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과징금 여파로 올해 2분기 8300억원대 영업적자를 낸 사이 커머스가 성장 동력으로 자리잡은 네이버는 같은 기간 5200억원대 영업이익을 올리며 맹추격하고 있다. 빠른 배송과 이른바 '네넷 효과'(넷플릭스와의 동맹)를 바탕으로 커머스 사업이 가파르게 성장한 데다, '탈팡'(쿠팡 탈퇴) 고객까지 흡수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네이버가 강력한 수익성을 무기로 쿠팡의 핵심 경쟁력인 '로켓배송'을 정조준한 물류 강화에 나서면서 유통 분야에서 쿠팡을 위협하는 존재로 올라서고 있다.
네이버는 7일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 2분기 매출 3조3888억원, 영업이익 5203억원(영업이익률 15.4%)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실적을 견인한 것은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멤버십·N배송 등 비중이 높은 플랫폼 서비스 부문이다. 네이버 플랫폼(서비스 및 광고) 매출 중 서비스 부문 매출은 45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3% 급성장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10월부터 멤버십 전용 반품 센터를 통해 빠른 반품을 지원하고 전용 새벽배송을 본격 도입할 예정"이라며 배송 서비스 강화 계획을 밝혔다. 이어 "무료 배송과 무료 반품 혜택 강화 이후 N배송 멤버십 고객의 구매 빈도는 약 29% 증가했고, 거래 비중도 70%를 넘어섰다"며 "멤버십이 거래 성장의 핵심 축으로 확인된 만큼 앞으로는 멤버십 가입자 기반 자체를 공격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네이버 서비스 부문 매출은 커머스 생태계에 힘입어 지난 1분기에도 445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35.6% 급증했다. 유통업계는 특히 올 초부터 탈팡 고객을 흡수하면서 커머스 규모가 크게 커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6월 신규 설치 건수는 네이버플러스스토어가 74만9581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쿠팡은 38만3182건에 그쳤다. 현재까지 알려진 네이버와 쿠팡의 거래액은 양사 모두 50조원대로 쿠팡이 다소 우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네이버가 격차를 크게 좁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네이버는 올 1분기(5418억원)까지 합산한 상반기 영업흑자 총 1조621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쿠팡이 영업적자 1조1895억원을 낸 것과 대조적이다. 쿠팡은 개인정보 유출 보상 이용권(1조6850억원)을 반영한 1분기 영업적자(3545억원)에 이어 개인정보 유출 과징금(6247억원) 반영으로 2분기에도 8350억원의 적자를 냈다. 과징금을 제외하고도 탈팡족 재유치를 위한 마케팅비 확대 등으로 2분기에만 2192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개인정보 유출 사태만으로 상반기에 1조원 상당의 비용을 지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의 하반기 전망도 녹록지 않다. 상반기 조단위 대규모 적자에 이어 하반기에도 최근 물류센터 화재를 비롯해 각종 '청구서'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쿠팡 측은 지난달 발생한 인천 물류센터 화재로 인한 손실 규모를 평가해 오는 3분기 실적부터 반영할 예정이다. 물류센터 유·무형 자산과 판매자에게 지급해야 할 재고 가치를 합하면 손실액은 35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국세청의 쿠팡 및 쿠팡풀필먼트서비스 과세 예고(약 3000억원), 공정거래위원회의 쿠팡이츠 '최혜대우' 및 '끼워팔기' 관련 제재 등으로 수천억원의 추가 과징금이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네이버는 쿠팡의 한 해 영업이익(6790억원)에 맞먹는 영업이익 6106억원을 작년 4분기에만 냈으며, 한 해 영업이익 2조2081억원을 거뒀다. 영업이익률은 18.35%로 쿠팡의 13배에 달했다. 반면 정보 유출 사태가 벌어진 작년 4분기 쿠팡의 분기 영업이익은 800만달러(115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97% 급감한 데 이어 올해 1~2분기 대규모 적자로 이어졌다.
이에 따라 쿠팡이 올해 종전 최대 연간 적자(1조7000억원) 규모를 넘어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최근 2분기 연속 매출 감소세를 딛고 이번에 13조원대 매출을 거뒀지만, 아직 재가입하지 않은 고객이 많아 마케팅비를 늘리며 재유치에 나서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네이버가 쿠팡의 '로켓배송' 모델을 겨냥해 정면 승부수를 띄우면서 유통시장 내 영향력도 더욱 커지고 있다. 수익성 악화로 로켓배송 확대를 위한 투자에 차질 가능성이 빚어지는 쿠팡과 달리 네이버는 개인정보 유출 사태의 반사이익을 바탕으로 커머스 덩치를 크게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배송 서비스 고도화와 물류 인프라 개편을 동시에 추진하며 쿠팡과의 직접 경쟁 구도를 굳히고 있다.
네이버는 2022년 12월 CJ대한통운 등과 손잡고 '도착보장' 서비스를 처음 선보인 이래 지속적으로 배송 경쟁력을 강화해 왔다. 초기 익일배송(내일배송) 중심이던 서비스는 당일배송(오늘배송)과 일요배송으로 점차 확대됐고, 새벽배송 도입도 활성화하고 있다. 약 3년여에 걸친 물류망 확충 작업을 통해 세분화된 배송 서비스 라인업을 완성하면서 쿠팡의 로켓배송과 대등한 수준의 서비스 기반을 확보했다. 특히 N배송 비중을 올해 25%에서 내년 35%, 3년 내 50% 이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반면 쿠팡은 '5000만 로켓배송' 시대를 위해 부산, 제천, 김천 등 5~6곳에 지방 물류센터를 건립 중이나 최근 수익성 악화로 투자가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 수요 증가로 최근 네이버가 수도권 내 물류 인프라를 확대하기 위한 물류센터 물색 작업에 나선 상황"이라며 "3조원 규모 물류센터 투자를 진행 중인 쿠팡이 잇따른 정부 규제와 징벌적 과징금 처분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이 풍부한 자본력을 갖춘 네이버가 본격적인 물류 유통 시장 장악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짚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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