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죽으면 8840만원"…입대 직전 군인과 결혼한 22세 연하女

입력 2026-08-06 19:15   수정 2026-08-06 19:54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전사자 보상금을 노린 위장 결혼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미 CNN의 지난 4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에서는 군인이 전사하면 직계 가족이 보상금을 받는 제도가 일명 '검은 과부'(블랙 위도우)라고 불리는 사기꾼들에 의해 악용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군인의 직계가족은 군인이 전사한 후 군으로부터 최소 500만루블(약 8840만원)의 보상금을 일시금으로 받는다.

러시아 당국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을 시작한 뒤 신병들의 사기를 높이고 이들의 전투 동기 부여를 위해 결혼을 적극 권장해 왔다. 이에 따라 신병은 대기 기간을 거치지 않고 결혼 신고를 할 수 있게 됐으며, 당국은 절차를 단순화하기 위해 지방 정부 주최의 합동 결혼식도 연 바 있다.

일부 사기꾼은 이 같은 제도의 허점을 악용하기 시작했다. 참전 군인의 생존율이 극히 낮다는 점을 파고들었다.

CNN은 59세 아버지를 전선으로 보낸 여성 마리아의 사연을 소개했다. 이 여성에 따르면 아버지는 가족이 전혀 모르는 새에 22세 연하 여성과 결혼한 뒤 이틀 후 입대했다. 그는 최전선에서 싸우다 결국 전사했다.

이후 마리아는 일면식도 없는 아버지의 새 아내가 법적 직계 친족이 돼 전사 보상금을 수령하게 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아버지의 새 아내는 남편이 살던 아파트를 매각한 뒤 자취를 감췄다.

러시아 내에서도 '검은 과부' 사기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는 분위기다. 군 병원에서 근무하던 한 간호사가 부상병 5명이 사망하기 전 이들과 결혼해 보상금을 챙긴 혐의로 해고당하기도 했다.

군 관계자들이 여성과 짜고 갓 입대한 남편을 위험 임무에 배치한 뒤 사망 보상금을 나누려 한 정황도 드러났다. 한 부동산 중개인은 팟캐스트에서 최전선 배치를 앞둔 신병과의 결혼을 내 집 마련 수단으로 소개했다가 기소돼 사회봉사 명령을 받기도 했다.

CNN은 "법적 배우자는 전사 보상금을 받을 수 있는 최우선 순위 친족이다. 위장 결혼으로 배우자 지위를 확보한 뒤 남편을 전장에 보내고, 사망 통보가 오면 부모와 자녀를 제치고 보상금을 독차지하는 구조"라고 했다.

결국 러시아 당국은 '검은 과부' 사기 대응에 나섰다. 브랸스크주 법원은 지난해 여름 전사자와 배우자의 혼인을 위장 결혼으로 판단해 무효로 결정했다. 이런 취지의 판결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입법만으로 이런 사기 행각이 줄어들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전쟁이 지속돼 거액의 전사 보상금이 범죄의 유인을 제공하는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이를 노린 위장 결혼과 사기 범죄는 계속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많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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