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장 잠식은 전기차에서 더 심각하다. 시장조사업체 EV볼륨스에 따르면 중남미 전기차 시장의 중국차 점유율은 87.3%에 달한다. 지난해 중남미에서 판매된 전기차 10대 중 9대가 중국 전기차라는 의미다. 2022년 1만8000대에 그친 중남미 중국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 30만5000대로 3년 새 17배로 불어났다. 업계 관계자는 “중남미 전기차 시장이 중국 업체들에 완전히 장악됐다”고 말했다.
중국 업체들은 현지 정책을 철저히 활용하고 있다. BYD는 브라질 상파울루시가 전기차에 한해 2030년까지 차량 운행 5부제 시행을 면제해준 것을 마케팅 전면에 내세웠다. 현지 생산 거점을 통한 관세 무력화 전략도 병행한다. 지난해 7월 가동을 시작한 BYD 바이아주 공장을 비롯해 체리, 그레이트월모터 등은 현지 반제품 조립(CKD) 생산 체제를 구축해 물류비와 관세를 대폭 낮추고 있다.
유럽과 국내 시장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BYD는 올 상반기 테슬라·기아·폭스바겐을 제치고 영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 브랜드에 올랐다. 지리차는 상반기 유럽에서 22만5000대를 팔아 점유율 3.1%를 기록하며 메르세데스벤츠(4.8%)를 바짝 뒤쫓았다. 국내에선 올해 상반기 중국산 수입차 판매량이 7만9444대로 전년 대비 127.8% 폭증했다.
국내 자동차업계는 중국차의 영토 확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완성차 생산량(410만 대) 중 67%인 274만 대가 해외로 팔려나갔을 만큼 수출 의존도가 높아서다. 유럽과 중남미는 현대차그룹이 공들여온 핵심 시장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조업 출하액의 14.1%를 차지하고 156만 명의 직·간접 고용을 책임지는 만큼 해외 판로가 위축되면 국가 경제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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