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KTX 운임 10% 인하…마냥 좋아해도 될까? [더 머니이스트-백광현의 페어플레이]

입력 2026-08-13 06:28  

3년간 KTX 운임 10% 인하…마냥 좋아해도 될까? [더 머니이스트-백광현의 페어플레이]


만약 우리가 매일 쓰는 배달 앱이 딱 하나만 남는다면 어떨까. 처음엔 소비자를 유인하기 위해 이것저것 쿠폰도 주고 점주들의 수수료도 깎아주던 앱이, 경쟁자가 사라져 시장을 독점하게 되는 순간 태도를 바꿀 가능성이 높다. '잡은 물고기엔 먹이를 주지 않는다'는 냉혹한 시장 생리처럼 소비자 혜택은 확 줄고 점주들의 비용 부담은 껑충 뛰게 된다. 결국 선택의 여지가 없는 소비자와 자영업자 모두 독점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정한 조건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

기업들이 덩치를 키우기 위해 인수·합병(M&A)을 추진하는 것은 자유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를 엄격하게 심사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독과점으로 인한 시장 왜곡과 소비자 피해를 선제적으로 방지하기 위해서다. 과거 시장점유율 92%에 달하는 독점 형성을 우려해 삼익악기의 영창악기 인수를 사실상 불허하거나, 하이트맥주의 진로 인수 시 향후 5년간 가격 인상을 제한하는 조건을 단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그런데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매우 흥미로운 기업결합 심사 결과를 내놨다.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이 에스알(SR)의 영업을 양수하고 지분을 취득하는 기업결합을 최종 승인한 것이다. 고속철도 여객운송업 시장에 단 하나의 공급자만 남게 되는 셈인데, 왜 이번에는 승인이 났을까.

공정거래위원회는 두 회사가 중복으로 운행하는 155개 노선에서 요금 인상이나 서비스 저하 우려가 있는지 심층 심사했다. 그 결과, 철도는 민간 시장과 달리 관련 법령에 따라 촘촘한 규제를 받는 공공 영역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국토교통부 장관이 정한 운임 상한을 초과할 수 없고, 서비스 변경 역시 정부의 엄격한 승인을 거쳐야 하므로 독점 사업자 마음대로 가격을 올리거나 혜택을 줄일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오히려 단기적으로는 '잘 통제된 규제' 덕분에 독점의 순기능이 두드러질 수 있다. 코레일은 기존 KTX 노선 운임을 3년간 SRT 수준으로 10% 인하하고 주말 좌석 공급을 확대하기로 했다. 또한 별도로 운영되던 마일리지 제도를 통합해 기존 SRT 노선에서도 5% 적립 혜택을 제공하고, 공정거래위원회와 국토교통부는 향후 3년간 이 약속의 이행 여부를 공동 점검할 예정이다. 엄격한 가격 규제망 안에서 소비자 혜택이 즉각적으로 늘어나니, 당장은 '착한 독점'이라는 처방전처럼 보인다.

하지만 기업결합 심사와 공정거래 제도의 본질을 되짚어보면, 장기적인 우려를 완전히 지울 수는 없다. 이윤을 좇는 민간 독점이 가격 인상이라는 '독'을 품고 있다면, 경쟁이 사라진 공공 부문의 독점은 혁신 실종과 방만 경영이라는 '부작용'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철저한 통제로 당장의 요금 인상은 막았을지언정, 경쟁 압력이 없는 시장에서는 더 나은 서비스를 향한 유인이 사라지기 십상이다. 과거 비효율의 대명사로 불리던 철도 독점 시대의 폐해가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번 코레일과 에스알의 기업결합 승인이 진정한 소비자 편익 증대로 이어지려면 지속적이고 날 선 감시가 필수적이다. 3년간의 운임 인하 약속을 점검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독점 체제 속에서도 내부 효율성을 잃지 않고 서비스 품질을 끊임없이 높이도록 강제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경쟁이 사라진 자리를 철저한 견제와 혁신의 채찍질로 채우지 못한다면, 오늘의 달콤한 혜택이 훗날 묵은 비효율의 청구서로 돌아오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백광현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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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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