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문화콘텐츠 조직의 핵심 수익원은 영화다. 1000만 관객을 돌파한 한국 영화 25편 가운데 12편이 기업은행에서 투자받았다. 기업은행은 ‘극한직업’ ‘범죄도시2’ ‘파묘’ 등에서 100% 이상의 수익률을 맛봤다. ‘명량’ ‘국제시장’ ‘신과함께 1·2’ 등 굵직한 1000만 영화의 투자자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올 들어선 역대급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 극장가 최고 화제작인 ‘왕과 사는 남자’에 투자해 220%의 수익률을 올린 것으로 추산된다. ‘군체’(595만 명), ‘호프’(426만 명), ‘살목지’(324만 명) 등 올해 기업은행 투자를 받은 영화가 줄줄이 흥행에 성공했다.
6명으로 구성된 이 팀은 매년 수십 편의 작품을 꼼꼼히 검토한 뒤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 1차적으로 감독과 배우의 과거 작품뿐 아니라 행적, 세평을 살핀다. 정치적·종교적 편향성을 걸러내는 것은 기본이다. 시나리오 완성도와 장르의 대중성을 놓고 팀원 간 격론을 벌인다.
투자 성공과 실패가 엇갈릴 때마다 그 비결과 시행착오를 빠지지 않고 기록으로 남겼다. 10년 이상 기록이 쌓여 절대 투자하지 말아야 할 작품과 돈을 써야 하는 작품을 선별하는 기준이 됐다. 이것이 기업은행의 노하우인 ‘투자 체크리스트’다.
예컨대 직전 작품에서 실패한 유명 감독이 제작한 영화에는 10%의 가점을 부여한다. 시행착오를 만회하기 위해 차기작에 전력을 다하는 사례가 많아서다. 반대로 감독이나 주연 배우가 3연속 흥행 가도를 달렸다면 10%를 감점한다. 30대와 40대 감독의 데뷔작에 10%의 가점을 주는 항목도 있다. 강승현 기업은행 문화콘텐츠팀 부장은 “실패를 경험한 뒤 나오는 절박함과 독창성에 높은 점수를 매긴다”고 말했다.
물론 체크리스트는 영화산업 트렌드에 따라 수시로 수정한다. 최근에는 촬영 개시 후 1년 이상 경과한 작품은 10% 감점하는 방안을 추가했다. ‘창고 영화’가 줄줄이 흥행에 실패한 점을 참고했다.
기업은행은 올해 ‘인상파의 밤, 파리 1874’와 ‘성률 기획전: 여름을 닮은 우리’ 등 굵직한 전시회에 자금을 투입했다. ‘알라딘’ ‘위키드’ 등 대형 뮤지컬에 투자한 데 이어 올해는 ‘렘피카’ ‘드라큘라’ ‘겨울왕국’ 등 대작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강 부장은 “문화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K콘텐츠 생태계 육성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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