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트립닷컴은 어떻게 한국 1등 여행앱 됐나

입력 2026-08-05 17:38   수정 2026-08-06 01:21

2018년 2월, 중국계 온라인여행사(OTA) 한 곳이 코레일 승차권을 온라인에서 팔기 시작했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이 웹에서 KTX 표를 쉽게 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웹사이트 이름은 트립닷컴. 당시 생소했던 이 회사는 8년 후 한국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쓰는 ‘공룡 여행 앱’이 됐다. 지난 5월 한 달간 트립닷컴이 국내에서 발권한 항공권 규모만 668억원어치다. 5년 전만 해도 야놀자와 이용자 수가 18배 차이 나던 후발주자가 광고 물량 공세와 항공권 경쟁력을 앞세워 국내 OTA 시장을 흔들고 있다.
◇여행 앱 1위 오른 트립닷컴

5일 데이터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지난 7월 트립닷컴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554만 명을 기록해 국내 종합여행 앱 중 1위에 올랐다. 놀(NOL·545만명)과 여기어때(441만명)를 모두 제쳤다. 지난 6월 478만 명으로 놀(452만 명)을 처음으로 넘어선 후 두 달 연속 선두를 지켰다.

5년 전인 2021년 6월만 해도 트립닷컴 MAU는 19만5000명밖에 안 됐다. 당시 야놀자(현 NOL) 이용자는 348만 명으로 트립닷컴의 17.8배였다. 트립닷컴이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건 2024년. 코로나19로 내보내지 못하던 과거 영상을 다시 꺼내 ‘지금이야, 지금’ 캠페인을 시작하고 광고 물량을 퍼부었다. 트립닷컴의 여행업종 TV 광고 점유율은 2024년 상반기 13%에서 2025년 상반기 37%로 뛰었다. 최근 1년 새 트립닷컴 MAU는 195.4% 급증했다.

해외 항공권 판매가 사업 확대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트립닷컴의 국내 항공권 BSP(항공 여객 판매대금 정산제) 발권액은 2022년 729억원에서 지난해 4936억원으로 3년 만에 6.8배로 증가했다. 2016년 인수한 항공권 가격 비교 서비스 스카이스캐너와의 시너지가 컸다. 스카이스캐너 이용자 중 트립닷컴을 사용한 비율은 지난해 6월 27.49%에서 올해 51.79%로 높아졌다.

편의성도 트립닷컴의 경쟁력으로 꼽힌다. ‘일본 편도 7000원’ ‘칭다오 편도 1만7000원’ 등 선착순 특가 이벤트를 운영하면서 항공권을 찾으러 들어온 구매자가 다른 상품까지 함께 예약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글로벌 OTA지만 원화 결제와 국내 카드에 더해 네이버페이까지 붙여 해외 플랫폼에서 느끼는 결제 불편을 사실상 없앴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처음엔 놀과 여기어때 이용자의 비교 앱으로 침투한 뒤 이용 빈도를 끌어올렸다”며 “최근엔 트립닷컴만 사용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규제 역차별 문제 풀어야”
트립닷컴의 급성장은 국내 OTA들이 제기해온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에 불을 붙이고 있다. 놀, 여기어때 등 국내 업체는 가격 표시부터 강력한 규제를 적용받는다. 세금과 봉사료를 포함한 가격을 화면에 띄워야 제재받지 않는다. 환불부터 개인정보보호 시스템 구축까지 국내 규제에 맞춰 인력을 운용해야 해 관련 비용이 크다. 반면 트립닷컴 등 해외 OTA는 국내 거래 규모와 책임 주체를 파악하기 어렵고, 위법 행위가 확인돼도 제재까지 상당한 시차가 발생한다.

최근 1~2년 새 이뤄진 국내 OTA 재편이 트립닷컴에 역전할 틈을 내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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