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 전 성폭력 가해 행위에 대해 현직 경찰관의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법원 판결이 나왔지만 징계 절차를 밟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임용 전 비위를 확인하거나 조치할 뚜렷한 절차가 없어서다. 과거 비위로 현직 경찰관의 품위가 훼손된 사실이 확인된 경우 최소한의 사실관계 조사와 인사상 조치를 거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본지 2026년 8월 6일자 A27면 참조([단독] 30년前 친족 성폭력…"정신적 피해 입증하면 배상")
7일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해당 경찰관의 신원과 과거 성폭력 관련 민사소송 패소 사실을 파악 중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5단독은 지난달 21일 약 30년 전 사촌동생을 강제추행한 B씨가 피해자 A씨에게 214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B씨는 서울경찰청 소속 경찰관으로 파악됐으며 선고 엿새 뒤 항소장을 제출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대상자가 누구인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민사에서 패소한 사실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면 사실관계를 조사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경찰공무원의 성 관련 비위에 대한 징계시효는 10년이다. 일반 비위는 원칙적으로 3년의 징계시효가 적용된다. 징계시효가 지나면 파면 해임 정직 감봉 견책 등 법정 징계처분을 할 수 없고, 사안에 따라 경고나 주의 등 내부 조치를 검토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은 1994년에 발생해 성 비위에 적용되는 징계시효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30년 넘게 지난 상태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징계시효가 훨씬 지난 민사사건에서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 경찰관 사례는 전례를 찾기 어렵다”며 “경고 등의 조치가 가능한지 내부적으로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형사사건과 달리 민사사건 진행 상황이 경찰에 자동으로 전달되는 통보 체계가 없다는 점도 사실관계 파악을 어렵게 한다. 경찰관이 형사사건으로 수사를 받으면 수사기관이 소속 기관에 수사 개시 사실을 통보하고, 경찰은 이를 토대로 감찰 조사나 인사 조치에 나설 수 있다. 반면 개인 간 민사소송은 소속 기관에 내용이 통보되지 않아 경찰이 별도로 사건 당사자와 판결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
범행 당시 B씨가 경찰관으로 임용되기 전이었다는 점도 징계 여부를 복잡하게 한다. 인사혁신처의 공무원 징계 기준에 따르면 공무원 임용 전에 저지른 범죄는 공무원 신분이 아닌 상태에서 한 행위인 만큼, 그 사실이 임용 후 확인됐더라도 원칙적으로 징계를 요구할 수 없다.
경찰은 채용 단계에서는 과거 비위가 확인된 사람을 임용에서 배제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현직 경찰관이 품위를 손상하거나 형사사건으로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는 경우에는 직위해제나 전보 등 인사상 조치를 할 수 있는 제도도 있다.
이번 사건은 현재 민사 1심 판결이 내려진 단계다. B씨가 항소한 만큼 손해배상 책임이 최종적으로 확정되려면 항소심과 경우에 따라 대법원 판단까지 거쳐야 한다.
최영총 기자 young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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