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파이터' 된 공대 출신 변호사 "데이터가 비밀병기"

입력 2026-08-04 18:25   수정 2026-08-05 00:33


“방대한 부동산 데이터를 기반으로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겠습니다.”

이헌욱 한국부동산원장(사진)은 4일 인터뷰에서 “부동산원이 주거 안정과 국토 균형 발전이라는 헌법적 가치 실현에 데이터로 기여할 부분이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2월 취임한 이 원장이 가장 공을 들이는 과제는 ‘살기 좋은 도시’를 데이터로 보여주는 연구다. 단순히 가격 통계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도시의 혁신성과 삶의 질을 평가하는 100여 개 지표를 구축해 내년 초 백서로 발간할 계획이다. 그는 “부동산 문제는 결국 살고 싶은 도시를 충분히 만들지 못한 데서 비롯된다”며 “세계 주요 도시와 비교해 우리 도시의 강점과 약점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라고 설명했다.
◇변호사·시민운동가로 활약
서울대 공대 출신인 그는 사법시험 합격 후 민생 변호사와 시민운동가로 활동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가계부채 문제를 다루며 개인회생제도와 공정채권추심법, 이자제한법 도입에 힘을 보탰다. 그는 “가계부채를 들여다볼수록 결국 부동산과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자연스럽게 주거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됐다”고 말했다.

공공임대 확대와 임차인 보호를 주장해온 그는 경기주택도시공사(GH) 사장(2019~2021년) 시절 ‘기본주택’ 구상을 구체화했다. 무주택자라면 소득·자산과 관계없이 역세권 등 핵심 입지에서 30년 이상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설계한 공공임대 모델이다. 그는 “공공임대를 적자가 나는 기피시설이 아니라 중산층도 선택하는 주택으로 바꾸고 싶었다”고 했다.

부동산원은 지난달 조직 개편을 통해 ‘주택공급지원본부’와 ‘AX(인공지능 전환)추진본부’를 신설했다. 주택공급지원본부는 정비사업 지원, 공사비 검증, 청약 관리 등 기존 기능을 통합한 조직이다. 이 원장은 “정부의 주택 공급 기조에 맞춰 역할을 확대할 것”이라며 “직접 주택을 공급할 수는 없지만 개발 컨설팅과 공공지원 민간임대 등을 통해 공급 확대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데이터로 부동산 문제 해결”
집값 통계의 신뢰성에 대해서는 “수년에 걸친 통계 개혁을 마무리했다”며 “외부 전문가를 통계 책임자로 임명하고 통계위원회를 운영하는 한편 조사자 교육과 품질 검증 절차를 강화했다”고 소개했다.

이 원장은 부동산 문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주택 문제는 최근 수십 년 사이 나타난 현상인 만큼 데이터에 기반한 정책과 합리적인 도시 설계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며 “도시 공간의 양과 질을 함께 높여 삶의 질을 끌어올린다면 부동산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지방 소멸의 원인도 산업 기반보다 혁신 생태계의 부족에서 찾았다. 산업화 시대에는 공장을 지으면 사람이 모였지만, 지식경제 시대에는 혁신 인재가 모이는 도시가 경쟁력을 갖춘다는 것이다. 기존 산업 구조에 머문 영·호남의 침체가 국토 불균형 심화로 이어졌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이 원장은 “기존 제조업 기반을 활용해 영남과 호남에 각각 세계적 수준의 피지컬 AI 지식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것이 수도권 일극 체제를 완화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임근호/사진=이솔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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