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 잔고증명 해주겠다"…수수료 받고 잠적한 '가짜 자금주' 징역형

입력 2026-08-05 08:07   수정 2026-08-05 08:11

"50억 잔고증명 해주겠다"…수수료 받고 잠적한 '가짜 자금주' 징역형


4000만원을 주면 50억원의 잔고증명을 만들어주겠다고 속여 돈을 받아 챙긴 이른바 '가짜 자금주'에게 내려진 징역형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5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4개월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A씨는 2019년 8월 서울의 한 법무법인 사무실에서 피해자에게 "4000만원을 지급하면 자신의 자금 50억원을 4박 5일간 예치해 자금증명을 해주겠다"고 말하고, 수수료 명목으로 4000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당시 자신 명의의 자금은 전혀 보유하지 않았으며 다른 자금주의 돈을 빌려야만 잔고증명을 해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피해자에게는 자신이 직접 50억원을 보유한 자금주인 것처럼 행세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받은 돈 가운데 1000만원은 개인 용도로 사용했고, 나머지 3000만원만으로는 약속한 기간 50억원 규모의 자금증명을 제공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처음부터 약속을 이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쟁점은 A씨가 자신을 자금주로 속여 자금증명 서비스를 제공할 것처럼 행세한 행위가 사기죄의 기망행위와 편취의 고의에 해당하는지였다.

1심은 A씨가 피해자를 기망해 돈을 편취했다고 판단해 징역 4개월을 선고하고, 피해자에게 4000만원을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재판부는 A씨가 자신의 자금이 없는 사실을 숨긴 채 자금주인 것처럼 속였고, 받은 수수료만으로는 약속을 이행하는 것이 불가능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항소심 재판부도 사실관계를 그대로 인정해 징역 4개월 선고와 배상명령을 유지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A씨의 상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상고이유는 심리미진과 법리 오해를 주장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원심의 증거 선택과 증명력 판단, 사실인정을 다투는 취지"라며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는 주장 역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형사소송법은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만 사실오인이나 양형부당을 이유로 상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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