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스트셀러 작가 소재원이 배우 하영의 '의사 집안 자랑'과 관련해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소재원은 1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그녀의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집안 자랑에 나는 조심스럽고 또 조심스럽게 이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며 친일 논란의 하영의 증조부뿐만 아니라 조부가 근무하던 소록도의 병원까지 문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소재원은 2014년 새 작품 취재를 위해 소록도를 방문했던 경험을 꺼내며 "일제강점기이고, 대한민국이고, 결코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없는 역사가 바로 소록도"라며 "평범한 누군가에게는 의술이 사람을 살리는 인술이었지만, 소록도에서는 살술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소록도에는 피를 머금은 단종대와 알코올에 절여져 병 속에 담긴 그들의 신체가 아픔을 증언하고 있다"면서 "그리 당당하고 자랑스러운 조상을 두셨다면 소록도에 가보라. 그곳에서 일제강점기와 대한민국이 행한 비극의 역사를 마주해 보라. 당신의 세 치 혀가 귀한 희생과 억울하고 원통한 역사를 보잘것없게 만들었는지를 꼭 두 눈과 귀로 확인하라"고 하영의 언행을 지적했다.

소재원은 지난 10일에도 하영의 증조부 안상호를 둘러싼 친일 논란을 언급하며 비판한 바 있다.
소재원은 "광복절을 앞두고 씁쓸한 기사를 보았다"면서 "이제 친일 행적을 가진 조상조차 자랑거리인 세상이 됐다. 살다 살다 친일파 조상 자랑질까지 보게 되다니. 우리 역사가 친일파를 처단하지 못한 탓"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만약 역사가 친일 행위를 처단했다면 후손이 저런 이야기를 당당하게 할 수 있었겠나"라고 덧붙였다.
하영은 지난 7일 방송된 KBS 2TV '옥탑방의 문제아들'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이런 엿같은 사랑'의 홍보를 위해 배우 정해인과 함께 출연해 증조할아버지부터 할아버지와 아버지, 그리고 언니까지 4대째 내려온 의사 집안이라고 소개했다.
하영은 "제 기억으로는 증조할아버지가 당시 한양에서 서양 의학 전문 의원을 가장 먼저 여신 분 중 한 분이라고 들었다"며 "증조부께서 일본에서 의학을 공부하신 후 한양에서 최초로 양의원을 개원하셨고, 고종 황제를 진료하셨다"고 자랑했다.
하영은 증조부 실명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가 언급한 이력으로 유추했을 때 1907년 일본 유학 후 서울 종로에 개인 의원을 개업했다는 기록이 남은 안상호가 지목됐다.
안상호는 일본에서 의학을 배우고, 한국인 최초로 일본에서 의술개업시험에 합격해 한국으로 돌아왔다. 서울 종로에서 병원을 개업한 후, 궁을 왕래하는 '전의'로 활동했다.
하지만 1919년 고종 황제가 쓰러졌을 당시, 일본인 의사와 치료를 하며 살려내지 못하면서 독살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실제로 덕혜옹주는 안상호가 고종 황제를 독살했다고 믿고, 개인 물병을 들고 다녔다는 역사적 기록도 있다.
더불어 안상호가 1918년 조선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 인터뷰를 통해 "나는 일본인과 같아 옷도 일본 의복을 입고 아내도 일본 여자다" 등의 발언을 한 사실도 알려졌다. 안상호는 대표적 친일 단체인 대정친목회 평의원 명단에 이름이 올라와 있기도 했다.
그럼에도 하영 측은 "증조부가 안상호는 맞지만 친일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결국 "역사를 부인하는 거냐"는 지적과 함께 더 큰 비판을 받았고, "사실무근" 입장 발표 하루 만에 "충분한 검증 없이 '사실무근'이라 성급히 답변하여 혼란을 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영이 사과한 부분이 증조부의 친일 행위가 아닌, "사실무근" 입장 발표에만 머물러 있다는 점도 추가적인 비판이 나오는 부분이다.
여기에 증조부뿐만 아니라 조부인 안부호의 경우 경성의학전문학교 졸업 후 전남의대 병리학 교실에서 교수로 재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1949년부터 1952년까지 한센병 환자 관리 목적으로 일제시대에 개원한 소록도국립병원에서 근무했는데, 해당 시기에 치료를 가장한 인체 실험 등 인권유린 사례들이 기록돼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특히 이 같은 사실은 하영의 부친이 직접 매체 인터뷰를 통해 "4대째 의사 집안"이라고 직접 밝혔다는 점에서 더 비판을 받고 있다.
한편 소재원은 소병호 화백의 손자로 2008년 영화 '비스티보이즈' 원작 소설 '나는 텐프로였다'를 집필한 작가다. 영화 '터널', '소원', 드라마 '이별이 떠났다' 등의 원작 소설을 쓰기도 했다.
2019년 KBS 2TV '닥터 프리즈너'로 데뷔한 하영은 이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중증외상센터' 등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으며, 최근에는 배우 정해인과 호흡을 맞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이런 엿같은 사랑'이 공개됐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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