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도 못하는 국민의힘…"징계 '정치 무기화' 부작용"

입력 2026-08-03 16:39   수정 2026-08-03 16:42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한 달 가까이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대상자 수가 많고 논란이 첨예한 사안이 많다는 점을 감안해도 이례적이다. 당 안팎에선 그동안 지도부가 내부 징계를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해온 부작용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윤리위원 2명을 추가 임명해 7인 체제가 된 윤리위가 이번 주 중 윤리위원 간 상견례를 겸한 회의를 열기로 한 가운데 내부 반발이 일어났다. 우종환 윤리위 부위원장은 이날 황경성 위원과 함께 성명을 내고 "윤리위의 한동훈 무소속 의원 등에 대한 징계 논의 당시 징계 대상자 명단과 내용 등을 외부인과 사전에 공유했다는 제보와 정황이 있다"며 "사실이라면 윤리위 징계 대상이다. 징계에 오르기 전에 스스로 퇴진하는 명예로운 선택을 해달라"고 사퇴를 촉구했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는 지난달 6일 첫 회의를 연 뒤 한 달 가까이 공전하고 있다. 그동안 결정한 내용은 조경태, 진종오, 권영진 의원에 대한 징계 절차를 시작하겠다는 것뿐이다. 통상 윤리위 절차가 시작되면 열흘에서 보름 정도면 징계 결과가 나왔다. 올초 한 전 대표 제명 때는 정치적 논란이 많았음에도 2주 만에 결과가 발표됐다.

절차가 지연되는 사이 징계 대상 의원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조경태 의원은 이날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내란 옹호 세력들, 윤어게인 세력들, 그리고 부정선거론자들이 저를 가두려 해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헌법 수호라는 거대한 길을 당당하게 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의원은 지난 6월 야당 몫 국회부의장을 국회 본회의에서 선출하는 과정에서 박덕흠 국회부의장을 '내란 옹호세력'이라고 비판하며 더불어민주당 등 다른 당 의원들에게 전화해 자신에게 투표할 것을 촉구했다는 이유로 윤리위에 제소됐다. 조 의원은 오히려 "장동혁 당 대표가 미국에서 2억원을 쓴 게 사실이라면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 대표 자리를 비운 장 대표부터 징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며 "이게 바로 국민의힘을 힘들게 하는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당 안팎에선 국민의힘이 내부 징계조차 제대로 못 하는 것은 과거 계파 갈등 상황에서 당내 징계를 정치적 무기로 활용해 논란을 자초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전 정부 시절 이준석 전 대표를 축출할 때 성 비위 의혹을 이유로 한 징계가 활용됐고, 장동혁 대표 체제에서도 반대파 의원들을 겨냥한 징계가 이어졌다는 판단이다. 올초 윤리위는 배현진 의원이 미성년자 사진이 있는 타인 계정을 자신의 계정에 게시했다는 이유로,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당 지도부와 당원을 모욕하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징계했다. 그러나 이들이 제기한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인용되면서 지도부와 윤리위가 오히려 비판의 대상이 됐다.

이런 난맥상의 근본 이유는 제도의 문제가 아닌 운영의 문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윤리심판원과 비교하면 징계 기구 위원 선임 절차 등 제도가 대동소이하기 때문이다. 의원 제명 등 일부 절차는 국민의힘이 남용을 막기 위해 더 엄격한 요건을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제도 활용 면에서 민주당은 성 비위나 뇌물 등 각종 범죄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난 후에 제명 절차를 시작하는 등 비교적 소극적으로 징계를 활용해 국민의힘과 큰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적 논란은 2020년 공수처 설치법 표결 때 금태섭 의원이 당론에 반해 기권표를 던졌다는 이유로 윤리심판원에 회부돼 경고 조치를 당한 사례 정도만 꼽힌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의힘은 당내 징계가 비주류 계파에 대한 압박 수단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있기 때문에 반발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며 "윤리위원장 스스로 독립적인 판단을 한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보여줌으로써 기구의 위상과 권위를 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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