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먹살이가 먹던 떡의 놀라운 정체…<동궁>속 '맛'의 비밀 [이혜원의 미디어 속 한식]

입력 2026-08-06 10:16   수정 2026-08-06 10:22

꺼먹살이가 먹던 떡의 놀라운 정체…<동궁>속 '맛'의 비밀 [이혜원의 미디어 속 한식]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동궁>이 화제다. <동궁>은 귀(鬼)의 세계를 넘나드는 능력을 지닌 구천과 비밀을 간직한 궁녀 생강이 왕의 부름을 받고, 동궁에 깃든 저주를 파헤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필자 입장에서는 2024년 하반기부터 준비를 시작해 2025년 한 해 동안 치열하게 촬영했던 작품이기도 하다. 촬영 초반에는 갑작스러운 화제로 세트장 한 동이 전소되는 사고가 발생해 한동안 촬영이 중단되기도 했다. 다행히 해당 세트 촬영을 마친 뒤 발생한 화재라 인명 피해는 없었다.

우리 푸드팀은 <동궁>의 여러 장면에서 중요하게 등장하는 음식과 다과를 준비했다. 궁중 연회처럼 규모가 큰 상차림부터 왕과 대비가 먹는 작은 다과, 귀신이 먹는 떡과 손가락까지. 시대와 인물, 장면의 성격에 맞는 음식을 찾고 화면 속에서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 끊임 없이 고민했던 결과물이다.
1. 왕과 세자들의 다과
<동궁>에서 화제가 됐던 부분 중 하나가 왕(조승우)이 대비와 팽팽하게 맞서며 다과를 먹던 7화의 장면이다. 이 장면에 어떤 다과를 담을지 연출, 미술, 소품팀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연꽃 모양의 다과함에 여러 종류의 다과를 직접 담아보며 테스트했다. 그렇게 최종적으로 선택된 것은 타래과, 금귤정과, 호두정과였다.

극 중에서는 독이 들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왕이 직접 다과를 먹는다. 다과의 모양도 아름다웠지만, 조승우 배우의 맛깔스러운 연기와 ‘아그작’거리는 소리까지 더해지면서 시청자들이 많은 관심을 보냈다.

다과함 역시 장면과 인물에 따라 다르게 제작했다. 대비와 왕, 상궁이 사용하는 다과함의 형태와 구성을 각각 다르게 했는데, 소품팀에서 세세한 부분까지 정성스럽게 만든 덕분에 음식과 함께 화면에서 좋은 조화를 이뤘다.


2. 꺼먹살이 먹방의 증편과 모시송편
<동궁>의 마스코트라고 할 수 있는 꺼먹살이는 무서운 귀신이라기보다 귀여운 존재감으로 큰 인기를 얻어 굿즈까지 등장했다. 극 중 꺼먹살이가 떡을 먹는 장면이 여러 차례 나오는데, 푸드팀에는 ‘꺼먹살이가 어떤 떡을 먹어야 할까’도 중요한 고민거리였다.


연출부에서는 작은 손으로 움켜쥘 수 있는 크기의 떡이 좋겠다는 의견을 줬다. 이에 모시송편, 증편, 절편을 기본으로 준비하고, 손에 쥐었을 때의 크기와 화면에서 보이는 모양 등을 함께 고려해 세팅했다. 프리프로덕션 때부터 꺼먹살이 인형을 보며 이 작은 손으로 떡을 들고 '냠냠'거리며 먹는 모습을 상상했던 기억이 난다. 실제 화면에서 그 모습이 구현되는 것을 보는 재미도 컸다.


3. 대비마마의 칠순잔치
대비마마의 칠순잔치는 극 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크고 화려한 연회 장면 중 하나였다. 고임상부터 입매상까지 왕실의 칠순연회에 걸맞은 규모와 격식을 보여주고자 했고, 프리프로덕션 단계부터 가장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 준비했다.

상차림은 궁중음식연구원의 <수라일기>를 주요 참고자료로 삼아 당시 궁중 연회의 구성과 형식에 최대한 가깝게 구현하고자 했다. 미술·소품팀에서도 실제 칠순연회의 규모를 고려해 상을 제작했고, 그 위에 올릴 수 있는 최대한의 규모로 고임을 준비했다.

고임 작업 당시에는 여전히 날씨가 더워 음식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도 걱정이었다. 다행히 이틀간의 촬영 동안 날씨가 맑았고 벌레도 많지 않아 큰 문제 없이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궁중음식 전문가인 홍성란 선생님과 김순희 선생님의 도움으로 기품 있는 고임상을 완성했고, 우리 푸드팀은 입매상에 올라갈 음식들을 하나하나 만들어 자료에 기반해 상을 구성했다.

대비마마 역의 장영남 배우와 왕 역의 조승우 배우뿐 아니라 현장의 많은 스태프들도 완성된 고임상과 음식 상차림을 보며 모두가 감탄했다. 무엇보다 화면 속에 연회상이 제대로 담긴 모습을 보았을 때, 오랜 시간 자료를 조사하고 준비했던 과정이 비로소 결과로 남았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했다.


4. 역병귀신의 손가락
귀신들이 궁으로 모이며 파괴와 재앙이 확대되는 장면에서는 역병귀신이 죽은 이의 팔을 꺾어 손가락을 먹는 장면이 등장한다. 글로 다시 적으면서도 꽤 으스스한 장면이다.

문제는 이 손가락을 실제 촬영에서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였다. 고민 끝에 할로윈 파티 때 종종 만들었던 ‘손가락 쿠키’를 떠올렸다. 먹을 수 있으면서도 실제 손가락처럼 보이도록 형태와 질감을 조금 더 사실적으로 만들고, 이후 필요한 부분을 CG로 보완하는 방식이었다.

여러 형태의 손가락을 만들어 테스트했고, 아몬드는 껍질을 벗겨 손톱처럼 붙였다. 특히 손가락을 먹었을 때 뼈가 툭 튀어나오는 장면까지 구현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어 일부에는 푹 고아 살을 발라낸 닭 뼈를 깨끗하게 손질해 쿠키 안에 넣기도 했다.

다양한 작품과 촬영을 진행하며 정말 다양한 음식들을 많이 만들게 되는데, 손가락까지 만들줄이야…어떻게 보면 그래서 더 재미있었던 작업이었다.



<동궁>을 촬영하면서 다시 한번 느낀 것은 화면 속 음식은 단순히 상을 채우는 소품이 아니라는 점이다. 인물의 신분과 관계를 보여주기도 하고, 시대와 공간을 설명하기도 하며 때로는 극의 긴장감과 재미를 만드는 중요한 장치가 된다. 짧게 지나가는 한 장면을 위해서도 많은 사람이 자료를 찾고, 만들고, 수없이 다시 배치한다.

그렇게 준비한 음식들이 작품 속에서 제 역할을 하고, 또 시청자들의 눈에 발견될 때 푸드팀의 작업도 비로소 완성되는게 아닐까. 즐겁고 재미있게 촬영했던 드라마 <동궁>이 좋은 평가를 받고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 작품에 참여한 일원으로서 기쁘다. 우리가 정성껏 준비했던 궁중 음식과 다과들도 작품과 함께 오래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동궁> 파이팅! 우리 다과, 우리 음식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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