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통지서 '반송'하더니…계속 출근한다는 황당 직원 [곽용희의 인사노무노트]

입력 2026-08-09 06:00   수정 2026-08-09 06:54

해고통지서 '반송'하더니…계속 출근한다는 황당 직원 [곽용희의 인사노무노트]



상습적으로 출퇴근 등록을 누락한 근로자의 징계 해고는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특히 법원은 외근직 근로자가 해고통지서 수령을 회피해 회사가 '문자메시지'로 사유와 시기를 보냈다면 '서면 통지'와 다름없이 유효하다고 봤다. 근로기준법상 '해고 서면통지 의무'의 예외를 인정해준 드문 판결이라는 평가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방법원 제17민사부는 근로자 A씨가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회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3일에 한번 꼴로 지각…해고에도 통지서 '반송'
2002년에 입사한 A씨는 2022년 8월부터 편의점 점포를 돌며 재고 실사 업무를 담당해왔다. 그러던 2024년 8월 A씨의 출퇴근 키 미등록, 잦은 지각, 근무지 이탈 등이 논란이 됐다. 회사의 감사 결과 A씨는 2024년 6월부터 9월까지 총 근무일수 77일 중 68%에 달하는 52회나 출퇴근 키를 등록하지 않았고, 출근 시간인 9시 이후 지각한 횟수도 24회(31%)에 달했다.

외근 중 연락이 두절되거나 맡은 점포에 지연 도착하는 일이 잦았고, 팀의 주요 업무 대신 편한 업무만 고집하고 팀장의 지시를 따르지 않아 팀 내 업무 기여도가 3~4%에 불과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B사는 결국 인사위원회를 열어 A씨에 대한 징계면직을 의결했다. 이후 회사는 해고통지서를 직접 교부하려 면담을 시도했지만 A씨는 수령을 거부했다. 이에 회사가 두차례에 걸쳐 해고 통지서를 내용증명으로 발송했지만 '이사불명'으로 반송됐다.

결국 회사는 어쩔수 없이 해고사유와 시기가 적힌 해고통지서를 문자메시지로 네차례 전송하고, '노무수령거부 통지서'를 수차례 전송했다.

A씨는 "서면이 아닌 문자메시지 해고 통보는 근로기준법 위반이며, 외근직 업무 특성을 고려할 때 근태불량 등의 사유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반드시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자메시지에 의한 해고통지는 원칙적으로 무효라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
○"이메일 해고 통지도 유효" 이례적 판단
재판부는 먼저 문자메시지 통보가 적법하다고 봤다. 법원은 "해고사유와 시기에 관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기재돼 있고, 해고에 적절히 대응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는 등 서면 해고통지의 역할과 기능을 충분히 수행하고 있다면 전자문서에 의한 통지라는 이유만으로 무효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한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해고통지서를 교부하기 위하여 면담을 실시했지만 A가 수령을 거부하자 원고에게 내용증명 및 문자메시지로 해고 통지서를 발송했다"며 "문자메시지를 통해 발송한 해고통지서에 해고근거, 해고사유 및 해고 시기가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어 A가 해고에 적절히 대응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해고 사유의 정당성에 대해서도 회사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업무 특성상 외근이 잦더라도 동료들은 출퇴근키 미등록한 횟수가 거의 없고, 동료들에 비해 업무 기여도가 현저히 낮다"며 비위 사실이 명확하다고 판단하고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정상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근로기준법상 해고 서면 통지 의무는 근로자에게 방어권을 보장하고 해고의 남발을 막기 위한 장치"라며 "다만 근로자가 고의로 서면 수령을 회피하는 특수한 경우엔 방어권이 확실히 보장된 것을 전제로 문자 해고 통보의 효력이 발생한다는 점을 확인한 의미있는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속적으로 출근하는 직원에 대해서는 노무 제공을 받지 않겠다는 거부 의사를 명확히 밝히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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