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일론(nylon)은 1935년 미국 듀폰이 개발한 세계 최초의 합성섬유다. 6·25전쟁 이후 국내에 들어온 나일론은 가볍고 질길 뿐만 아니라 번지르르한 외형 등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비단과 면을 빠르게 대체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천연 직물이 아닌 ‘인조’라는 이미지가 부각됐다. 진짜가 아닌 가짜라는 인식이 점점 커지고 겉만 그럴싸한 것을 낮잡아 ‘나이롱’으로 부르기 시작했다.외래어 표기법상 표준어는 나일론이지만 가짜나 엉터리라는 의미의 속어로 쓸 때는 나이롱이라고 하는 게 입에 착 달라붙는다. 나이롱은 주로 거짓의 의미를 담아 사람을 수식하는 단어로 쓰인다. 믿음이 깊지 않은 종교인은 나이롱 신자이고, 자격만 있고 실력은 없는 사람은 나이롱 전문가다. 멀쩡하거나 가벼운 부상인데도 아픈 척하며 치료 기간을 늘리고 보험금을 타내는 사람은 나이롱환자라고 부른다. 나이롱환자는 사전에도 오른 표제어다.
정부가 다음달부터 나이롱환자를 걸러내는 장치를 강화한다고 한다. 9월 10일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돼 교통사고로 염좌나 타박상을 입은 경상 환자가 8주를 넘겨 치료받으려면 전문 의료인의 엄격한 적정성 검토를 거쳐야 한다. 2023년 도입된 ‘4주 룰’은 진단서를 내는 방식으로 치료 기간을 쉽게 연장할 수 있었지만, 새 제도는 장기 치료의 필요성을 명확히 따지게 된다.
국내 경상 환자는 2019년 155만4000명에서 2024년 148만8000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치료비는 1조원에서 1조4100억원으로 늘었다. 환자는 감소했는데 비용은 40% 넘게 불어난 것이다. 사고를 빌미로 통원과 입원 기간을 늘리고 합의금을 부풀리면 보험사 부담도 커지게 된다.
물론 치료 기간이 길다고 해서 무턱대고 환자를 의심해선 안 될 것이다. 사고 후유증은 사람마다 다르고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통증도 있다. 하지만 일부의 도덕적 해이는 결국 선량한 보험 가입자의 보험료 인상이라는 폭탄으로 돌아온다. 이번 법 개정이 제도 허점을 노린 나이롱환자를 솎아내고, 부실한 보험 재정을 정상화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안정락 논설위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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