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셋 규제가 키운 풍선효과…시장 흔드는 '리밸런싱 역설'[전예진의 마켓 인사이트]

입력 2026-08-09 04:51  

핀셋 규제가 키운 풍선효과…시장 흔드는 '리밸런싱 역설'[전예진의 마켓 인사이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겨냥한 금융당국의 규제가 시행되자 시장에서는 예상과 다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규제 대상인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거래는 급감했지만 투자자들은 규제 대상이 아닌 코스피200 레버리지 상품으로 몰리고 있다. 장 마감 직전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리밸런싱 물량도 줄지 않았다. 오히려 개별 종목에 집중됐던 충격이 시장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변동성을 낮추려던 핀셋 규제가 ‘풍선효과’를 불러왔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상장한 지난 5월 27일부터 8월 4일까지 국내 레버리지·인버스 ETF의 종가 리밸런싱 규모를 분석한 결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기본예탁금 3000만원 규제가 처음 적용된 7월 31일 전체 리밸런싱 추정액은 6조7921억원으로 집계됐다. 코스피지수가 하루 17.91% 급등한 이날 리밸런싱 규모는 코스피가 9.99% 급락했던 지난 6월 23일 이후 가장 컸다. 단일종목 거래는 줄었지만 실제 시장에 충격을 주는 기계적 매매 물량은 오히려 증가한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지수형 상품의 리밸런싱 비중 확대다. 이날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기반 레버리지·인버스 ETF의 리밸런싱 규모는 3조6660억원으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3조1262억원)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그동안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리밸런싱 규모가 지수형 상품보다 두 배 이상 많았지만 규제 시행과 동시에 흐름이 뒤집혔다.

최근 두 달간의 흐름을 봐도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규제 시행 전 전체 리밸런싱에서 코스피200·코스닥150 등 대표지수형 상품이 차지한 비중은 하루 평균 44.1%였다. 그러나 규제 시행 이후에는 57.3%로 높아졌고 8월 4일에는 76.5%까지 치솟았다. 시장에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대부분 지수형 레버리지 상품으로 이동한 결과로 보고 있다.

리밸런싱은 레버리지·인버스 ETF가 목표 수익률을 유지하기 위해 장 마감 전 기초자산이나 선물을 사고파는 과정이다. 투자자 간 손바뀜을 의미하는 거래대금과 달리 실제 시장에서 발생하는 기계적인 매매인 만큼 증시 변동성에 직접 영향을 준다.

실제 7월 31일 리밸런싱 물량은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 49조6000억원의 13.7%에 달했다. 하루 거래대금의 7분의 1에 가까운 주문이 오후 2시30분 이후 시장에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장 후반 변동성이 커질수록 ETF 운용사의 리밸런싱 주문도 함께 늘어나는 구조다.

리밸런싱 규모와 증시 변동성의 상관관계도 뚜렷했다. 분석 기간 리밸런싱 물량이 코스피 거래대금의 8%를 넘은 13거래일에는 모두 코스피가 하루 5% 이상 급등락했다. 리밸런싱 비중 상위 25% 거래일의 평균 절대 등락률은 8.2%로 하위 25%(1.3%)의 여섯 배를 웃돌았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장중 변동성이 커질수록 리밸런싱 물량도 늘어나고 오후 2시 이후부터는 기계적인 매매가 집중되면서 장 막판 변동폭이 확대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만 규제해서는 변동성을 낮추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코스피200 기반 레버리지·인버스 ETF는 19종에 달한다. 여기에 관련 ETN과 파생상품까지 포함하면 같은 시간대 코스피200 선물을 중심으로 대규모 리밸런싱이 이뤄진다. 선물시장 매매는 다시 차익거래와 프로그램 매매를 유발해 코스피200 구성 종목 전반으로 충격이 확산된다. 단일종목 레버리지의 영향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된다면 지수형 레버리지는 시장 전체로 파급되는 구조다.



‘삼성닉스’ 쏠림은 해소될 기미 안 보여


더 큰 문제는 투자자들이 지수형 상품으로 이동해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쏠림은 거의 해소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재 코스피200에서 삼성전자 비중은 약 33.1%, SK하이닉스는 26.5%다. 두 종목을 합치면 전체 지수의 59.5%에 달한다. 세 번째로 비중이 높은 종목은 3%에도 못 미친다. 200개 종목으로 구성된 국내 대표지수지만 실제 움직임은 두 반도체 기업이 좌우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막더라도 코스피200 레버리지 ETF를 이용하면 사실상 비슷한 투자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스피200 레버리지 ETF는 지수 수익률을 두 배 추종하는 구조다. 투자자는 200개 종목에 분산 투자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투자원금을 웃도는 규모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에 간접적으로 노출된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규제가 두 종목에 대한 투기 수요를 근본적으로 줄이지 못하는 이유다.

시장에서는 근본적인 처방은 단일종목 규제가 아니라 코스피200 지수 구조 개편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해외 주요 지수는 특정 종목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종목별 비중 상한(캡·Cap)을 두고 있다. 일본 닛케이225는 개별 종목 비중을 최대 10%로 제한한다. 미국 나스닥100은 개별 종목 비중을 24% 이하로 제한하고 비중이 4.5%를 넘는 종목들의 합산 비중도 48%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관리한다. 뉴욕증권거래소(NYSE)100도 개별 종목 비중을 20% 이내로 제한하며 러셀 지수 역시 비슷한 수준의 캡 규칙을 적용하고 있다.
반면 코스피200은 시가총액 비중이 그대로 지수에 반영되는 구조다. 별도의 종목 비중 상한이 없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편중이 갈수록 심화했다. 시장에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를 규제해도 투자자들이 코스피200 레버리지 상품으로 이동하는 것은 결국 지수 자체가 두 종목 중심으로 설계돼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코스피 지수의 설계를 검토할 때


잠재적인 투자 수요도 적지 않다. 올해 상반기 레버리지·인버스 ETF 기본교육 이수자는 116만3000명에 달했고 단일종목 레버리지 거래를 위한 심화교육 이수자도 약 69만 명으로 집계됐다. 기본예탁금 3000만원 요건으로 단일종목 거래가 어려워진 투자자들이 진입장벽이 낮은 지수형 레버리지를 대안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막더라도 투자 수요가 코스피200 레버리지 상품으로 이동하면 시장 전체 리밸런싱 규모는 줄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해외 주요 지수는 특정 종목의 비중이 지나치게 커지지 않도록 캡 규칙을 적용해 대표성과 안정성을 함께 관리한다”며 “국내도 코스피200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비중을 조정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예진 한국경제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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