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초유의 변동성 장세를 이어간 가운데 세계 3대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최근 한국 증시의 변동성이 단기적으로 신용위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지난달 증시 역사상 처음으로 유가증권·코스닥 두 시장에서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20분간 매매 중단)가 발동되는 등 급등락장이 반복되고 있다.
피치는 5일(현지시간) 한국의 견조한 경제 여건과 금융권 전반에 걸친 건전성 규제 장치가 금융시장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증시 변동성이 신용 위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유력한 경로로는 소비심리, 주택시장 활동, 금융회사의 실적 등이 제시됐다.
특히 피치는 주가 약세가 지속될 경우 소비보다 주택 수요와 심리에 더 큰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주가가 1만원 오르면 투자 이익이 소비 재원으로 활용되는 주식 자산효과는 1.3%에 그친다는 한국은행의 연구 결과를 근거로 제시했다. 한은은 무주택 가구는 주식 투자를 통해 얻은 수익의 70%를 부동산 매입에 투자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2011∼2024년 소비, 자산 데이터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로, 유럽이나 미국 등의 3~4%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단기적으로 가장 뚜렷한 압박을 받을 곳으로는 증권사가 꼽혔다. 다만 현재 증시 변동성이 증권사의 실질적인 재무구조 악화로 이어질 조짐이 나타나고 있지 않다고 피치는 진단했다. 또한 증권사들이 수익성이 강화된 상태에서 이번 증시 조정 국면을 맞닥뜨렸다고 평가했다. 올해 상반기 실적을 발표한 대다수 증권사는 위탁매매와 신용융자 이자수익 증가에 힘입어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약 두 배로 늘어났다는 점을 전했다. 또한 지난 2년간 쌓은 이익잉여금이 수익 감소와 잠재적 손실을 흡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피치는 예상했다.
은행권에 미치는 영향도 단기적으로는 영업 규모와 수익성 둔화를 중심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상대적으로 주식 변동성에 대한 직접 노출도가 낮다는 진단이다. 가계가 주식 투자를 위해 레버리지를 크게 늘린다는 뚜렷한 정황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율은 올해 1∼5월 전년 동기 대비 3.8%로 완만한 수준을 유지했다고 전했다. 은행의 주된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은 증시가 아니라 주택 및 가계신용 여건을 통해 발생했다는 점을 짚었다.
피치는 한국의 경제가 여전히 우호적인 여건이라고 평가했다. 상반기 국내총생산(GDP) 지표는 피치가 지난 6월 제시한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 2.6%를 다소 웃돌 가능성을 시사했다. 인공지능(AI) 수요 확대로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과 투자가 강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소비도 양호한 흐름을 보인 결과다. 앞서 한은은 예상보다 강한 성장세 등을 이유로 지난달 연 2.50%였던 기준금리를 연 2.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2023년 1월 이후 3년6개월 만에 통화 정책을 긴축 기조로 전환했다.
한편 국내 증시는 금융위기 때보다 더한 초유의 급등락장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달 코스피지수는 33% 급락해 외환위기 때의 월간 최대 하락 기록(1997년 10월 -27%)을 갈아치웠다. 그러나 해외 투자은행(IB)들은 양호한 증시 전망을 고수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4일 "시장이 정당화되는 수준보다 더 부정적인 펀더멘털(기초체력) 전망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며 향후 1년 목표 수준을 1만2000포인트로 유지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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