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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완수사 요구하다 골든타임 놓쳐"…前 법무심의관의 우려 [이정우의 중대사안]

입력 2026-08-10 19:15   수정 2026-08-10 19:34

"보완수사 요구하다 골든타임 놓쳐"…前 법무심의관의 우려 [이정우의 중대사안]

"송치받은 피의자가 마약류를 투약한 것으로 의심되는데, 이를 즉시 확인하지 않고 경찰에 보완수사 요구 형태로 내려보낼 경우 마약류가 소변으로 검출되는 2~3일의 시간이 순식간에 경과해 확인할 수가 없게 됩니다."

전 법무심의관 권내건 변호사는 10일 한경닷컴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오는 10월 시행되는 개정 형사소송법이 마약 사건 등에서 수사 공백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 변호사는 앞서 2006년 수원지검 검사로 임관해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장, 대검찰청 인권기획담당관, 서울중앙지검 공보담당관 등을 거쳐 지난 4월 법무심의관을 끝으로 공직을 마무리했다. 현재는 법무법인 트리니티에 합류해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아울러 그는 검사의 피해자 면담권, 수사 기록의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 등재 의무, 경찰의 법률 자문 요청권 등 개정법에 담긴 보완 장치와 여당이 추진 중인 7대 범죄 전건송치 방안에 대해서도 바뀐 형사사법 구조의 문제를 보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 "증거 적시 확보 못하면 전체 사건 어그러져"
권 변호사는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장 시절 용산구 한 아파트에서 경찰관이 추락사한 사건을 수사해 당시 경찰관을 포함한 25명이 모여 신종 마약을 투약한 사실을 밝혀 기소한 경험이 있다. 그는 이 수사에서 검찰의 보완수사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돌아봤다.

권 변호사는 "당시 경찰에서 피의자들이 마약류를 투약했다는 강한 정황을 확인했지만, 투약한 것이 마약류라는 것을 밝히지 못한 상태로 사건을 송치했다"며 "검찰에서 해외에서 마약류임을 확인할 수 있는 표준품을 수입해 감정 절차를 진행했고, 결국 투약 사실을 입증해내 기소한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마약 사건은 증거를 적시에 확보하지 못하면 전체 사건이 어그러지는 것은 물론이고 단순한 투약 사실조차 밝혀낼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마약 수사는 피조사자가 수사기관을 상대로 어떤 거래를 시도하려는 경우가 특히 많은데, 보완수사를 검사가 하지 못하게 되면서 부정한 비리가 개입될 위험성이 훨씬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치료·재활 조건부 기소유예 대상자 선정 여부를 처분을 내리는 검사가 아니라 경찰이 확인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는데, 대상자를 직접 조사하지 못하고 서류만으로 판단해야 하니 부적절한 요소들이 개입될 여지가 생긴다"고 했다.

향후 국제공조 수사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권 변호사는 "오늘날의 마약 수사는 국제공조가 필수적인데, 법무·검찰을 중심으로 축적한 국제공조는 하루아침에 주체를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상당 기간 공조수사에 많은 불편이나 장애를 감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 "검사가 보완수사한 것은 최종 책임자였기 때문"
권 변호사는 개정법에 담긴 피해자 보호 장치들이 수사 공백을 충분히 메우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는 경찰이 검사에게 법률적 의견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한 제도에 대해 "수사에 의지가 있는 경찰은 그런 조문이 없을 때도 검사의 법률적 조언을 구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며 "문제는 경찰이 수사에 의지가 없거나 사심이 있어 의도적으로 수사를 왜곡하는 경우인데, 이는 검사의 법률 자문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전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검찰이 법률 자문을 제대로 하지 않아 수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사건이 얼마나 있었는지 되돌아본다면 이 법률 자문이라는 보완책이 그렇게 큰 의미를 지니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수사 서류를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에 기록하도록 의무화한 조항에 대해서도 "큰 의미를 지니기 어려운 지엽적인 보완 규정"이라고 평가했다. 권 변호사는 "이런 조항이 없어도 수사기관에 제출된 서류 및 증거물 등은 당연히 기록에 편철해야 하는 것이고, 전자소송으로 바뀐 후에는 전산에 등재해야 하는 것"이라며 "지금도 너무나 당연히 해야 하고, 또 하고 있는 조치인데 이를 두고 새로운 사건 암장 대책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검사의 피해자 면담권 신설 등에 대해서는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를 통해 경찰의 미진한 수사를 점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는데, 안타깝게도 이런 조치는 변화된 형소법하의 검사 지위와 역할을 과거와 혼동하게 해 제대로 작동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과거 검사들이 보완수사를 한 것은 검사가 경찰보다 인격적으로 뛰어나서가 아니라, 법상 수사의 주재자로서 사건의 최종 책임을 지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라며 "수사를 검사의 역할에서 완전히 떼어낸 상황에서 검사가 보완수사 요구 없이 그대로 불기소 처분을 내려도 문제 삼기 어렵고, 시간이 흐를수록 검사는 편의에 따라 그대로 불기소할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권 변호사는 "변화된 형사사법 구조에서는 의지 없는 경찰과 의욕 없는 검사가 결합했을 때 사건을 적정하게 처리할 방법이 없다"며 "현재 보완책이라고 언급되는 내용들은 사실상 보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사건 관계자들은 이런 구조에서 '백'을 찾지 않을 수 없고, 사회적 약자는 점점 더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고 주장했다.
◇ "국가가 해야 할 일을 피해자 측에 전가하는 것"
권 변호사는 여당이 추진 중인 7대 범죄 전건송치 제도에도 한계가 있다고 봤다. 그는 "범죄 피해를 본 자는 모두 국가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사회적 약자다. 죄명에 따라 어떤 죄는 더 보호하고 어떤 죄는 덜 보호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떤 죄명으로 의율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법률적 판단이 필요한 부분인데, 경찰이 판단한 죄명에 따라 송치될 수도, 또 송치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은 피해자 입장에서 매우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형소법 개정으로 검찰의 보완수사 기능이 없어진 상태에서는 검찰이 전건송치를 받는다고 해도 다시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을 뿐이어서 명백한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피해자 국선변호사 의무 선임 제도에 대해서는 "수요는 예산 확보로 해결할 수 있지만, 문제의 본질은 국선변호사가 수사기관의 미진한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사기관이 담당했어야 할 수사 중 어떤 것이 빠졌는지를 왜 피해자 측에서 검토해 정리해야 하나. 국선변호사를 통한다고 하지만 결국 국가가 해야 할 일을 피해자 측에 전가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국선변호사가 얼마나 열심히 피해자를 위해 기록을 검토하고 보완수사가 필요한 사항을 정리할 것인가 하는 점은 순수하게 국선변호사의 역량과 정성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형사소송은 얼마나 유능한 변호사를 선임하느냐와 무관하게 동일한 결론이 도출되도록 설계돼야 하는데, 선임한 변호사의 역량에 따라 결론이 달라진다면 억울한 피해자들은 무리해서라도 사선 변호사를 선임하려고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중대사안'은 사법(司)·안보(安) 이슈를 짚습니다. 검찰청 폐지·국군사관학교 통합 같은 굵직한 변화부터 사소하지만 그냥 지나치기엔 아쉬운 이야기까지, 이정우 기자의 시선이 머무는 곳을 기록하겠습니다.

이정우 한경닷컴 기자 krse905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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