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말에 등산 갑시다.”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등골이 서늘해졌을 상사의 한마디. 그런데 글로벌 기업들은 한발 더 나아가 산행에 수십억 원을 투자하고 있다. 회의실에서는 쌓기 어려운 신뢰를 자연 속에서 끌어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8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대형 로펌 퀸엠마누엘 임직원들은 지난달 프랑스 알프스 몽블랑산을 함께 올랐다. 산행에 참여한 변호사는 무려 370명이었다.
퀸엠마누엘은 매년 소속 변호사를 대상으로 하이킹 행사를 연다. 1993년 로펌 창립자인 존B.퀸이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시작된 이 행사는 이제 회사를 대표하는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참가자들의 항공료와 숙박비, 프로그램 운영비 등을 합치면 매년 100만달러(약 14억원)가 들어간다. 지난해에는 페루에서 행사가 열렸다.
마이크 칼린스키 공동대표는 자연스러운 팀워크를 형성하는 게 행사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빙하가 보이는 산길에서 45초 정도 나누는 짧은 대화만으로도 자연스럽게 유대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올해는 일부 참가자들이 산속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도 했다.
경영진과 직원이 자연 속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경험은 조직 내 신뢰를 쌓고 구성원의 몰입도를 높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맥킨지앤컴퍼니도 보고서를 통해 “개인과 팀이 자연 속에서 소통하는 기회는 직장에서 증가하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짚었다.
맥킨지 산하 리더십 컨설팅 업체인 애버킨은 기업 대상 트레킹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일반적인 기업 워크숍이나 리더십 연수와 달리 참가자들은 자연 속에서 3~5일을 보내게 된다. 일상적인 업무 패턴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계와 협업 방식을 경험하도록 하기 위한 취지다.
한 미국 제조업체 CEO는 맥킨지에 “모닥불을 둘러싸고 45분 동안 나눈 대화를 회의 형식으로 진행했다면 30시간은 걸렸을 것”이라며 “그동안 팀원들이 이렇게 많은 사안에서 서로 생각이 달랐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맥킨지는 멀리까지 가는 거창한 형식의 트레킹이 아니어도 된다고 조언했다. 회의실 대신 함께 걸으며 현안을 논의하거나 공원에서 전략 회의를 하는 것만으로도 자연의 이점을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팀 회의나 워크숍 역시 일부 프로그램만이라도 야외에서 운영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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