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인간은 언젠가 우주를 이해할 수 있을까

입력 2026-08-07 17:54  

“삶, 우주, 그리고 모든 것에 대한 궁극적 질문의 답은… 42입니다.”

더글러스 애덤스의 공상과학(SF) 소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엔 기묘한 슈퍼컴퓨터가 등장한다. ‘궁극적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초지능을 지닌 범차원적 존재들이 만들었다.

750만 년에 걸쳐 계산을 마친 이 기계가 내놓은 답은 황당하게도 숫자 42. 문제는 여기서 시작됐다. 왜 그 답이 나왔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던 것. 이를 알아내기 위해 ‘범차원적 존재들’이 다시 만든 초거대 컴퓨터가 있었으니 바로 지구다.

이론물리학자 박권 고등과학원 교수는 신간 <시뮬레이션 우주>에서 이러한 아이디어에 주목했다. 해법을 모르는 답변을 알아내기 위해 만들어진 컴퓨터가 바로 지구인이 아닐까라는 식의 착상이다. 저자는 지구인들 한명 한명이 계산기와 같다고 말한다. 생존을 위해 상황마다 최선의 방법을 찾아내는 계산 기계라는 얘기다. 그러면서 ‘인간 계산기를 병렬로 끝없이 연결하면 어떤 난제라도 풀 수 있지 않을까’하고 기대한다.

저자는 우주가 계산기로 접근할 수 있는 정보 시스템이라고 말한다. 이를 보여주기 위해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 ‘인터스텔라’의 한 장면을 소환한다. 블랙홀에 떨어진 주인공 쿠퍼가 자신의 딸 머프에게 남겨진 사람들이 지구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양자 데이터를 전달한 것이다. 그가 전달 수단으로 활용한 것은 이진법과 유사한 형태로 만들어진 모스 부호였다. 이처럼 짧은 신호와 긴 신호로 이뤄진 모스 부호를 통해선 알파벳뿐만 아니라 문장 부호, 빈칸 등을 모두 표현할 수 있다.

삼라만물이 정보로 표현할 수 있다면 오로지 수학과 계산만으로도 우주의 질서를 찾아낼 수 있을까. 저자는 술 취한 사람의 걸음걸이를 하나의 예시로 든다. 술 취한 사람이 충분히 여러 번 걸었을 때 특정 위치에 있을 확률은 ‘가우시안 분포’로 계산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공식에는 뜬금없이 원주율이 들어 있다. ‘3.1415926…’로 아무런 규칙 없이 무작위로 이어지는 것처럼 보이는 원주율이 사실은 자연적인 질서의 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인간의 계산 능력이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저자는 우주가 인간에게 능력을 끝없이 높일 수 있는 선물을 줬다고 말한다. 바로 컴퓨터다.

저자는 인류가 계산 능력을 급속도로 고도화해 인공지능(AI)이라는 또 다른 임계점에 다가섰다고 말한다.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저자는 최근의 양자역학 기술 발전으로 컴퓨터의 능력이 급속도로 고도화되고 있다고 말한다. 양자컴퓨터는 양자역학의 중첩이라는 성질을 기반으로 한다. 수많은 가능성을 동시에 고려할 수 있고, 상상을 초월하는 양의 계산을 순식간에 수행할 수 있다.

끝없이 발전하는 인류의 종착점은 어디일까. 마지막에 책은 역대 최고의 SF 작가로 손꼽히는 아이작 아시모프의 단편소설 <마지막 질문>을 꺼내든다. 여기서 인류는 종말을 막기 위해, 끝없이 증가하는 우주의 엔트로피를 다시 줄일 방법이 있는지 컴퓨터에게 거듭 묻는다. 컴퓨터는 별이 사라지고 인간마저 소멸한 뒤에야 답을 찾아낸다. 그리고 창세기의 신처럼 말한다. “빛이 있으라.” 그러자 빛이 다시 생겨났다. 인류의 계산과 질문을 바탕으로 우주가 다시 태어난다는 것이다.

70년 전 나온 충격적이고도 논쟁적인 결론이다. 이 소설로 책의 마지막을 장식한 저자의 뜻에 온전히 공감할 필요는 없다. 저자는 논지를 펼치면서 수학·과학 이론을 차근차근 설명한다. 오랫동안 여기에 거리를 두고 살았다면 읽다가 버거워지는 순간이 있지만, 흥미로운 주장을 따라가고 싶은 생각에 끝까지 읽게 된다.

저자가 주목한 것은 각자의 생각과 질문이기도 하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서 주인공 아서는 지구가 파괴되기 직전 한 우주선으로 이동해 목숨을 건졌다. 초거대 컴퓨터는 지구가 갑자기 파괴돼 분노했지만 아서가 살아 있다는 데 주목했다. ‘42’에 관한 실마리가 아서의 머릿속에 담겨 있을지 모르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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