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백화점 등 오프라인 유통은 사양산업이었다. e커머스가 낮은 가격과 빠른 배송 등 편의성을 무기로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자 오프라인 유통의 미래에 대한 비관론이 쏟아졌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신규 출점을 멈췄고 실적은 하향 곡선을 그렸다. 대형마트인 홈플러스는 파산 위기에 내몰렸다.국내만의 일이 아니다. 166년 역사의 미국 백화점의 상징 메이시스는 실적 악화로 전체 매장의 약 30%에 달하는 150개 점포를 폐쇄 중이다. 영국 유명 백화점 데버넘스는 2021년 오프라인 매장을 모두 닫고 온라인 브랜드로 전환했다. 일본 패션의 중심지 도쿄 시부야에서는 백화점이 아예 사라질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남은 세이부백화점이 오는 9월, 58년 만에 문을 닫는다.
오프라인 유통의 부활을 이끈 또 다른 핵심 축이 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다. 올 상반기 방한 외국인은 1071만 명에 달했다. 이들이 국내에서 사용한 카드 금액은 10조원으로 1년 새 50.8% 늘었다.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3사의 상반기 외국인 매출은 총 1조72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백화점뿐만이 아니다. 서울 명동, 성수의 올리브영과 약국에서는 외국인 관광객이 고함량 비타민 등 건강기능식품과 여드름 연고를 장바구니 가득 담는 풍경이 일상이 됐다. 이들은 유튜버가 추천한 ‘한국 여행 필수템’ 수십만원어치를 단숨에 결제한다. 뚝섬 한강공원 편의점에서는 즉석 라면 조리기 앞에 해외 인플루언서가 모여든다. 더현대 서울, 롯데 잠실, 신세계 강남 등 세 곳에서만 한 해 2000개가 넘는 팝업스토어가 열리며 매일 아침 글로벌 ‘오픈런’이 연출된다. 최근 방한한 화제의 영화 ‘오디세이’ 제작진도 한강과 올리브영을 찾았다.
문화 수출의 최종 단계는 ‘삶의 방식’ 전파다. 미국이 20세기 세계에 판 것은 콜라가 아니라 콜라를 마시는 삶의 이미지였다. 과거 한국 백화점에서 명품을 쇼핑하던 이들이 이제는 한강을 바라보며 편의점 라면을 먹고, 백화점 팝업스토어를 순례한다. 외국인들이 ‘한국의 물건’이 아니라 ‘한국인이 사는 방식’을 소비하기 시작한 것이다.
K웨이브 진화의 끝에서 한국 오프라인 유통이 때아닌 르네상스를 맞이하고 있다. 이들이 한국의 또 다른 수출 산업이자 글로벌 문화 플랫폼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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