됐다.


그런데도 방탄소년단과 아미는 흔들림 없이 그들의 길을 간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이스트 러더퍼드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아리랑'의 두 번째 북미 투어를 시작했다. 이틀간 공연장을 찾은 관객 수는 15만7000명이다. 소속사 빅히트 뮤직에 따르면 '에일리언스'의 전주가 흘러나올 때 환호가 한층 커졌다. 공연장에서는 한국 민요 '아리랑' 떼창도 터져 나왔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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