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강물 마르자…'세계 동맥' 파나마 운하에도 영향

입력 2026-08-05 20:02  

지구촌 전체를 강타한 기록적인 폭염이 파나마 운하의 물길에도 영향을 미쳤다.

5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파나마운하청(ACP)은 운하 수심 제한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25일부터 하루 예약 가능 선박 수를 기존 36척에서 34척으로 줄인 데 이어 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최대 규모 선박인 네오파나맥스급의 최대 허용 흘수(draft, 물속에 잠긴 선체의 깊이)도 단계적으로 낮추고 있다.

지난달 초 50피트였던 최대 허용 흘수는 지난달 24일 49.0피트로 조정됐으며 오는 15일부터는 48.5피트로 추가 하향될 전망이다. 화물을 많이 실을수록 흘수가 깊어지는 만큼 흘수 제한은 곧 선박 적재량을 줄이도록 하는 조치다.

ACP가 이 같은 조치에 나선 것은 올해 슈퍼 엘니뇨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엘니뇨는 남아메리카 적도 부근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아지는 현상으로, 해수면 온도 상승 폭이 2도 이상이면 슈퍼 엘니뇨로 분류된다.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는 올해 적도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3도 이상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약 3.5도 상승한 187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달 31일 "이미 엘니뇨가 상당히 발달한 상태며 전 세계 많은 지역이 평년보다 높은 기온과 강우 패턴의 큰 변화에 직면한 가운데 엘니뇨는 앞으로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슈퍼 엘니뇨가 현실화하면 중앙아메리카 남부와 카리브해 일부, 남아메리카 북서부 등 지역에서는 강수량이 줄고 가뭄이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대량의 담수를 사용하는 파나마 운하 운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파나마 운하는 가툰호와 알라후엘라호의 담수를 이용해 선박을 승강시키는 방식으로 운영되는데 한 척이 운하를 통과할 때마다 막대한 양의 담수가 사용된다.

실제 ACP는 엘니뇨로 1950년 이후 최악의 가뭄을 겪은 2023~2024년 하루 통행 허용 선박 수를 정상 수준인 38척에서 22척으로 약 42% 줄였다. 리카우르테 바스케스 파나마 운하청장은 지난달 22일 성명을 통해 "2023~2024년 엘니뇨 당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예방 조치를 시행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 수심 제한뿐 아니라 하루 예약 가능 선박 수도 추가로 축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파나마 운하의 통행 제한이 본격화하면 글로벌 선박 운항에 작지 않은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글로벌 무역이 새로운 난관에 직면했다. 통행 선박에 더 큰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전했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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