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한테 악취 나요"…땀 냄새에 퇴사 고민하는 직장인들 [리멤버 오피스워]

입력 2026-08-07 21:00   수정 2026-08-07 22:23

"대표님한테 악취 나요"…땀 냄새에 퇴사 고민하는 직장인들 [리멤버 오피스워]


사무실에 퍼지는 냄새를 두고 동료들과 수군대던 직장인이 있다. 하지만 뒤늦게 알고 보니 냄새의 진원지는 자신이었다는 충격적인 사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리멤버'에 올라온 이 고백 글에는 600개에 가까운 댓글이 달렸다. '남 일 같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무더위에 체취, 냉방 온도, 예민해진 말투까지. 요즘 한여름 사무실은 일 얘기가 아닌 것들로 시끄럽다.

7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주 전국 낮 최고기온은 33~39도까지 치솟으며 연일 평년을 웃돌고 있다. 당분간 비 소식 없이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진다는 전망. 그런데도 직장인들은 어김없이 사무실로 모인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지난달 발표한 조사에서 직장인 43.8%는 폭염 같은 자연재해 상황에서도 재택근무나 출퇴근 시간 조정을 보장받지 못한다고 털어놨다. 푹푹 찌는 날씨에도 대부분 한 공간에 모여 하루 여덟 시간을 꼬박 보내야 한다는 얘기다.
퇴사 사유가 '팀장님 입냄새'…본인만 몰라

폭염으로 달궈진 사무실에선 사소한 불편으로도 열이 오른다. 일을 못해서 생기는 갈등이 아니다. 다만 옆자리 동료의 체취를 견뎌야 하는 고충 탓이다. "냄새 난다"는 한마디면 관계가 어색해질 게 뻔하다. 정작 당사자는 문제를 모른다. 일이 서투르면 본인이 먼저 알지만, 냄새는 아무도 말해주지 않으니 모른 채 지나간다.

견디다 못해 회사를 떠나는 경우도 있다. 리멤버 커뮤니티에는 '퇴사 사유 : 팀장님 입냄새'라는 제목의 사연이 화제가 됐다. 업무도 연봉도 아니고, 매일 마주 앉는 자리가 견딜 수 없어 그만둔다는 얘기다. 상대가 윗사람이면 더 답이 없다. "대표님 몸에서 악취가 너무 심하다"며 진지하게 고민 상담을 구하는 사연에도 직장인들 눈길이 쏠렸다.

에어컨 때문에도 전쟁이다. 누구는 춥고 누구는 덥다. 최근에는 바깥 기온이 26도를 넘어야만 에어컨을 켜고, 켜더라도 설정 온도를 28도로 고정해둔 회사 때문에 이직을 고민한다는 직장인 사연이 방송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사무실에서 맨발로 있으면 안 되냐"는 글처럼, 정답도 없고 회사 규칙도 없는 문제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직원들 땀 냄새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는 호소도 잇따른다. 지적하자니 관계가 상하고, 한 번 꺼낸 말은 주워 담을 수도 없다. 참자니 일이 손에 안 잡힌다. 그러다 참던 쪽이 조용히 회사를 떠난다.

말을 꺼내는 방식에 따라 법적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관련 판례를 보면 냄새를 반복적으로 언급하며 인격을 모독하는 언행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동료들이 실제 고통을 겪는 상황에서 관리자가 정중하게 협조를 요청한 경우 괴롭힘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말은 못 하고…직장인들의 각자도생
눈치 빠른 직장인들은 당사자를 직접 겨냥하지 않는다. 대신 티 안 나게 돌아가는 쪽을 택한다고.

일단 제 몸부터 지키고 보는 이들이 있다. 한 직장인은 "탁상용 선풍기를 사서 냄새나는 원점을 향해 틀어놨다. 가끔 선풍기 바람 앞에서 손 소독도 했다"고 전했다. 당사자 모르게 물건을 놓아두는 방식도 공유된다. 다른 직장인은 "데오티슈를 미리 향까지 맡아보고 골라서, 아무도 없는 아침 일찍 출근해 '함께해요'라는 쪽지와 함께 책상에 몰래 올려놨다"며 "그분이 사용하는 걸 바로 알 수 있었고 이후로는 냄새가 안 났다"는 후기를 남겼다. 팀원 전체에게 휴대용 디퓨저나 섬유 향균제를 돌려 특정인을 지목하지 않는 방법을 추천한 이도 있었다.

대화를 에둘러 푸는 이들도 있다. 한 직장인은 "'세탁조 청소를 했느냐. 나도 장마철에 쉰내가 났는데 세탁조 청소를 하니 덜 나더라'라고 물어봤더니 그 직원이 알려줘서 감사하다고, 자기도 고민이었다고 하더라"라는 경험담을 전했다. 지인 얘기인 척 건강 걱정으로 운을 띄워 병원 방문을 유도하거나, 치과 치료 비용 지원을 제안했다는 사례도 공유됐다.

회사 차원에서 대응하기도 한다. "우리 회사는 타운홀 미팅 때 관리팀에서 '개인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해달라, 세탁 시 구연산을 넣으면 냄새가 덜 난다'는 식으로 좋게 공지했다"는 것.

리멤버 관계자는 "일하는 능력은 교육이나 도구로 키울 수 있지만 사무실 매너는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다"며 "이런 사연이 커뮤니티에 계속 올라온다는 건 정작 같은 사무실에서는 꺼낼 창구가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홍민성/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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