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글로벌 주가 정보업체 컴퍼니스마켓캡에 따르면 폭스바겐, 벤츠, BMW 등 독일 완성차 3사의 합산 시총은 2015년 말 2358억달러에서 올해 상반기 말 1305억달러로 44.7% 급감했다. 2015년 도요타에 이어 글로벌 시총 2·3·4위를 싹쓸이한 독일 3사는 올해 상반기 기준 7위(벤츠·473억달러), 8위(폭스바겐·424억달러), 9위(BMW·408억달러)로 밀려났다. 3사의 합산 시총은 현대차그룹(현대차·기아, 1162억달러)과 비슷하다. 2015년 말 496억달러이던 현대차그룹 시총은 10년 새 134.3% 급증하며 글로벌 8위에서 2위로 뛰었다. 중국 비야디(BYD)는 시총 1051억달러로 3위에 오르며 전통 완성차 업체를 위협하는 강자로 부상했다.
글로벌 판매 지형도 크게 바뀌었다. 2015년 세계 판매 4위이던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727만4000대를 팔아 도요타, 폭스바겐에 이어 3위 자리를 굳혔다. 올해도 현대차·기아는 미국 시장에서 7월 기준 역대 최다 판매(16만5284대)를 기록했다. 과거 톱10을 지킨 벤츠와 BMW는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미래 경쟁력인 SDV 개발도 지연…"디젤 신화에 갇혀 흐름 놓쳤다"
그런 독일 차가 무너진 건 전통 기술에만 의존해 급변하는 시장 흐름을 읽지 못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5년 ‘디젤게이트’로 디젤 엔진의 신뢰가 무너진 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을 예측하지 못한 채 무리하게 전기차 올인을 선언했다. 내연기관차와 전기차를 잇는 징검다리인 하이브리드카 개발을 외면한 것도 치명타였다. 수출 물량의 절반가량을 중국에 의존하며 판매 거점을 다변화하지 않은 점 역시 패착 요인으로 꼽힌다.
폭스바겐은 2019년 수출 물량(961만 대)의 44%가 중국에 몰릴 정도로 의존도가 심했다. 업계 관계자는 “독일 업체들이 2010년대 중국 수출을 늘리면서 외형을 키웠지만, 중국에 의존한 채 수출 지역을 다변화하지 않은 것이 몰락을 부추겼다”고 말했다. 안방인 유럽에서도 지난 6월 기준 중국 업체 점유율은 12%로 1년 전(5%)보다 두 배 이상으로 뛰었다.
위기 속에서 오판까지 이어졌다. 디젤 사태 이후 독일 자동차 기업은 2017~2019년 앞다퉈 전기차 올인을 선언했다. 하지만 전기차 기술력이 부족한 데다 충전 인프라 미비 등으로 2023~2025년 캐즘에 직면하면서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사이 하이브리드카 라인업을 구축해둔 현대자동차그룹과 도요타가 반사이익을 얻으며 수요를 흡수했다. 올해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 시장에서 7월 기준 역대 최다 판매를 기록했는데, 하이브리드카 판매가 4만3727대로 전년 대비 52.2% 급증했다.
디젤게이트를 거치며 독일 업체들이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카 개발의 주도권을 모두 놓쳤다는 의미다. 벤츠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반토막 났고, 폭스바겐은 5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 적자를 냈다. 올해 상반기 BMW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7.4% 감소했다.
문제는 미래가 더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모빌리티 산업의 전장은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자율주행, 휴머노이드 로봇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유럽 업체 중 이들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곳은 없다. 폭스바겐은 2020년 소프트웨어 조직 ‘카리아드’를 세우고 SDV 개발을 위해 엔지니어 6000명을 투입했지만, 엔진 등 기존 하드웨어 중심 사고방식에 발목 잡혀 프로젝트가 수년씩 밀렸다. 독자 개발에 실패한 폭스바겐은 결국 중국 샤오펑 등에 기술을 의존하고 있다.
양길성/김우섭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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